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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에너지와 공간을 휘도는 몸짓!

<파사(婆娑) - 소매깃을 날리다> - 파사무용단 10주년 우수 레퍼토리 공연

등록|2012.01.20 14:48 수정|2012.01.20 14:48

<파사(婆娑)-소매깃을 날리다> 중 네번째 무대 "목련(目連) 아홉 번째 계단으로..." ⓒ 문성식 기자





한 무용단체가 10년동안 일관된 명성을 가지고 지속되어 오기란 쉽지 않다.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파사(婆娑) - 소매깃을 날리다>(19, 20일 양일간 공연)는 황미숙 단장의 파사사무용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지난 수년간의 우수 레퍼토리들을 다시 선보이는 뜻깊은 공연이었다.

2002년 황미숙 무용단으로 시작하여 '파사' 무용단으로 이름을 바꾼 뒤 지금까지 보여준 지난 10년간 움직임은 하나하나 손짓과 발짓이 공간을 휘두르는 등 역동성이 주를 이뤘다.

공연은 크게 네 개의 무대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였던 <변하지 않는...>은 검정색 바탕에 붉은색 라인의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넘치는 에너지로 마치 조형물을 구축하듯 일사불란한 군무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2006년 올해의 예술상(무용 부문)수상작이자 2007년 뉴욕 아시안 컬처페스티벌 초청작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였다.

'image.1 문명의 행보'라는 소제목이 붙은 첫 번째 공연의 앞부분은 인간도미노를 연상시키듯 무용수간 일직선상의 연결동작으로 시작했다. 손끝으로 연결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체온과 관계는 서로를 일깨우고 접촉하고 소통한다. 'image.2 문명의 행보'에서는 왼쪽 무대에 커다란 회전문이 등장하며 무용수들은 무엇인가를 갈구하듯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두번째 무대 "각인'. 황미숙 단장이 혼을 담아 처연하고 아름다운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 문성식 기자




두 번째였던 <각인>은 강렬한 일직선의 동작 속에 흐느적거리면서도 절제미 있는 처연한 몸부림이 불교적 색채를 보여주고 있었다. 황미숙 단장은 '2009 현대 춤 작가 12인 전'에서 추었던 춤을 이날 공연에서도 직접 재현하였다. 3년 전 공연보다 더욱 농염해지고 짙어졌을 감정의 선으로 한 올 한 올 대상과 자신과의 사이에 놓인 인식의 다리를 걸어가며 또한 의문과 번뇌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춤이었다.

세 번째 무대인 2008년 국제현대무용제 개막초청작 <노랑 달팽이>는 달팽이의 느림을 모티브로 바쁜 현대사회를 풍자하여 무대를 구성하였다. 네 쌍의 남녀 무용수들이 짝을 이룬 채 달팽이 색처럼 하얗고 노란 빛이 나는 펄럭이는 옷을 입은 채 온 사지를 사용하여 공간을 휘두른다. 마치 달팽이가 전력질주하지만 우리에게는 제자리인 듯. 느리게 온 움직임에 집중을 하여 갖가지 몸으로 만들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든다. 그 고전미가 컨템포러리 댄스보다는 오히려 발레를 연상시킨다.

세번째 무대 "노랑 달팽이". 달팽이의 느림의 미학으로 현대사회를 꼬집고 있다. ⓒ 문성식 기자


인터미션 후 마지막이었던 <목련(目連) 아홉 번째 계단으로...>는 2005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같은 해 서울무용제 대상수상 이후 2007년과 2009년에도 공연된 대작이다. 지옥불에 던져진 어머니를 구하려 지옥을 순례하는 아들 '목련'과 가족이나 연인을 만나려 고통을 감수하는 '단테'의 공통점에 착안하여 구성된 작품이다.

제 1장 Ul-lambana는 '거꾸로 매달린 자의 고통'이라는 범어이다. 검정색의 지옥세계를 표현한 무용수들 사이에 붉은색 옷의 주인공이 혼자 지옥세계를 탐험하려 하고 있다. 제2장 Naraka(범어:잔혹한 징벌의 세계)는 모진 지옥불을 표현한 붉은색의 옷과 붉은색 한자구절을 배경으로 혹독하게 고통당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제3장 Cloud nine에서는 단테의 신곡에서 천국으로 가는 아홉 번째 계단을 의미한다. 주황색 반원형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천국의 문 앞에서 방황하며 고뇌한다. 마지막 연꽃을 날리며 인연의 매듭을 짓는 장면이 무척 단아하고 인상적이다.

네번째 무대. "목련(目連) 아홉 번째 계단으로..." 목련경과 단테의 신곡이 조화된 동서양이 결합한 작품이다. ⓒ 문성식 기자




전체적으로 <파사(婆娑)-소매깃을 날리다>는 10년간의 화려한 행보를 추억하며 앞으로를 다짐하는 신년 공연으로 멋진 공연이었다. 탄탄하고 잘 구성된 안무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비하여 전반부의 음악은 너무나 격렬하게 일관된 톤으로 무대를 꽉 채우는 음압이 다소 불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후반부의 음악은 다시 정돈되고 무용에 걸맞은 호흡조절로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의미 있는 독립 무용단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파사무용단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kns서울뉴스 (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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