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해 달라고 고모와 제가 무릎 꿇었습니다"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 사망, 21살 딸 호소 ... 노동자단체, 대책 촉구
"회사측에서 처음에 '빈소를 차리면 찾아가서 협상해보겠다' 하여 빈소를 차렸는데, 협상해주겠다던 사람들이 '다음 주 월요일에 다 해주겠다'거나 '일단 변호사랑 다 이야기해봐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더군요. 그래도 제발 협상 좀 해달라고 둘째고모와 제가 무릎을 꿇고 빌고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창원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로 일하다 피로누적으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아버지를 둔 21살 난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최아무개(50)씨는 지난 1월 18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최씨의 딸(21)이 인터넷(cafe.daum.net/hanoyun)에 절규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최씨는 90살 어머니와 딸을 두고 부산 영도에 살아 왔다. 그는 지난해 말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로 일해 왔는데, 1월 18일 컨테이너로 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최씨는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해왔는데, 심지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하고 그날 아침에 정상 출근해 일하기도 했다.
유가족측은 STX중공업 하청업체(영진오션)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부산 한 병원에 시신을 안치해 놓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사망한 일용노동자의 딸 호소 "개집보다 못한 곳이었다"
다음은 최아무개씨의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 전문이다(일부 문장 수정).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2주가 됩니다. 장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아직 발인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있네요. 회사측을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몇 번이나 찾아가고 연락했지만 전혀 만날 생각도 없고 유족에 대한 성의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1월 30일 회사측과 연락이 되어 '오늘 찾아오면 필요한 자료들을 다 준비 해놓고 이 사건에 대해 논해보겠다'던 그 사람들을 막상 찾아가보니, 변호사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을 던져주며 '이 사람과 이야기하라' 하고 또 어디론가 갔습니다. 연락을 하여 오라고 했더니 '왜 그러느냐'며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인냥 '변호사랑 대화 나누면 된다'며 전화를 끊더라구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STX중공업-(주)영진오션. 저희 아버지는 이 기업에 곧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가셨답니다. 그래서 갔더니 하루 24시간 중에 21시간이나 일하셨습니다. 즉,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것입니다. 과로사를 당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버지가 피로로 인해 복통이 있으셨는데 그때 안전관리담당자가 병원에 데려갔거나 아니면 그 회사에서 조치만 잘해줬더라면 저희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직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어쩜 무심하게 탈의실 겸 휴게실인 난방도 전혀 안 되는 '개집 같은 곳'에 사람을 쉬게 할 수 있습니까? 이건 개집보다 더 못한 곳입니다. 그 현장을 보고 얼마나 울분이 터지던지.
저는 참다 못해 회사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할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일당바리'가 아닌 이 기업에 곧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가셨답니다. 마음이 더 먹먹하고 찢어질 거 같습니다. … 회사측에서 처음에 '빈소를 차리면 찾아가서 협상해보겠다' 하여 빈소를 차렸는데, 협상해주겠다던 사람들이 '다음 주 월요일에 다 해주겠다'거나 '일단 변호사랑 다 이야기해봐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더군요. 그래도 제발 협상 좀 해달라고 둘째고모와 제가 무릎을 꿇고 빌고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그러더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알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었다니.
빈소도 차릴 돈이 없어 대부분 외상으로 했구요. 조문 오신 아버지의 친구들과 선배, 그리고 동료들이 오셔서 부의해주신 금액으로 몇 푼 정도 값을 치뤘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저희 집 기둥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없는 현재, 저는 혼자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겠다던 (주)영진오션 부사장, 총무. 너무 화납니다.
STX라는 좀 알아주는 큰 기업인데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하루하루 지나길래 설마 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요. 변호사를 사서는 법적으로 대응하자니 말이 됩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울분이 터져 저는 STX중공업 본사 앞, (주)영진오션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것입니다. STX중공업-(주)영진오션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보상 다 해주고, 장례비도 다 책임지겠다고 할 때까지 제가 힘들어서 쓰러지고 죽는다 해도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가 피로누적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지난 1월 31일 <오마이뉴스>('사망' STX 하청 노동자, 열흘째 장례 못 치러)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된 뒤, 노동단체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2일 오전 STX중공업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내하청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경남지역대책위'는 3일 오전 창원시내에 있는 STX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또 이 단체는 선전전과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최근 조선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STX 원청은 이 고통을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현장에서는 관리자들의 살벌한 재촉과 해고협박이 일상화 된지 오래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갈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당장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더 이상 죽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위험한 작업 현장"과 "위험한 작업공정 강요", "일방적인 임금삭감 통보" 등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STX중공업에 대해, 이들은 "책임지고 유족들에게 최대한 보상을 실시할 것"과 "조선산업의 위기를 핑계로 하청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하도급단가인하를 강요하지 할 것", "안전을 무시한 장시간 노동을 중지할 것", "무리한 작업공정을 개선하고, 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STX중공업 측은 "협력사에서 산재 적용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협력사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력사의 작업 지시는 원청에서 직접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창원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로 일하다 피로누적으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아버지를 둔 21살 난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최아무개(50)씨는 지난 1월 18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최씨의 딸(21)이 인터넷(cafe.daum.net/hanoyun)에 절규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 STX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가 지난 1월 18일 오전 피로 누적으로 휴식하겠다며 컨테니어로 된 공장 탈의실에 있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진은 탈의실 내부 모습. ⓒ 금속노조 경남지부
최씨는 90살 어머니와 딸을 두고 부산 영도에 살아 왔다. 그는 지난해 말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로 일해 왔는데, 1월 18일 컨테이너로 된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최씨는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해왔는데, 심지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하고 그날 아침에 정상 출근해 일하기도 했다.
유가족측은 STX중공업 하청업체(영진오션)에 협상을 요구했지만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부산 한 병원에 시신을 안치해 놓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사망한 일용노동자의 딸 호소 "개집보다 못한 곳이었다"
다음은 최아무개씨의 딸이 인터넷에 올린 글 전문이다(일부 문장 수정).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2주가 됩니다. 장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아직 발인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있네요. 회사측을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몇 번이나 찾아가고 연락했지만 전혀 만날 생각도 없고 유족에 대한 성의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1월 30일 회사측과 연락이 되어 '오늘 찾아오면 필요한 자료들을 다 준비 해놓고 이 사건에 대해 논해보겠다'던 그 사람들을 막상 찾아가보니, 변호사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을 던져주며 '이 사람과 이야기하라' 하고 또 어디론가 갔습니다. 연락을 하여 오라고 했더니 '왜 그러느냐'며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인냥 '변호사랑 대화 나누면 된다'며 전화를 끊더라구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STX중공업-(주)영진오션. 저희 아버지는 이 기업에 곧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가셨답니다. 그래서 갔더니 하루 24시간 중에 21시간이나 일하셨습니다. 즉,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것입니다. 과로사를 당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버지가 피로로 인해 복통이 있으셨는데 그때 안전관리담당자가 병원에 데려갔거나 아니면 그 회사에서 조치만 잘해줬더라면 저희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것입니다. 아무리 정직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어쩜 무심하게 탈의실 겸 휴게실인 난방도 전혀 안 되는 '개집 같은 곳'에 사람을 쉬게 할 수 있습니까? 이건 개집보다 더 못한 곳입니다. 그 현장을 보고 얼마나 울분이 터지던지.
저는 참다 못해 회사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할 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일당바리'가 아닌 이 기업에 곧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가셨답니다. 마음이 더 먹먹하고 찢어질 거 같습니다. … 회사측에서 처음에 '빈소를 차리면 찾아가서 협상해보겠다' 하여 빈소를 차렸는데, 협상해주겠다던 사람들이 '다음 주 월요일에 다 해주겠다'거나 '일단 변호사랑 다 이야기해봐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더군요. 그래도 제발 협상 좀 해달라고 둘째고모와 제가 무릎을 꿇고 빌고 울면서 호소했습니다. 그러더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알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었다니.
빈소도 차릴 돈이 없어 대부분 외상으로 했구요. 조문 오신 아버지의 친구들과 선배, 그리고 동료들이 오셔서 부의해주신 금액으로 몇 푼 정도 값을 치뤘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저희 집 기둥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없는 현재, 저는 혼자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겠다던 (주)영진오션 부사장, 총무. 너무 화납니다.
STX라는 좀 알아주는 큰 기업인데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하루하루 지나길래 설마 했는데 이럴 수가 있나요. 변호사를 사서는 법적으로 대응하자니 말이 됩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울분이 터져 저는 STX중공업 본사 앞, (주)영진오션 앞에서 1인시위를 할 것입니다. STX중공업-(주)영진오션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보상 다 해주고, 장례비도 다 책임지겠다고 할 때까지 제가 힘들어서 쓰러지고 죽는다 해도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 최아무개(50)씨가 피로 누적을 호소하다 가 지난 18일 오전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2일 오전 STX중공업 정문 앞에서 STX를 규탄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 조선하청노동자연대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가 피로누적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지난 1월 31일 <오마이뉴스>('사망' STX 하청 노동자, 열흘째 장례 못 치러)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된 뒤, 노동단체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2일 오전 STX중공업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내하청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경남지역대책위'는 3일 오전 창원시내에 있는 STX R&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또 이 단체는 선전전과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최근 조선산업이 위기라고 하지만 STX 원청은 이 고통을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현장에서는 관리자들의 살벌한 재촉과 해고협박이 일상화 된지 오래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갈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당장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더 이상 죽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STX비정규직현장위원회'는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위험한 작업 현장"과 "위험한 작업공정 강요", "일방적인 임금삭감 통보" 등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STX중공업에 대해, 이들은 "책임지고 유족들에게 최대한 보상을 실시할 것"과 "조선산업의 위기를 핑계로 하청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하도급단가인하를 강요하지 할 것", "안전을 무시한 장시간 노동을 중지할 것", "무리한 작업공정을 개선하고, 현장의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STX중공업 측은 "협력사에서 산재 적용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협력사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력사의 작업 지시는 원청에서 직접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STX중공업 하청업체 일용노동자 최아무개(50)씨가 피로 누적을 호소하다 가 지난 18일 오전 공장 탈의실에서 사망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2일 오전 STX중공업 정문 앞에서 STX를 규탄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 조선하청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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