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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이명박 멘토'...언론에 뺨맞다

'방통대군' 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 '비리 의혹'의 시작

등록|2012.01.27 18:48 수정|2012.01.28 10:32

▲ 최근 정 아무개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 등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도 측근 비리와 언론의 맹공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 3일 <한국일보>가 '최시중 양아들'로 불리던 핵심 측근 정아무개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을 보도한 지 24일만이다.

현 정부 최장수 국무위원, 측근 비리 의혹 24일 만에 사퇴

'사퇴설'은 이미 언론에서 수 주째 흘러나왔지만 사퇴 전날 '종편 돈봉투' 전달 의혹이 결정타였다. <아시아경제>는 26일 정 전 보좌역이 2009년 여름 미디어 관련법 강행 처리 직후 외유를 떠나는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장도비' 명목으로 500만 원 돈 봉투를 건넨 의혹을 보도했다. 그해 9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EBS 이사 선임 시점과 맞물려 수수한 돈의 용처로도 주목받을 만했다. 

더구나 최 위원장 자신이 대표적 치적으로 꼽아온 종편을 만든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감사 표시로 해석돼 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양아들 게이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 무죄 확정으로 사면초가에 몰렸을 때조차 "진퇴 문제로 연결 짓지 말라"던 최 위원장이었지만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08년 3월 1기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명박 멘토'이자 현 정부 최장수 국무위원으로 최 위원장은 지난 4년 방송통신업계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2010년 12월 종편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는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한 국내 유력 언론사들이 모두 최시중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협소한 광고시장에 종편이 4개나 탄생할 때부터 최시중과 종편의 동반 몰락은 이미 예고됐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정치적 야합'이란 비판을 받았고 종편들조차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정도였다. 결국 지난해 12월 나란히 개국한 종편 4개사는 10번대 '황금채널'을 받고서도 평균 0.5%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둘러싼 언론계 갈등에서 보듯 생사의 기로에 몰린 군소 언론들에게도 최시중은 모든 사태의 '원흉'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그 화살은 모두 최 위원장을 향했다. '양아들 게이트'가 방송통신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까지 앞다퉈 터뜨려 최 위원장을 더 궁지로 내몰았다. TV조선이나 MBN 등 종편 채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시중 의혹 수사 본격화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20일 검찰에서 김학인 한국방송 예술진흥원 이사장을 기소했지만 부하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는 말로 완곡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말이란 참 무섭다"면서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고 언론들의 온갖 의혹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방통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그의 혐의까지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정 전 보좌역이 귀국해 김 이사장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경우 최 위원장 역시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 온갖 소문들이 낭설인지 진실인지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지난 16일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방통위 앞에서 공개적으로 '삼보일퍽'을 해 최 위원장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당시 탁 교수는 "지난해 여름 김재철 MBC 사장은 퍼포먼스 일주일 만에 사표를 내더라"며 "오늘부터 카운터 해보자"고 했는데 실제 열흘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김재철 사장 사표는 결국 반려됐지만 지금 최 위원장에게 그런 '배려'는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최근 잇따른 현 정부 실세들의 비리 의혹과 맞물려 최 위원장 사퇴는 그를 둘러싼 '비리 의혹'의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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