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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작 거부 사태 읽기...이 책을 '헌정'합니다

신창섭 전 MBC 기자의 <독일통일과 미디어>

등록|2012.01.25 16:45 수정|2012.01.27 15:31
MBC 제작거부 뉴스가 아침에 실렸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현장을 누벼야 하는 기자들이 마이크를 놓았다지요. 마침 전직 MBC 기자가 쓴 책이 떠올랐습니다. 읽으면서 동감을 했고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안 되는지 의문도 갖게 됐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신창섭 기자로 베를린특파원을 지낸 독일문제 전문가입니다. 제목은 <독일통일과 미디어>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독일 텔레비전이 독일 통일에 기여한 과정을 당시 텔레비전 화면 분석을 통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가 성실하게 사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는 독일 방송은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작년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 방송을 기억하면, 참으로 끔찍하고 겁부터 나는 장면을 수시로 내보내고, 인명 피해를 숫자로 나타내면서 대참사니 재앙이니 이런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금방 일본이 망할 듯한 기사들이 가득했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가

▲ 26기 이하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5층 보도국에서 보도본부장과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기자들이 로비에서의 침묵시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정민


하지만 독일방송 제목에서는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 또는 '원전폭발'로 표현하였고, 독일의 원전 안전문제 리포트가 나오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독일 유권자들의 환경의식으로 확장되어 그 무렵 치러진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선거에서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녹색당 주지사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독일통일과 미디어>는 뉴스의 제목이나 자막 등에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삼가고, 화면도 중립적인 표현을 하는 점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독일 공영 텔레비전 시스템에 참으로 공감이 갑니다.

특히 독일 ZDF(독일 제2의 공영방송)는 이사회 구성인원이 70명 넘고, ARD(독일 제1공영방송)은 이사회의장은 각 지방사가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는다고 하죠. 그러기에 전횡이나 독주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독립적인 방송을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통일과정에서 기여를 하게 된 근본적인 힘이 되죠.

우리 공영방송이 늘 몸살을 앓는 이유는?

▲ 26기 이하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5층 보도국에서 보도본부장과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기자들이 로비로 이동,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이정민


반면 MBC 대주주인 방문진을 보면 9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구성원이 투표로 사장을 선출하는데 여당 추천인원이 당연히 비율이 높아 명목상말고는 실질적으로 더 이상 의미가 없죠.

능력이나 경륜 또는 비전과 관계없이 정치적 '연'을 가진 사람이 사장으로 선출되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낙하산 임명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몸살을 앓습니다. 편파보도나 인사편중 논란에 휘말립니다.

우리나라는 권력 편향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앉게 되니, 권력 편향적인 뉴스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이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 뉴스하면 우리나라처럼 잡동사니 위주가 아니고 여성잡지처럼 너절한 뉴스도 아니기에 재미없다고 하는데, 뉴스는 재미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 알고자 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어야 합니다.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하느냐가 문제겠죠. 시청률 올리기라는 유혹보다 사안을 제대로  중립적으로 사실적으로 보도하는 제도 관행이나 이행이 문제라고 봅니다. 정부의 나팔수 노릇이나 할 수밖에 없는 권력 편향적인 인사시스템과 운영의 문제라고 보입니다.

<독일 통일과 미디어>, 이 책을 헌정합니다

▲ 26기 이하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5층 보도국 복도에서 기자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독일 텔레비전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변혁의 시간이 도래했을 때 재미난 것, 호기심 나는 것, 장사되는 것 차원에서만 뉴스를 다루지 않고, 성실한 동행으로서 기사를 작성하고 뉴스를 전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소개하는 독일 텔레비전 운영 시스템이나 비전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영방송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하고 우리 미디어가 앞으로 통일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방향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건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미디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고자 하는 중한 마음으로 새삼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저널리즘이 뭔지, 사실 보도가 뭔지 묻고 싶다. 미디어의 태도가 통일문제에 관해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보도에서 엉터리면 통일문제 보도 또한 엉터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게 미디어업 속성이다. 전문적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선과 배려, 비전이 중요한 것이다. 텔레비전, 특히 시장 경쟁에서 좀 더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는 공영방송이 제 위치를 찾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면서 언제 닥칠지 모를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전환에 대한 깊은 생각의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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