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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돌풍, 유럽으로 이어질까

프랑스어판 <르 허핑턴포스트> 출범... 초대 편집장에 안 생클레르

등록|2012.01.24 09:42 수정|2012.01.24 09:42

▲ 프랑스어판 <르 허핑턴포스트>의 서비스 개시를 알리는 <허핑턴포스트> ⓒ Huffington Post



미국의 최대 온라인 뉴스사이트 <허핑턴포스트>가 유럽에도 문을 열었다.

<허핑턴포스트>는 23일(한국시각) 프랑스어판 <르 허핑턴포스트(Le Huffington Post)>의 서비스를 시작하며 "<허핑턴포스트>의 첫번째 비영어권 뉴스사이트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영어판 <허핑턴포스트>가 첫 선을 보인지 7년 만에 이뤄낸 해외 진출이다.

<르 허핑턴포스트>는 초대 편집장을 안 생클레르에게 맡겼다. 얼마 전 성추문에 연루되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부인이자 프랑스의 저명한 언론인 출신인 생클레르가 편집장을 맡으면서 프랑스어판은 출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억만장자이자 1980년대 국영방송 TF1의 주말뉴스를 13년간 진행하며 관록있는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생클레르는 남편의 성추문과 관련해 허위, 과장된 뉴스를 보도한 프랑스의 기존 언론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중 <르 허핑턴포스트>를 이끌고 다시 미디어 업계로 '컴백'하면서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프랑어판을 시작하며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 <르 몽드>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르 몽드>는 <르 허핑턴포스트>의 지분 34%를 갖기로 했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 <허핑턴포스트>는 해외 진출시 해당 국가의 권위있는 기존 언론과 손을 잡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프랑스어판 창설 인사말을 통해 "이상적인 미래 저널리즘은 진실성, 정확성, 공정성 등 기존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신조들(tenets)과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이 더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르 허핑턴포스트>, 프랑스 언론의 '벽' 넘을까

<허핑턴포스트>는 1995년 그리스 출신의 여성 칼럼니스트 허핑턴과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전 임원 케네스 레러가 진보적인 인터넷 매체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며 초기 자본금 100만 달러(약 11억 원)로 시작한 온라인 뉴스 사이트다.

허핑턴은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유명 뉴스 블로거들을 원고료도 주지 않고 초청하는 광범위한 인맥과 사교력, 뛰어난 경영 수완, 뉴스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결합하며 인터넷 시대의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탁월한 이해로 <허핑턴포스트>를 이끌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한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순방문자수에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기존의 주류 언론들을 모두 제치고 미국 최대의 인터넷 매체로 올라섰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성공적인 미디어 모델로 극찬을 받고 있는 <허핑턴포스트>는 광고수익 급증과 지난해 AOL에 3억1500만 달러(약 3천570억 원)에 인수되면서 상업적으로도 '대박 신화'를 이뤄냈다. 또한 해외 진출과 인터넷 매체로는 처음으로 24시간 온라인 뉴스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의 성공과 앞날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기존 언론들도 많다. 가장 큰 논란은 허핑턴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허핑턴은 1986년 석유재벌 마이클 허핑턴 공화당 상원의원과 결혼하면서 보수적인 시각의 칼럼을 주로 썼고 '강경 보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정치 활동을 돕기도 했다.

1994년 남편과 이혼한 뒤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진보적 색채로 돌아선 허핑턴은 <허핑턴포스트>로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정치적 이념보다는 성공과 유행을 쫓는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허핑턴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또한 <허핑턴포스트>에 뉴스를 올려온 유명 정치 블로거 조너선 태시니가 다른 블로거들과 함께 "AOL로 부터 받은 인수금액에서 그동안 블로거들이 무료로 제공해온 뉴스들에 대한 가치를 돌려달라"며 1억500만 달러에 이르는 집단 소송을 추진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OL의 <허핑턴포스트> 인수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은 가운데 기존 매체들의 영향력이 유독 강한 프랑스에서 <르 허핑턴포스트>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지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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