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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작거부 첫날... "취재 갔다 돌 맞고"

[현장] 기자총회 개최... 노조는 총파업 투표

등록|2012.01.25 20:55 수정|2012.01.25 21:00

▲ 공정보도 훼손을 이유로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의 자진사퇴,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징계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25일 오전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한 MBC기자들이 오후 2시부터 구내식당에서 총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취재기자들은 제작거부 경험이 있지만, 우리 영상기자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67%밖에 나오지 않아 내부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 제작거부에 우리 영상기자들의 참가율이 몇 퍼센트인지 아는가? 무려 99%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직원식당에서 열린 MBC 기자총회에서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기자회가 제작거부에 들어간 첫날, 동료 기자들의 높은 참가율에 감격한 모습이다.

양 회장은 "동료 선후배들에게 너무 고맙다, 실제 제작거부에 들어가면 회장인 내가 다칠까봐 반대한 동료들도 함께 참가했다"며 "91%의 참가율을 기록한 박성호 취재기자회장 보다 내가 인간적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양 회장의 재치 있는 발언에 무거웠던 총회 자리에서는 여기저기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또 "카메라기자와 취재기자가 항상 일을 같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변변히 술 한 잔 같이 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MBC뉴스에 책임감을 가진다는 마음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제작거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MBC기자회는 뉴스의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 및 인적 쇄신을 요구해 왔다. 기자회는 평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를 통해 두 보도책임자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시키기도 했으나 사측은 오히려 "심각한 해사행위"라며 양동암 영상기자회장과 박성호 취재기자회장을 지난 17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MBC 기자회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제작거부 총투표'를 실시했고, 84%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기자회에 따르면 이날 제작 거부에 들어간 기자들은 취재기자 149명 중 130여 명, 영상기자 46명 중 40여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단결해 제작거부 투쟁 반드시 승리하자"

▲ 26기 이하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5층 보도국에서 보도본부장과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기자들이 로비로 이동,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기자총회에는 26기(1993년 입사)이하 평기자 120여 명이 참여했다. 총회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들어오는 기자들은 아침부터 진행된 보도국과 로비 앞 피켓시위 탓인지 다소 피곤한 모습들이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기수별로 제작거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거나, 이날부터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를 독려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한 보도국 기자는 이번 사태에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뉴스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난감하다. 그러나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성호 취재기자회장은 총회 인사말에서 "보도부문의 간부퇴진 요구, 기자회의 성명, 사장 불신임 투표 그리고 오늘 제작거부까지 사측은 일관되게 반응이 없었다"며 "한가지는 신속했는데, 바로 나와 영상기자회장을 인사위에 회부한 것"이라며 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 회장은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며 뚜벅뚜벅 가자, 머리 굴리고 재면서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 서로 싸우는 것이 우리가 분열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며 "단결된 힘으로 제작거부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가자"고 호소했다. 이후 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총회를 마치고 나온 정아무개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원과 부딪치면서 몸으로 시민들의 불신을 느꼈다"며 "10.26 재보궐 선거 때는 박원순 후보를 취재 갔다가 시민들로부터 돌도 맞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3년차 막내 기자가 게시판에 올린 취재후기가 내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이를 계기로 공정방송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만들어졌다. 기수별 성명이 봇물을 이루고 보도부문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기자는 "그동안 사측과의 싸움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는 우리의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한 사측의 모습을 보며 모든 걸 걸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내부적으로 "끝까지 가자는 분위기"라고 기자들의 의지를 전했다.

최아무개 기자는 "사실 기자들은 생각이 많고 의견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들이 공정방송을 위해 하나로 뭉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이번 제작거부의 의미를 강조했다.

노조 총파업 투표 돌입... 가결되면 30일부터 파업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MBC노조가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이정민


한편, 이날 MBC사옥 1층 로비에서는 노동조합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됐다. 20여 분 정도 지켜보는 동안 10여 명의 조합원들이 투표를 했다. 투표율을 묻는 질문에 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집계전이라 확실치는 않지만 참가자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최승호 PD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 1년 동안 MBC가 보도한 것이 뭐가 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 기자들과 PD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으로 '검사와 스폰서', '4대강 6m의 비밀' 등을 보도한 최 PD는 지난해 소망교회 관련 취재도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작일선에서 물러나 관리직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최PD는 이번 총파업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자들이 요구하는 보도부문 임원들의 퇴진요구가 실현되면 김재철 사장이 남아있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작한 총파업 투표는 27일까지 진행되며 가결되면 노조는 오는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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