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답사, 정말 만만치 않아요"
경기도 포천 고모리산성을 찾아가다
▲ 성곽높이 1.5~2m 정도로 쌓아올린 토축산성. 눈으로 잘 식별이 되질 않는다. ⓒ 하주성
어느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답사 다니시면 재미있겠어요. 전국 어디나 다 갈 수 있고, 또 여러 가지 문화재도 보고."
2월 5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산64번지 노고산에 있는 포천시 향토유적 제43호인 '고모리성지'를 찾아 나선 길. 고모리 저수지 공지에서는 대보름 축제를 하느라 시끄럽다. 그곳에서 주민들에게 고모리산성이 어디 쯤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저 위"라는 대답이다. 시골 분들의 '바로 저기'라는 말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을 때가 많다.
▲ 눈길고모리산성을 오르는 길. 눈길을 걸어 산성을 찾아갔다 ⓒ 하주성
▲ 비탈길걸어도 걸어도 또 산이 나타난다. 이 지역 산들의 특징이다 ⓒ 하주성
'바로 저기'가 눈길 한 시간 거리
고모리산성지는 고모산, 혹은 노고산이라고 부르는, 해발 380m의 산 정상부를 에워 쌓고 있는 토축산성이다. 두 개의 계곡을 끼고 있는 포곡식산성이라고 하나, 현재는 대부분 붕괴되어 성벽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전체 길이는 822m라고 하지만, 남아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
'바로 저기'라는 산성을 찾아가는 길은 용이하지가 않았다. 몇 번을 물어서 산으로 오르는 길. 눈길을 걸어 올라간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등산로라고 하지만,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산봉우리 부분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이것이 정상인가 보다 생각하면 또 산이 나온다. 그러기를 몇 번인가? 높지 않은 산을 오르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 줄비탈길은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 하주성
▲ 산행산성 가까이 오르면 갑자기 경사가 급해져 줄을 이용해야만 한다 ⓒ 하주성
▲ 소흘읍산성 위에 오르면 멀리 소흘읍이 보인다. 그만큼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 하주성
겨우 산 정상에 올랐다. 마침 이 산성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을 산 위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물도 준비하지 않고 올라간 산행. 숨이 턱에 찬다. 물 한 잔을 마시고나서 성이 어디냐고 물었다. 성이라고 알려주기는 하는데, 처음 찾는 사람들은, 이곳이 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표시가 나질 않는다.
더구나 눈이 쌓여 있고, 잡풀더미가 우거져 성의 흔적은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나마 봄에 눈이 녹으면 일부 흙과 돌을 섞어서 쌓은 부분을 발견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가 않지만, 눈이 녹으면 일부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막돌쌓기로 한 성곽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 성지산 위에서 만난 등반객들. 이곳 문화를 연구한다고 한다. 서 있는 곳이 토축산성이다 ⓒ 하주성
▲ 산성백제때 쌓은 성이지만 고구려군이 오래 사용하였다 ⓒ 하주성
백제 때 쌓은 성, 그러나 고구려가 더 오래 사용 해
원래 고모리산성은 백제 때 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은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려는 세력이나, 남에서 북으로 진출하려는 세력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요충지인 셈이다.
산 정상에서 만난, 이 지역의 성을 연구한다는 유대근씨는 "고모리산성에는 아마 100여 명 정도의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성이라기보다는 주변을 감시하는 초병들이 묵는 성곽이었을 것입니다. 이곳은 백제 때 산성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되는 토기들을 보면 고구려의 것들입니다. 아마도 중간에 고구려에게 성을 빼앗겨, 고구려가 주로 이용한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라고 한다.
▲ 하산길겨울철의 답사는 하산길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 하주성
눈길을 1시간여 걸어올라 찾아간 고모리산성. 비록 성곽은 유실되어 정확한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지만, 그 위에 오르니 사방을 살필 수 있는 요충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산성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 짐승들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오를 때보다 몇 배는 더 고생을 하고 내려온 비탈길. 겨울의 답사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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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답사겨울철에 떠난 답사. 포천시 소흘읍 고모산성을 찾아 나선길. 눈길에 산을 올라야 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 하주성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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