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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바닷속엔 타임캡슐 수중비가 있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여수엑스포 성공기원 D-100일 수중비 건립행사 열어

등록|2012.02.01 16:24 수정|2012.02.01 17:48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신년회 D-100일 마라도 출정식'에서 마라도 살레덕 해안에 수중비를 설치하고 있다. ⓒ 심명남


"2012년 엑스포 해가 밝았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남해, 동해 그리고 서해를 찍고 이제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까지 달려왔습니다. 세계 곳곳 관광객들이 찾는 필리핀에서 수중에 세워진 십자가 수중비가 유명하듯 마라도에 세워진 수중비는 훗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 D-100일을 앞두고, 지난 1월 28일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에서 생활체육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이민식 회장이 말했다.

올해는 여수가 탄생한 이래 가장 큰 도약을 맞이하는 해. 바다와 인류의 공존, 자연과 문명의 상생을 보여 줄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는 바다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해안 바다지킴이인 다이버들은 1년 전부터 우리해양 삼면에 꼭짓점을 찍고, 이제 대한민국의 최남단 섬 마라도에 모였다.

지난해 5월 14일부터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백도(D-365일), 독도(D-300일), 연평도(D-200일)에 이어 마라도(D-100일)에 수중비 건립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연평도 주민과 마라도 주민 일부는 해양엑스포가 어디서 하는 것인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도 컸다. 하지만 회원들의 보람은 누구보다 크다. 연평도와 마라도 주민들과의 좋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박람회기간에 여수를 찾기로 했고, 연합회에서 숙식을 제공키로 약속을 주고 받았다.

장흥에서 제주행 오랜지호를 타다

▲ 장흥-제주를 하루 4번 왕복운항 하는 3만 마력의 워터추진엔진을 탑재 최고속도 36.5노트를 자랑하는 오렌지호 김영진 선장(52) ⓒ 심명남


지난달 28일, 오전 4시 알람이 울렸다. 여수에서 오전 5시 차를 타기 위해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장흥노력항은 많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장흥과 제주도는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장흥항에는 2010년 7월 2일 정기운항 여객선이 생겼는데, 제주관광이 활기를 띠면서 사계절 내내 비수기가 없단다. 제주행 국내 최단시간이 소요되는 쾌속선은 하루 4번을 왕복 운항하지만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표가 매진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장흥해운에서 운항하는 여객선 오렌지호는 2400톤의 무게에 3만 마력의 워터추진엔진을 탑재했다. 1척당 선적 정원은 564명에 차량 68대를 실을 수 있다. 쾌속선은 최고속도 36.5노트를 자랑한다. 어느덧 오렌지호가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을 울린다.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선장실엔 선장과 부선장을 비롯해 4명이 레이더와 항로를 감시한다. 오렌지호 김영진(52) 선장은 이곳에 오기 전 부산과 후쿠오카를 운항하는 코비쾌속선 선장도 했다.

"쾌속선의 가장 큰 적은 고래입니다. 수년 전 선장시절 홋카이도를 항해하는 중 8m짜리 밍크고래가 쾌속선의 날개와 부딪혀 큰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사실 자부심도 느끼지만 고속으로 운항하는 쾌속선은 결함이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을 제시간에 맞춰 항구에 도착하지 못하면 여행스케줄이 꼬이기 때문에 불만이 폭주합니다."

장흥을 출반한 지 2시간 만에 오랜지호가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 성산포항에 도착해 송악산 나루터까지는 버스로 1시간 20분이 걸렸다. 이어 송악산 나루터에서 일행과 관광객을 태운 송악산호는 30분 만에 마라도에 도착했다. 마라도에 도착하니 마중 나온 어촌계 주민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신년회 D-100일 마라도 출정식'에서 마라도 살레덕 해안에서 마라도 어촌계 주민들에게 갓김치를 전달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심명남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마라도 살레덕 해안에 수중비를 설치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수중비 다이빙 관광으로 유명한 필리핀 다이빙 코스 아닐라오는 마닐라 남쪽의 인기 있는 행선지다. 캐세드럴(Cathedral)은 아닐라오의 가장 잘 알려진 다이브사이트로 15미터 지점에 대리석으로 만든 수중 십자가가 놓여있다. 바닷 속에 놓여 있는 수중 십자가를 보기 위해 해마다 많은 다이빙 관광객들이 몰려 또 다른 볼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마라도 살레덕에 수중비를 세우다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마라도 살레덕 해안에 수중비를 설치하고 수중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심명남


신년회 D-100일 마라도 출정식 행사를 통해 이곳에 세워진 수중비는 박람회 홍보효과도 있지만 그 지역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제작한 수중비는 가로 78cm, 세로 60cm, 높이 14cm의 친환경 소재로 만든 비석이다. 수중비에는 16기가 분량의 방대한 자료의 타임캡슐이 동봉되어 있다. 타임캡슐을 준비한 여수스킨스쿠버 연합회 김성범 이사의 말이다.

"향후 백 년 아니 수천 년이 지난 어느 날 마침내 타임캡슐이 열릴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이 살다간 발자취가 남을 테죠. 타임캡슐에는 우리나라와 전라남도 그리고 여수시의 과거, 현재, 미래상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조직위원회 준비과정, 연합회 활동상과 함께 우리 연합회 회원들의 간절한 소망과 희망메시지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시절 자신의 핸드폰 끝자리를 2012로 바꾼 여수스킨스쿠버 장익희 재무이사.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수중비 디자인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 제정과 함께 제작을 직접 담당했다. 특히 준비과정에서 백도, 독도, 연평도, 마라도에 수중비 설치 허가를 받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곳이 국립공원지역이고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이다 보니 담당공무원과 행정적 허가를 얻는데 난항을 겪었다. 장익희 재무이사의 말이다.

"이번 행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행사잖아요. 이를 계기로 수중비라는 자체를 특허로 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4번의 행사를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회원들과 더 많은 동지애도 느꼈습니다. 현재 엑스포의 성공개최와 함께 사후활용문제까지 학술진흥원에 발표될 논문게재와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신년회 D-100일 마라도 출정식'에서 마라도 살레덕 해안에 수중비 행사를 마치고 점심으로 마라도 자장면을 먹고 있다. ⓒ 심명남


마라도에 수중비를 세운 곳은 살레덕 선착장 주변이다. 마라도에는 현재 53세대에 주민 107명이 거주한다. 18명의 어촌계 조합원은 주로 해녀작업을 통해 삶이 이루어진다. 수중비가 세워진 곳은 청정해역이라 날씨가 맑은 날에는 관광객들이 바닷속에 설치된 수중비를 훤히 볼 수 있다. 수중비 설치를 지켜본 송재영(65) 이장의 말이다.

"마라도에는 배추를 재배할 땅이 여의치 않아 김치를 먹기 어려운데, 여수의 유명한 갓김치를 위문품으로 전달해 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라도까지 와서 수중비 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 뜻깊게 생각하고, 여수해양엑스포 기념사업차원에서 많은 홍보가 기대됩니다. 100일 남은 여수세계여수박람회를 잘 준비해 성공적인 세계박람회가 개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수중비 행사를 마친 후 송악산호가 마라도에 접안하고 있다. ⓒ 심명남


전날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 한파가 거짓말처럼 수그러들었다. 이날 수중비 행사가 무사히 끝나자 파도가 높게 일었다. 이번이 4번째 행사지만 매번 수중비 건립행사 때마다 하나같이 바다는 평온함으로 일행을 맞이했다.

용왕님의 보살핌이었을까? 여수세계박람회가 잘 진행될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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