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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밀실 공천 경험했기에 일찌감치 탈당"

[영남권 총선 예비후보 인터뷰②] 무소속 진주갑 윤용근 예비후보

등록|2012.02.01 18:27 수정|2012.02.01 18:28

▲ 4.11총선 '진주갑' 무소속 예비후보인 윤용근 전 경남도의원. ⓒ 윤성효


요즘 '진주갑'이 뜨겁다. 진주 신안광장 주변은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다. 총선에다 광역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까지 건물 외벽마다 대형 홍보물을 내걸어 놓았다. 또 예비후보들은 출퇴근 인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진주가 벌써부터 왜 이런 분위기가 되었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진주갑에 지역구를 둔 최구식 의원 비서가 구속되고, 최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현재 진주갑의 총선 예비후보만 한나라당 7명, 민주통합당 2명, 통합진보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여기에 최구식 의원까지 포함하면 13명이다. 최구식 의원은 한나라당 비대위의 탈당 권유를 받은 뒤 탈당했지만, 스스로 탈당한 예비후보가 있다. 바로 무소속 윤용근(57) 예비후보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경남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이번 총선에 나섰다. 2004년 총선과 진주시장 선거 때부터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밀실공천을 경험했다"고 한 그는 이번에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일찌감치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웃집 아저씨'라는 구호를 내었다. 그는 4대강사업에 대해 "예산 흐름을 왜곡시켰다"고 비난했다. 또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해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엄청난 범죄 행위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1월 28일 저녁 신안광장에서 퇴근하는 차량을 향해 선거운동하던 윤용근 예비후보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전폭적으로 이명박 정권 지지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

▲ 4.11총선에서 '진주갑'에 무소속으로 출마선언한 윤용근 전 경남도의원이 21일 저녁 진주 신안광장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윤성효


- 진주에 와서 분위기를 보니 총선 열기가 높은 것 같은데, 선거운동을 해보니 어떤가?
"진주에 와서 와신상담하며 지낸 세월이 18년째다. 선거에 나서 시장선거 경선까지 포함해 다섯 번 실패했다. 그러다가 광역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다가 당선했다. 이번 선거는 개인적으로 18년을 총결산한다는 의미다. 피곤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뛰고 있다."

- 왜 한나라당을 탈당했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공천이 결정날 때까지는 탈당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최구식 의원이 탈당한 상황에서 저한테 공천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저는 근본적으로 한나라당 공천을 불신한다. 2004년 총선 때 진주 선거구가 '갑·을'로 나뉘었다. 당시 하순봉 전 의원이 위원장이었고 저는 부위원장이었다. 당시 하 전 의원이 '진주을'에 출마하면 당연히 '진주갑'은 저한테 올 것이라 봤다. 그런데 당시 최병렬 전 대표는 최구식 의원을 공천했다. 여론조사나 경선을 해서 공천을 못 받았다면 정치를 접었을 것이다. 2008년 총선 때 김재경 의원은 '진주갑'에 신청했는데 '진주을'로 공천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80% 경선이고 20%는 전략공천이라고 한다. '진주갑'은 전략공천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번에 한나라당에서 최구식 의원한테 탈당을 권유했다. 저는 망설이기는 했지만, 예비후보 등록할 때 홀가분하게 광역의원을 버리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가기로 했다."

- 만약에 당선된다면 어느 당으로 들어갈 것인지?
"주변에서는 결국 들어갈 정당은 한나라당 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기회가 된다면, 근본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당, 시민 이익과 부합되는 정당을 선택할 것이다. 그때 가서 충분히 진주시민들과 상의하겠다. 한나라당이든 야당이든 진주에 이익을 주는 정당을 선택하겠다. 그것이 중요한 잣대다."

- 경남도의원을 중도사퇴했는데 비난이 많다?
"진주에서는 사실 비난이 많이 없다. 지역 발전을 위해 괜찮은 인재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국회의원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 선거에 나가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괜찮고, 도의원은 중간에 사퇴하고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이냐. 도의원하면서 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다. 노숙자에 대해 이전에는 '네가 못 나거나 게을러서 그렇다'고 했는데 지금은 '나도 노숙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사회가 이런 상황인데,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두 차례 도의원 하면서 제가 할 에너지는 다 썼다. 국회에 가서 제가 할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있다."

-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구식 의원에 대한 평가는?
"상대방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노코멘트다."

- 최구식 의원 비서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때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가해 구속되었는데, 그 사건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 사건에 최구식 의원이 관련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관련 되었건 아니건 간에 탈당 권유가 한나라당 비대위 안에서 나왔다는 게 유감이다. 당 안에서 정리할 문제이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할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 디도스 공격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엄청난 범죄 행위다."

-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경제만큼은 살려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다.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을 원하는 한 군데 정도만 시범적으로 해보고 했다면 누가 반대했겠나. 한꺼번에 22조 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기존 모든 사업들이 거의 못하게 됐던 것이다. 예산 흐름을 왜곡시켰다. 공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디도스 사건'에 책임감 느낀다면 무공천도 하나의 대안"

▲ 4.11총선에서 '진주갑'에 무소속으로 출마선언한 윤용근 전 경남도의원이 21일 저녁 한 시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 경남도의원을 하며 지켜본 김두관 도정에 대한 평가는?
"진주만 놓고 보면 김 지사는 진주에 우호적이다.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에 반대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의 진주 유치에도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하게 부닥친 게 없다. 유일한 게 4대강사업인데, 그것만 빼고 나면 진주로 볼 때는 우호적인 평가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 지금 한나라당 비대위는 당명도 변경하는 등 혁신하겠다고 하는데?
"비대위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위원장한테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박 위원장이 지게 될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박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 멤버와 여러 가지 나오는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결과는 총선 때 국민들이 결과물을 놓고 심판할 것이다."

-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권은 낙후돼 있다고 하는데, 그 대안으로 경남도청 제2청사나 출장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경남도의회 본회의 5분 발언과 도정 질문 때 주장한 적이 있다. 진주가 근본적으로 낙후되기 시작한 게 크게 보면 두 가지다. 1925년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간 사건과 1983년 대동공업사가 대구로 간 사건이다. 이후 진주는 껍데기만 남았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 창원시가 되었는데, 경남에서 떨어져 나갔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진주에 경남 제2청사 내지 출장소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 말 출판기념회 때 김두관 지사가 왔을 때, 제2청사와 '평생교육진흥원', '농업회관'을 진주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매달려 볼 것이다."

- 진주시가 사천시와 행정구역 통합을 요구했지만 사천은 반대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묘한 문제다. 진주시장을 비롯한 진주에 있는 많은 인사들은 통합을 바란다. 시장의 논리는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인구가 50만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시를 합쳐봐야 50만이 안 된다. 인근 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 등 7개 시·군을 합쳐야 70만이다. 산청은 무조건 통합하자는 쪽이다. 정치적으로 보아 산청과 합치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통합 효과를 보려면 사천과 합쳐야 하는데, 산청만 통합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 정부와 부산시는 남강댐 물의 부산권 공급을 바라고 있다. 올해 정부는 창녕·함안에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부산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관로 매설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남강댐 용수증대사업은 반대다. 남강댐 물은 관을 묻어 부산으로 가져가서는 안되고, 흘러가는 물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은 찬성이다. 흘러가는 물을 주는 방법이 인공습지 조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부산을 방문해, 임기 안에 댐을 만들어서라도 부산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 발언이 나온 뒤 난리가 났다. 댐을 만들면 더 부작용이 크다. 그래서 나온 게 강변여과수인데, 그 사업은 현재까지는 남강댐 물과 관련이 없다. 창녕·함안에 강변여과수를 뽑아 관을 매설해 부산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두 지역에 강변여과수를 뽑으면 농업용수는 절단이 난다. 그 사업을 하기 위해 묻어 놓은 관이 진주까지 연결시킬까 걱정이다. 대책은 인공습지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인공습지다 대안이다."

- 최구식 의원이 3선에 도전할 것 같은데?
"남강댐 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주 출신이 3선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습다. 진주 의원이 3선이 아니라 5선이 되면, 부산 의원보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진다는 말이냐. 힘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번에 '이웃집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내걸었다. 지금 정치 풍토는, 지역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다 보니 당선시켜 준 주민들보다 공천을 준 중앙당에 대해 고맙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권위적이고, 주민 이익과 중앙당 이익이 배치가 되면 중앙당 편을 든다. 이제 정치는 지역을 대변해야 하고, 주민과 애환을 같이 해야 한다. 크고 작은 일도 의원과 같이 상의할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 안에서 '디도스 공격 사건' 때문에 '진주갑'을 무공천 지역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한나라당이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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