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장애인 11명이 함께 살아요"
안성 장애인 그룹홈 '밀알의집'이 사는 이야기
요즘 세상엔 참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지난 19일, 안성 공도에 있는 특별한 가정을 찾았다. 11명의 남성 장애인이 모여 사는 가정이다. 거기다가 '한 지붕 두 가족'이라니. 그들의 거실에서 신나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형태의 가정의 평범한 일상
이 집 식구들 좀 많다. 무려 11명이다. 원래 고향은 태안, 시흥, 서울, 안산, 장호원, 안성, 평택 등 다양하다. 나이도 22세에서 40세까지. 그들이 남성 장애인들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여느 가정처럼 아침이면 출근하느라 전쟁을 치른다. 8시 15분이면 통근차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평택에 있는 재활작업장인 '꿈이 크는 일터'다. 거기서 쇼핑백 접는 일부터 천연비누 만드는 일까지 능력대로 일한다. 보수보다도 자립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점심 먹고 쉬는 시간이면 그들은 작업장 바깥으로 쏘다닌다. 때론 쇼핑도 하고, 떡볶이도 사먹고. 다시 작업을 하고 하루 일을 마친다. 통근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이면 당구도 치러나간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도 부른다. 가끔 외식도 하고, 토요일엔 등산도 가곤 한다. 좋은 영화는 같이 보러가기도 한다. 하는 걸 봐선 일반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가정
이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이유가 뭘까. 그렇다. 이곳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다. 이름은 '밀알의 집'. '자립'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모여 산다. 이 공동가정은 그들이 자립하여 개인가정을 가지기 위한 전초기지, 즉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가정이다.
여기를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한 지붕에 1호 가정, 2호가정이 산다. 1호 가정 식구는 7명이고, 그들을 도와주는 김상미 씨(사회재활교사)와 시설장 이재중 씨다. 2호 가정엔 강진영 씨(사회재활교사)가 4명의 식구를 책임진다. 그들은 출퇴근하는 교사들이다.
사실 이들은 행정상 두 가족일 뿐, 그들 사이엔 아무런 구분도 없다. 평소 관계로 봐선 사실상 '한 지붕 한 가족'이 맞다. 그들의 총 가장은 이재중 시설장이다. 김상미 교사가 아빠 역할, 강진영 교사가 엄마 역할을 감당한다.
이런 역할은 누가 정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성격대로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저절로 생긴 현상이다. 그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웃는다. 여성인 김상미 교사가 남성인 이재중 시설장보다 오히려 엄한 아빠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떴다 하면 '시선 집중'은 최고
가끔씩 마트나 시장에 그들이 떴다하면 '시선집중'은 최고다.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다. 우선 모두가 출격하면 14명, 적게는 대 여섯 명이니 인원수 때문에 시선이 집중된다. 거기다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민우씨와 아무에게나 반갑게 인사하는 성국씨 덕분에 시선집중은 가중된다.
상인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쫙 났다. 상당히 많은 장애인 대가족으로. 같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흐뭇함을 주는 가족으로. 간혹 교사들만 장을 보러오면 "왜 누구누구 같이 안 왔냐?"고 상인들이 궁금해 한다.
교사들과 함께 장을 같이 보고, 옷도 같이 사고, 은행도 같이 들르고. 이 모든 것들이 평범한 일상이지만, 장애인 식구들에겐 진중한 훈련이 된다. 큰 시설에선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진짜배기 '홀로서기 훈련'이다.
여기에선 모든 생활과 출입이 자유롭다. 개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 자유스러운 곳에 진정한 자립이 있다는 걸 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엔 주민들 반대 심해
이렇게 잘나가는 듯 보이는 이곳도 처음엔 고생이 심했다. 2005년도에 이 집 공사를 할 땐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차가운 시선은 몇 년 동안 계속 되었다.
하지만, 이젠 그곳 공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엔 마을 총회 잔치에 식구 모두가 초대받았다. 주민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아. 뭐 다 같은 주민인디 워뗘"라고 주민들이 먼저 말을 해준다. 손자 같고 아들같이 여겨진다는 동네 어르신들이다.
사실 몇 년 동안 노력한 결과다. 절기마다 주민들에게 선물과 계란을 주곤 했다. 장애인 식구들은 동네 어르신을 보면 '인사 잘 하기'를 실천했다. 인사 잘하는 젊은이들 앞에 약한 것이 어르신들이 아니었던가.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인사맨' 상국 씨와 함께 마트에 간다고 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라고 인사하는 상국씨 덕분에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신나게 장을 볼 게 분명하다. 저녁이 되면 식구들이 모두 퇴근해서 북적대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질 게다.
▲ 신나는 수다인사 잘하는 성국씨가 지금 이재중 시설장의 볼을 잡아당기며 "사랑해요"를 외치고 있다. 강진영 교사(왼쪽)과 김상미교사(오른쪽)는 웃다가 거의 실신 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이들과 이렇게 그날 오후에 신나는 수다를 했다. ⓒ 송상호
특별한 형태의 가정의 평범한 일상
이 집 식구들 좀 많다. 무려 11명이다. 원래 고향은 태안, 시흥, 서울, 안산, 장호원, 안성, 평택 등 다양하다. 나이도 22세에서 40세까지. 그들이 남성 장애인들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여느 가정처럼 아침이면 출근하느라 전쟁을 치른다. 8시 15분이면 통근차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평택에 있는 재활작업장인 '꿈이 크는 일터'다. 거기서 쇼핑백 접는 일부터 천연비누 만드는 일까지 능력대로 일한다. 보수보다도 자립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점심 먹고 쉬는 시간이면 그들은 작업장 바깥으로 쏘다닌다. 때론 쇼핑도 하고, 떡볶이도 사먹고. 다시 작업을 하고 하루 일을 마친다. 통근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이면 당구도 치러나간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도 부른다. 가끔 외식도 하고, 토요일엔 등산도 가곤 한다. 좋은 영화는 같이 보러가기도 한다. 하는 걸 봐선 일반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가정
이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이유가 뭘까. 그렇다. 이곳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다. 이름은 '밀알의 집'. '자립'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모여 산다. 이 공동가정은 그들이 자립하여 개인가정을 가지기 위한 전초기지, 즉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가정이다.
여기를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한 지붕에 1호 가정, 2호가정이 산다. 1호 가정 식구는 7명이고, 그들을 도와주는 김상미 씨(사회재활교사)와 시설장 이재중 씨다. 2호 가정엔 강진영 씨(사회재활교사)가 4명의 식구를 책임진다. 그들은 출퇴근하는 교사들이다.
▲ 장보기지금 밀알의집 식구들은 쇼핑 중이다. 가끔 이렇게 장보는 것을 이들은 아주 즐거워 한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도 이들에겐 모두 자립하기 위한 훈련 중 하나다. ⓒ 밀알의집
사실 이들은 행정상 두 가족일 뿐, 그들 사이엔 아무런 구분도 없다. 평소 관계로 봐선 사실상 '한 지붕 한 가족'이 맞다. 그들의 총 가장은 이재중 시설장이다. 김상미 교사가 아빠 역할, 강진영 교사가 엄마 역할을 감당한다.
이런 역할은 누가 정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성격대로 역할에 충실하다보니 저절로 생긴 현상이다. 그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웃는다. 여성인 김상미 교사가 남성인 이재중 시설장보다 오히려 엄한 아빠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떴다 하면 '시선 집중'은 최고
가끔씩 마트나 시장에 그들이 떴다하면 '시선집중'은 최고다.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다. 우선 모두가 출격하면 14명, 적게는 대 여섯 명이니 인원수 때문에 시선이 집중된다. 거기다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민우씨와 아무에게나 반갑게 인사하는 성국씨 덕분에 시선집중은 가중된다.
상인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쫙 났다. 상당히 많은 장애인 대가족으로. 같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아 흐뭇함을 주는 가족으로. 간혹 교사들만 장을 보러오면 "왜 누구누구 같이 안 왔냐?"고 상인들이 궁금해 한다.
교사들과 함께 장을 같이 보고, 옷도 같이 사고, 은행도 같이 들르고. 이 모든 것들이 평범한 일상이지만, 장애인 식구들에겐 진중한 훈련이 된다. 큰 시설에선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진짜배기 '홀로서기 훈련'이다.
여기에선 모든 생활과 출입이 자유롭다. 개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 자유스러운 곳에 진정한 자립이 있다는 걸 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처음엔 주민들 반대 심해
이렇게 잘나가는 듯 보이는 이곳도 처음엔 고생이 심했다. 2005년도에 이 집 공사를 할 땐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차가운 시선은 몇 년 동안 계속 되었다.
하지만, 이젠 그곳 공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엔 마을 총회 잔치에 식구 모두가 초대받았다. 주민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아. 뭐 다 같은 주민인디 워뗘"라고 주민들이 먼저 말을 해준다. 손자 같고 아들같이 여겨진다는 동네 어르신들이다.
▲ 가족여행그들은 이렇게 가끔씩 가족여행을 떠나곤 한다. "우리는 같아요"란 글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는 목소리이기도 하고,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노력하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 밀알의집
사실 몇 년 동안 노력한 결과다. 절기마다 주민들에게 선물과 계란을 주곤 했다. 장애인 식구들은 동네 어르신을 보면 '인사 잘 하기'를 실천했다. 인사 잘하는 젊은이들 앞에 약한 것이 어르신들이 아니었던가.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인사맨' 상국 씨와 함께 마트에 간다고 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라고 인사하는 상국씨 덕분에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신나게 장을 볼 게 분명하다. 저녁이 되면 식구들이 모두 퇴근해서 북적대는 평범한 일상이 펼쳐질 게다.
덧붙이는 글
장애인 그룹홈 밀알의 집 031-656-6511은 사회복지법인 평안밀알복지재단에서 맺어준 가정이며, 11명의 남성장애인이 모여 살고, 3명의 교사가 그들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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