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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절규 "벌써 20명째... 얼마나 더 죽어야"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 31일 긴급기자회견 열어 사태 해결 호소

등록|2012.01.31 18:52 수정|2012.01.31 19:58

▲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로 20번째 희생자를 낸 가운데 31일 강남구 역삼동 쌍용차 서울사무소 앞에서 '쌍용차 20번째 사회적타살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지수


'희망뚜벅이'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해결을 외치며 힘차게 출발한 지난 30일. 트위터로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느닷없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이화사거리에 희망뚜벅이가 막혀있는 지금, 쌍차에서 스무 번째 죽음의 소식이 왔다. 왜 노동자들이 목숨을 포기해야 할까..."

'두 번째 해고'에 우울증 앓다 심장마비로 세상 떠나

해고되어 일터를 잃은 노동자가 또 세상을 떠났다. 벌써 20번째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는 대량 정리해고를 강행해 1800명의 희망 퇴직자와 976명의 정리해고자를 냈다. 이후 2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20명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생을 끝냈다.

그간 쌍용차의 해고노동자와 노조원들은 2년간 꾸준히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또 2011년 12월 24일엔 평택에서 1차 '희망텐트' 농성을 벌여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기도 했다.

지난 30일에 출발한 '희망뚜벅이'도 2주간 장기사업장을 방문한 후 마지막으로 평택 쌍용차 농성장에서 만나 3차 희망텐트 캠프를 벌일 예정이었다. 정리해고 문제에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쌍차 노동자들에게 힘을 몰아주자며 모든 투쟁 노동자들이 힘을 합치려는 순간에 또다시 슬픈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20번째 사망자 강아무개(52) 조합원은 쌍용차 프레스생산팀에 근무하던 중 2009년 사측의 강압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파업 후 사측은 생산을 재개했으나, 프레스생산팀에 마땅한 사람이 없자 해고된 강씨를 다시 불러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후 근무시켰다.

그러나 장비교육이 끝난 후 강씨가 받은 것은 정규직 복귀가 아닌 계약해지, 재해고통보였다. 그는 두 번째 퇴직을 하면서 우울증을 겪었다. 그렇게 건강이 악화되던 중 지난 20일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기자회견 연 강씨 유족들 "이런 비극 이어지지 않아야"

▲ 이날 조합원들은 회견 후 쌍용차 사무실로 직접 올라가 담당자에게 항의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 부지부장이 막아선 사측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 김지수

이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11시 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풍림빌딩 쌍용차 서울사무소 앞에서 '쌍용차 20번째 사회적 타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은 정리해고로 인한 희생자를 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고인은 회사의 약속만 믿고 밤낮으로 출근했지만 해지를 당하자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며 "사측의 무차별적 정리해고가 스무 명의 목숨을 잃게 했다, 이것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자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은 "2월 11일 쌍용차 투쟁이 1000일 맞기 전까지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모두 복직시키겠다"며 "더이상 사람이 죽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측은 해고노동자와 가족에게 무릎꿇고 사죄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해고된 강씨의 유족이 직접 언론에 이 사건을 알려줄 것을 당부해 마련된 자리였다. "해고된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가족이기에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족들이 나서서 요청했다"고 쌍용차지부는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사측에 직접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직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담당자가 회의중이다", "점심시간이라 담당자가 없다" "원하는 담당자는 전부 평택에 있다" 등 엇갈리는 답변들만 돌아왔다.

사측은 "지금 항의서한을 주시면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그 얘기만 2년 반 동안 들었다, 이젠 신뢰가 깨졌으니 관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맞섰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 한 조합원이 이렇게 절박하게 외쳤다.

"얼마나 사람이 더 죽어야 되냐. 이제 스무 명이다. 얼마나 더 어떡해야 되냐고..."

그의 절박한 항의에 사측 직원들도, 취재기자들도 숙연해졌다. 이후 담당자가 직접 온 뒤에야 20여분간의 실랑이는 일단락되었다. 자신을 홍보팀장이라고 밝힌 사측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항의서를 담당자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등 논평 "21번째 죽음 소식 전해질까 두렵다"

한편 쌍용차의 20번째 죽음에 진보신당과 사회당 등 각 진보정당에서도 논평을 통해 쌍용차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이대로 스물한 번째 죽음 소식이 전해질까 두렵다"며 "돌아가신 스무 분과 지금도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 모두 정부가 그토록 위하겠다는 서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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