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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지만 최대한 시정에 반영하겠다"

수원시, 첫 시민배심법정 열어... 재개발지역 주민들 열띤 공방

등록|2012.02.09 10:39 수정|2012.02.09 10:39

▲ 19명의 배심원들이 '시민배심법정'을 시작하기 전에 선서를 하고 있다. ⓒ 유혜준


지난 8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수원시 주최로 '제1회 수원시 시민배심법정'이 열렸다. 시민배심법정은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석하여 안건을 평결하는 제도로, 수원시는 "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당사자간의 대립과 장기간 지속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주민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해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재개발' 관련 사안이었다.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3가 115-4구역은 지난 2006년 9월에 재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어 2007년에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되었으나, 지금까지 사업이 진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지역은 전체 면적이 9만4896㎡로 전체 토지 소유자는 678명이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지역주민 233명은 수원시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 추진위원회 취소 ▲ 재개발사업 취소 ▲ 토지 등 소유자명부 공개와 추진위 회계장부 공개 ▲ 토지 소유자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피신청인으로 참석한 이영인 수원시 도시재생과장은 ▲ 추진위원회 취소 요구는 법적 요건에 맞지 않다 ▲ 재개발 사업취소는 사업성 분석이 필요하다 ▲ 재개발구역 내의 토지소유자 명부는 관계법령에 따라 공개할 수 없으며, 만일 명부를 공개한다면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회계장부는 수원시가 아닌 재개발추진위에서 공개할 사항이다 ▲ 재개발과 관련된 순회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배심원들은 평결회의를 거쳐 ▲ 추진위원회 해산 요구에 대해  피신청인은 재개발사업의 진행여부를 지역민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하고 향후 도시개발을 계속할 것인지 논의할 것 ▲ 재개발사업 취소에 대한 건과 토지소유자 등 명부공개는 기각 ▲ 추진위원회 회계장부는 공개할 것과 피신청인은 관리감독 잘 할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최종 판결을 내렸다. 시민배심법정의 판결은 법적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장보웅 수원시 행정전략팀장은 "시민배심법정이 비록 법적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중요한 시도인 만큼 배심원들의 평결을 최대한 시정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칠준 판정관 "시민배심법정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역사적인 일"

▲ ⓒ 유혜준

'시민배심법정'은 오전 10시 19명의 배심원들이 모의법정에 입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김칠준 변호사는 판정관으로 참석해 '시민배심법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이끌면서 '토론을 통한 소통'을 강조했다.

특히 김 판정관은 시민배심법정을 시작하기 전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의 시민배심법정은 재판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민들이 판단의 주체가 되어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민배심법정에는 신청인과 피신청인 외에도 박완기 수원경실련 사무처장과 지역주민인 이청용씨, 강대현씨 등이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진술했다. 또한 재개발 추진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하여 "계속해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번 안건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방청석에는 주민 20여 명이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시민배심법정을 지켜보았다. 주민 김아무개씨는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는 사안을 다룬다고 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보러 왔다"면서 "재개발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개발 찬성 측과 반대 측 입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시민배심재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신청인과 피신청인 그리고 참고인의 진술이 모두 끝나고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최후진술까지 마친 뒤, 배심원들은 평결회의를 하기 위해 법정을 나갔고,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열띤 토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배심원으로 참석한 이아무개씨는 소감을 묻자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였지만 평결 내용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시 배심원으로 참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오늘 하루를 전부 할애했다"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다음에 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는 "판정관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을 잘하면서 '소통'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이날 배심원으로 100명의 예비배심원 가운데 추첨을 해서 20~30인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19명만이 출석해 전원이 배심원으로 '시민배심법정'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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