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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녕

학교폭력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추모시

등록|2012.01.29 10:21 수정|2012.01.29 10:21
  '안녕'

왜 몰랐을까
그 한 마디
'안녕'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는 걸

날마다 쓰는 말이잖아
입이 닳도록 쓰는 말이잖아
그래서 더 몰랐을 거야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는 걸

차마 떼어지지 않는 입으로
'안녕'이란 마지막 한마디를
너의 마지막 가는 길에 바친다

'안녕'이란 마지막 한마디
'안녕'이란 말에 담긴 슬픔
그 너머로
이제 너를 보낸다

 너를 보내려 다시 눈을 돌린다

연일 쏟아지는 학교폭력 대책들
하지만 그 대책들은 앵무새가 내뱉는 말들
아니
앵무새가 내뱉는 말보다 더 어이없는 말들
너무 어이없어서 허공으로 흩어지는 공허한 말들

 처벌만 강화하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
게임중독이 원인이라며 게임만 규제하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
규제 규제 규제 온갖 규제 중독에 걸린 사람들

혹여라도 네가 볼까
너의 감긴 두 눈을 가린다

무엇에 '안녕'이란 말을 고해야 하는지 그들은 알까
'안녕'이란 말은 너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까
'안녕'이란 말 너머로
'안녕'이란 말에 담긴 슬픔 너머로
보내줘야 하는 것은 너만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까

너를 보내려 다시 눈을 감는다

'안녕'
폭력의 희생자인 너에게 안녕을 고한다
'안녕'
너를 괴롭히게 만든 교육제도에 안녕을 고한다
'안녕'
너를 괴롭히게 만든 사회구조에 안녕을 고한다

'안녕'
이 모든 것에 안녕을 고하며
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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