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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처럼 인권침해 결정...가슴 아파

2011년 대구에서 가장 많은 벌금 낸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등록|2012.02.06 14:37 수정|2012.02.06 14:37

▲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 조정훈


"인권단체 활동가라면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거의 없는 활동가 입장에서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을 선고하니 고통스럽습니다."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활동가 서창호씨는 2011년 대구에서 가장 많은 벌금을 낸 시민운동가다. 지난 2010년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장애인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문제삼았다. 또 동산병원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에 대책위원장으로 적극 개입했다. 그 대가가 벌금 800만 원 선고였다.

그는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경찰폭력감시단'의 단장으로 경찰의 사진 채증의 불법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도로교통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2년과 1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벌금이 가중된 것이다.

2011년 장애인 인권, 기초수급권자 문제, 파산학교 운영 등 소외된 사람들 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 가장 많은 벌금을 낸 서창호씨를 만났다.

"많은 벌금은 시민운동가 활동 위축시키려는 의도"

- 지난해 대구지역 시민운동가 중 가장 많은 벌금을 냈다.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집시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액수가 늘어났다. 인권운동가로서 당연히 제기해야 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수입이 거의 없는 터에 많은 벌금을 내야 해 상당히 곤혹스럽다. 법원이 많은 벌금을 선고한 것은 시민운동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됐다고 본다."

- 광우병 촛불시위 때는 집행유예와 1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도로교통법 위반이 문제가 됐다. 집행유예는 이해가 되나 인권활동가에게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사법부가 나의 활동을 사회봉사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다. 요즘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법원이 때때로 인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 올해도 추가 조사를 받는 것으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8일 한미FTA 반대 민중대회 집회와 관련해 도로교통법, 집시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다. 용산참사 관련해 야간에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 70만 원이 부과되었으나 아직 고지서는 나오지 않았다."

- 벌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장애인단체에서 벌금 마련 1일 호프를 해서 도와주었다. 일부는 의료연대에서도 명절맞이 재정사업을 해서 지원해주었다. 하지만 주변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상당히 미안하고 곤혹스럽다."

지금까지 260회 파산학교 열어 4000여 명이 도움 받아

▲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활동가는 지난 2011년에 800만원의 벌금을 내 대구에서 벌금왕이 되었다. ⓒ 조정훈


- 왜 인권인가?
"인권 문제를 얘기하면 보통 군인들의 구타, 경찰 조사과정의 가혹행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인권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생활에 늘 있는 문제고 광범위하다. 일터에서의 문제라던가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인권이 있다. 그리고 인권에는 항상 강자와 약자가 있고 국가 권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 인권운동은 언제부터 했나? 그리고 인권운동연대를 소개한다면.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되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하지만 빈곤과 사회적 권리를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단체가 없었다. 그래서 인권문제에 대한 고민을 했고 인권운동연대를 만든지 6년이 됐다. 인권운동연대는 장애인, 비정규 노동자, 금융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 아래로부터의 연대, 인권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활동, 국가인권위 활동에 대한 감시와 의견제시 등의 일을 한다."

- 인권운동연대가 '파산학교'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빈곤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했다.  '파산'하면 경제적 활동을 못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사실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출발(fresh start)'은 채무를 탕감하고 경제활동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파산학교'는 매주 토요일마다 260회 정도 진행해 지금까지 4천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문제, 건강보험체납 문제, 빈곤문제, 장애인문제 등 또한 사회적 문제로서 꾸준히 제기해 왔다."

- MB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인권은 사회 약자의 언어라 할 수 있다. 권력자가  '인권'이라는 말을 쓰면 그 인권은 죽은 인권이거나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밖에 없다. DJ정부 때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인권활동가들이 추운 겨울 명동성당에서 30일 가까이 농성했던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란 기구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감시하고 노력해야 한다."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보완하고 앞으로는 '58년 개띠'로 통칭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힘을 모으는데 노력하고 싶다. 이들 세대는 대학등록금, 집값문제, 정리해고 등으로 '고단한 세대'다. 누구나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인권운동연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많지만 재정은 열악하다. 회원들의 후원회비로 운영한다고 하나 매월 적자다. 그래서 서창호씨는 장애인활동 보조, 친환경 농산물 배달 등 직접 아르바이트에 나서 운영비에 보태고 있다. 그런 그에게 법원은 거액의 벌금과 함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법원과 법관들이 신뢰를 잃는 이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엔티뉴스(www.tn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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