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괴물방송', 완전 빠져들었습니다
<뉴스타파><손바닥뉴스><이털남> '인터넷 방송' 전성 시대
▲ <이상호의 손바닥뉴스>의 1일 '화려한 인터뷰' 제작 현장. 대법원 앞에서 <부러진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비는 테이블 1개, 의자 2개, DSLR카메라 2대와 부수장비가 전부다. ⓒ 소중한
"'현장 인터뷰' 잠시 뒤 11시 김명호 교수를 대법원 앞에서 만납니다. 현장에 오시거나 트윗을 통해 질문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손바닥뉴스> PD와 작가가 그들 앞에 '무기'를 꺼냈다. 책상 1개, 접이식 의자 2개, 그리고 DSLR 카메라 2대가 전부였다. 이상호 기자는 "많은 사람들이 시청률 갖고 종합편성채널(종편)보다 낫다고 하는데 그러지 마"란다. 이유를 묻자 "시청자 수 계산해 보면 종편은 12만5천 명 정도고 우린 100만 명 정도 보는데 종편이랑 비교하면 우리도 얼마 안 보는 줄 알아"라고 꼬집었다.
이제는 '제대로 된 뉴스' 원한다
지난 12월 야심차게 시작한 종편은 '0%대' 시청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을 소수점 3자리까지 계산하며 종편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끼리 '도토리 키 재기'를 한다. 1%도 '대박'으로 여긴다. 오보와 방송 사고도 잇따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눈치 챈 시청자들조차 드물다는 것이다. 종편의 연간 제작비는 2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30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MBC <뉴스데스크>는 15분 정도만 방영된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굵직굵직한 사안마다 MBC는 정도를 걷지 못했다"며 "시민들의 돌팔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MBC와 종편 사례처럼 현재 기성 방송은 위기다. 특히 뉴스를 텔레비전, 라디오로만 접하던 세상은 지나간 지 오래다. 이용마 국장이 "청와대나 여권의 해명자료를 베껴 쓰거나 보도를 아예 누락했다"고 말했듯 기성 방송은 더 이상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직 언론인들과 언론노조가 만든 인터넷 뉴스 <뉴스타파>는 지난달 27일 첫 방송 후 1주일도 안돼 유튜브 조회수 50만 건을 넘었다. <뉴스타파> 제작진이 가진 장비는 캠코더 1대, 조명 3개, 의자 1개, 마이크 1개, 컴퓨터 1대가 전부다. YTN 해직 기자 출신인 노종면 <뉴스타파> 앵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시청자들이)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돌풍 원인을 해석했다.
<뉴스타파> 시청자들 "수신료 자진 납부할래"
<뉴스타파> 첫 회 방영 후 많은 시청자들이 심층 보도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최근 많은 매체에서 많은 뉴스는 쏟아지지만 '풍요 속의 빈곤'인 상황"이며 "뉴스는 전말, 인과, 본질, 현상을 끝까지 따져서 끝을 보는 것인데 <뉴스타파>는 심층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자진해서 수신료를 내겠다고 할 만큼 반응도 좋다. '파워 블로거'인 프로레슬러 김남훈씨는 자신의 트위터(@namhoon)에 "후원계좌를 오픈해! 내 돈을 받아!", "무려 사흘간 시간을 주고 아량을 베풀었으나 후원계좌를 오픈하지 않았으니… 사무실에 난입하겠다" 등의 호의적인 글을 올렸다.
▲ 프로레슬러 김남훈씨가 지난달 31일 <뉴스타파> 제작진을 찾아가 "후원 계좌를 오픈하라"며 노종면 앵커를 협박(?)하고 있다. 김씨는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namhoon)에 올리며 "뉴스타파 노종면 앵커에게 지옥의 홍삼초크!!! 후원 계좌를 오팬해!! 내 돈을 받아!! 받으라고!!"라는 글을 함께 썼다. 이후에도 김씨는 트위터와 직접 방문을 통해 협박 아닌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 ⓒ 트위터 @namhoon
<뉴스타파>처럼 시청자의 '알 권리'를 채우는 방송이 요즘 '뜨고' 있다. 이들은 뉴스를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주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주류 방송 매체가 아닌 인터넷, 팟캐스트를 통한 새로운 매개체로 시청자나 청취자와 만난다.
MBC 자회사인 <손바닥TV>의 한 프로그램인 <손바닥뉴스> 역시 <뉴스타파>처럼 단순한 보도 형식의 뉴스를 지양한다. 매주 목요일 6시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으로 방영되는 <손바닥뉴스>는 주로 '사람'을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초대하는 사람은 '뜨거운 감자'라면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 특성상 진보 성향의 젊은 시청자가 많음에도 지난달 12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출연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는 "요즘 시청자는 언론사 고유의 편집권과 편성권이 개입된 가공물보단 '날 정보'를 원한다"며 "평상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 있는 그대로, 최소한만 가감해서 보여주기 위해 주로 생방송 인터뷰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 대상자의 진정성을 끌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물어보고 판단은 시청자가 하게 한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만드는 <이털남> 역시 '깊이 있는 뉴스'를 추구한다. 한 가지 주제를 '탈탈 털어' 매일 오후 5시 팟캐스트에 업로드한다. 진행자 김종배씨와 뉴스와 연관된 사람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짝을 이뤄 하나만 '턴다'. 국내 팟캐스트 종합순위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종배씨는 <이털남> 인기 요인에 대해 "시중의 뉴스들이 스트레이트(단순 보도) 중심인데 반해 이털남은 스트레이트 싸움이 아니다"며 "하루에 이슈 하나만을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으로 심층적으로 뉴스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깊이 있는 뉴스', '고정 시간대 편성'이 인기 요인
▲ 인터넷방송 뉴스타파, 손바닥뉴스, 이털남 비교 ⓒ 고정미
<뉴스타파> <손바닥뉴스> <이털남> 인기를 끈 계기는 <나는꼼수다>(나꼼수)의 등장이다. 하지만 <나꼼수>가 '예능'에 가깝다면 이들은 '깊이 있는 뉴스'를 추구한다. 이는 세 방송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기도 하다.
<이털남> 책임피디(CP) 역할을 맡고 있는 이한기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장은 "<이털남>은 <나꼼수>의 '웃음 코드'를 고집하지 않고 정석대로 뉴스를 보도하고자 했다"며 "사람들이 <나꼼수>를 듣고 통쾌해 했다면, <이털남>을 들으면서 제대로 뉴스 보는 시각을 갖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셋의 인기요인에는 '고정성'도 한몫했다. <뉴스타파>는 매주 금요일, <손바닥뉴스>는 매주 목요일, <이털남>은 매일 오후 고정적인 시간에 시청자 또는 청취자를 찾아간다. <나꼼수>를 비롯한 많은 팟캐스트가 비정기적으로 업로드되던 것과는 다르다. <나꼼수>야 워낙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아무 입지도 없는 상태에서 새 방송을 듣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들쭉날쭉하기보다 정기적으로 업로드되는 매체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세 방송의 공통점이다. 앞서 소개했듯 해직 언론인으로 이뤄진 <뉴스타파> 제작진은 열악한 장비를 갖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손바닥뉴스> 녹화 현장 역시 조촐했다. 이상호 기자는 "MBC에 있으면서 ENG카메라 많이 써봤지만 이걸(DSLR 카메라)로 찍어도 아주 근사하게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털남> 역시 팟캐스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녹음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다.
▲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1월 13일 오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정연주와 터는 MB방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이들 사이엔 공통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가 정제된 뉴스라면 나머지 둘은 생동감이 넘치는 '날 것'에 가깝다. <뉴스타파>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손바닥뉴스>나 <이털남>과는 형식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외형상 <뉴스타파>가 마치 기성 방송사 메인 뉴스를 보는 것 같다면 나머지 둘은 뉴스라고 하기엔 파격이다.
이런 새 방송 매체의 인기 요인은 기성 언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렇다면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할 때 이들은 쇠퇴할 것인가.
이상호 기자는 "더 발전할 것"이라면서 "좀 더 언론 환경이 좋아지는 시대가 오더라도 이미 한껏 고양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의식, 미디어에 대한 욕구가 쉽사리 만족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기 국장 역시 "대안이란 말은 성급하고 새로운 영역의 소통 방식이 생긴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팟캐스트와 인터넷 동영상 뉴스가 단순히 기성 언론 대체가 아닌 전혀 다른 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덧붙이는 글
소중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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