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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호남 출마 선언' 무모하지 않았다 보여줄 것"

[영남권 총선 예비후보 인터뷰①] 민주통합당 함안·의령·합천 장영달 예비후보

등록|2012.02.01 11:12 수정|2012.02.01 11:12

▲ 전북 전주에서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국회의원은 오는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경남 '함안의령합천' 선거구에 출마하는데,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다면 호남과 영남에서 국회의원에 당선한 유일한 정치인이 된다. ⓒ 윤성효


요즘 중진 정치인들이 텃밭처럼 가꾸어 온 지역구를 버리고 취약지역에 출마 선언하고 있다. '탈호남 출마'가 대표적이다. '탈호남 출마'를 가장 먼저 외쳤던 정치인은 누구일까? 바로 4선(14~17대)의 장영달(63) 전 의원이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네 차례나 당선했다. 그가 요즘은 경남 함안·의령·합천에서 표밭을 누비고 있다. 2011년 7월 '어머니의 고향' 출마를 선언했던 것이다. 처음에 주변 사람들은 다들 '무모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요즘은 '잘했다'는 반응도 보인다는 것.

민주통합당 장영달 예비후보는 "지난해 7월 영남민주개혁세력의 강력한 요청을 받고, 정치인으로서의 기득권을 모두 버린 채 혈혈단신 경남으로 내려와 의령·함안·합천 일대의 민심을 접하며 민주적 정권교체와 농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지역주의 청산 등을 위해 영남지역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국방위원장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최근 <장영달의 희망노래-어머니의 땅에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1월 28일 오후 장영달 예비후보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머니 고향에 출마해 야권 바람 선도하면 좋겠다는 제의 받고 결심"

▲ 민주통합당 '함안의령합천' 장영달 예비후보. ⓒ 윤성효


- 함안·의령·합천은 어떤 인연이 있나?

"함안이 외가다. 51년 전 이사를 왔다.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올해 92세인 어머니께서 함안에 사신다. 8남매인데, 막내 동생이 아버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다."

- 함안중학교를 나왔다고 하던데?
"14회 졸업생이다. 학교 다닐 때 축구부가 유명했다. 당시 함안중이 경남의 중등부 대표팀일 정도였다. 저는 그때 이름 있는 골키퍼였다. 동기 중에 문재석·조갑래는 국가대표를 지냈고, 홍종백·안태준·노성현은 사관학교에 가서 선수로 뛸 정도였다."

- 요즘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소속의 호남 출신 인사들이 '탈호남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데?
"제가 '탈호남 출마'의 시발이라 해도 될 것이다. 지난해 7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호남에서 국회의원하던 정치인이 영남권에 출마한 전력도 없는 것 같다. 집권 여당에서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는데, 영남권에 출마해 도전한다는 게 뉴스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여러 사람이 '탈호남 출마' 선언을 하지만, 그때만 해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 '탈호남 출마'를 선언하면서 처음에는 수도권 출마를 고려했던 것 같던?

"작년 3월이었다. 처음에는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그 뒤에 부산경남권의 야권 지도자들이 여러 차례 만나자고 했고, 어머니 고향에서 출마해 야권 바람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제의가 있었다. 정권교체를 국민들이 원하고 있어 나서달라고 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 6개월 정도 지역을 다녀 보았을 것인데, 여건은 어떤가?
"전형적인 농촌이다. 주민의 84%가 유권자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 비율이 높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래서 어렵다. 마을회관 어르신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있다. 3개 군의 자연마을은 1000여 곳인데, 지금까지 400곳 정도 간 것 같다. 많은 어르신들이 텔레비전에서 보았거나 이름을 기억한다는 반응이었다."

- 어르신들을 만나면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이 통과됐다. 제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월 8~12만 원 정도 받는데, 그 법이 통과되도록 앞장섰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신다. 그 수준은 사실 약한데, 이번에 국회에 진출하면 인상되는데 앞장서겠다고 한다. 농촌을 다니다 보면,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이 그대로 가야 된다는 여론보다 높은 것 같다."

"이제 영남은 야권 지도자들이 운집한 '대야권 지대'로 변화"

▲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18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사진은 장영달 예비후보와 문성근 최고위원, 김정길 전 장관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 4선을 한 전주의 선거운동과 첫 도전하는 함안·의령·합천의 선거운동이 차이가 있다면?
"전주는 도시다. 한나절이면 지역구를 다 돌아볼 수 있다. 농촌과 완전히 구도가 다르다. 전주에서는 상대 후보들이 '왜 우리가 경상도 사람을 찍어야 하느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주시민들은 국회의원이 경상도면 어떻고 전라도면 어떠냐고 해서 네 번이나 당선시켜 주었다. 요즘 함안·의령·합천 지역 어르신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우리도 그래야지'라고 하신다. '아버지 고향에서 4선을 하고 왔으니 어머니 고향에서는 재선은 해야지' 하신다. 즐겁게 다닌다."

-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뒤 영남에 출마해서 당선한 사례는 없는 것 같은데?
"호남 출신 정치인이 영남에 출마해서 당선한 사례는 있는지 모르지만, 호남에서 여러번 당선된 정치인이 영남에 와서 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 이번에 당선된다면 지역구도가 완전히 깨진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동서화합을 통한 국민화합의 엄청난 사례가 될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 이길 수 있나?
"어렵지만, 상당 부분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대로 주민들과 대화해 나간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지금 농촌은 피폐해 있다. 한미FTA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서민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국가정책이 결정되는 것을 보고, 농촌사람들도 절망하고 있다."

- 전주에 출마했을 때 '경상도 사람이 와서 호남의 후보가 됐다'며 사진을 찍어 공격했다고 하던데?
"2006년 열린우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였다. 함안 집에 경남지역 대의원들을 초청했는데, 마당에 '국회의원 장영달 고향 방문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더라. 전주에서 마지막 선거를 할 때 상대 후보가 그 사진을 천연색으로 인쇄한 유인물을 집집마다 뿌렸다. 이쪽에 오면 반대로 전라도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데, 지금도 일부에서 그런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만나보면 그런 소리 하는 후보는 지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깨야 한다는 바람은 전주 못지않게 함안·의령·합천도 강하다."

- 역대 선거에 비해 이번에는 지역감정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보는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를 보면, 영남과 인연이 많은 분들이 다수 당선됐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창녕 출신이고, 김부겸 최고위원은 대구 출신이다. 그리고 야권 대선 지도자들을 보면, 영남권이 많다.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창녕 출신이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부산 출신이다. 이제 영남은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니고 반대로 야권 지도자들이 운집한 '대야권 지대'로 변화된 것이다. 그런 것을 특별히 느낄 수 있고, 미래를 희망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함안·의령·합천에 민주통합당 박남현 예비후보가 뛰고 있는데, 경선은? 또 야권후보단일화는?
"민주적 절차를 존중해 나갈 생각이다. 중앙당에서 여론조사나 지역평가를 통해 결정하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 진보정당 후보와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내는 게 우리의 과제이고, 거기에 승복해 나가야 한다. 단일화는 이러한 가치가 전제되는 방법을 반드시 강구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민주통합당이 부지런히 영남 민심에 접근해 가면 변화 올 것"

▲ 전북 전주에서 4선을 지낸 장영달 전 국회의원은 오는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경남 '함안의령합천'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다. ⓒ 윤성효


- 요즘 농촌이 어렵다고 하는데, 농촌을 살릴 복안이 있다면?
"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기초식량이 자급자족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30%밖에 안된다. 만약 태평양에 배가 넘어올 수 없는 자연재해나 유사상황이 발생할 경우 70%는 굶어 죽어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을 국가 지도자들이 태연하게 방치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식량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생존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기초식량을 지켜야 한다. 농촌정책은 그런 시각으로 다루어야 한다."

-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함안·의령·합천군수는 모두 무소속이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했다. 물론 의령군수 보궐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지역민들의 정치성향은 어떻게 분석하는지?
"함안·의령의 정서가 유사하고, 합천은 대구·경북과 닮은 부분이 있다. 오랫동안 번호를 잊어버릴까 싶어 1번만 찍었더니, 농촌이 피폐해졌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깨닫고 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반응이 있다. 과거처럼 영남은 무조건 한나라당이 아니다. 어르신들 스스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 함안·의령·합천은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의 지역구인데, 조 의원에 대한 평가는?

"젊고 잘 생겼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6·2 지방선거 때 3개 군수 모두 한나라당이 전패했다. 그 부분은 조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미FTA 국회 비준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농촌 출신임에도 농민의 편에서 대변하지 않았는데, 그 부분은 조 의원한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는?
"서울 강남에 사는 부자 친구가 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그 친구는 3000만 원 정도 세금을 돌려받았다. 그만큼 복지예산이 위축된 것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입장에서 봤을 때, 농촌 노인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복지기금이 줄어든 것은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국민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

- 일부는 부산·경남에서 야권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예상하는지?
"아직 낙관은 어렵다. 워낙 오랫동안 한나라당이 석권해 오지 않았나. 그런 정치 관행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타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 쉽게 볼 수 일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부지런히 영남 민심에 접근해 가야 한다. 그랬을 때 갈구하는 변화가 올 것이다."

- 김근태 선생 장례 때 집행위원장을 지냈는데, 고인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남기고 간 교훈이라면?
"19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이 만들어졌을 때 그분은 의장, 저는 부의장을 맡았다. 30년 동지로 살았다. 그분은 장난이나 농담으로라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부패가 없고, 거짓말 하지 않는 정치를 원했다. 지난 장례 때 5만여 명이 조문을 다녀갔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젊은 후배들도 고인의 정신을 배우고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유언이 됐지만, 제가 함안·의령·합천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더니, '왜 정치 말년에 고생하려고 하느냐'며 걱정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보건복지부장관할 때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합천 원폭피해자회관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며, 그분들의 애환을 경청하고 보살펴 드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하셨다. 그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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