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장학금 줬다 뺐기... 참 '연세대'스러운 등록금 인하

[현장] 한대련 등 '등록금 소폭 인하' 규탄... 수업 일수 축소 등 각 대학들 꼼수

등록|2012.02.09 16:38 수정|2012.02.09 17:54

▲ 한국대학생연합과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이 '학우들을 기만하는 대학본부와 방관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었다. ⓒ 소중한



대학생들이 대학의 연이은 등록금 소폭 인하에 '뿔'이 났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서울지역대학생연합(서울대련)은 9일 오후 '학우들을 기만하는 대학본부와 방관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감사에서 드러난 최소 12.5% 인하 가능하다는 결과는 어디 갔나?"라고 꼬집었다.

"등록금 인하? 다리 부러진 사람에게 밴드 붙여주는 꼴"

감사원은 지난해 35개 대학의 등록금을 감사한 결과 등록금의 12.7% 이상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2년 4년제 대학 등록금 평균 인하액은 34만 원(지난달 29일 기준)이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지난달 29일 이후 발표된 20개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 인하액은 이보다 더 적은 약 28만 원 수준(9일 기준)이다. 특히 서울 지역 사립대의 경우 대부분 2~3%대 인하율을 기록, 21만 원이 조금 넘게 인하됐다. 세종대와 같이 등록금이 동결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난해 말 5% 인하 권고를 한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대학본부의 등록금 정책은) 다리가 부러져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밴드 붙여주며 치료해주는 척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태은 한대련 대학교육위원장은 이 같은 현재의 등록금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연대'를 강조했다. 윤 의장은 "다음달 30일 전국 대학생이 서울에 집결해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4월 7일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면 4·11총선에서 제대로 된 등록금 정책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당선될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이제 정치의 주역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본부가) 등록금 인하를 핑계로 수업일수를 줄이고 전임교수들의 수업 시간을 늘리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대련 측은 등록금 소폭 인하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로 광운대와 한양대의 경우 연간 수업일수를 32주에서 30주로 줄였다. 광운대의 경우 2011년 연평균 등록금 810만 원에 32주 수업을 하는 경우 주당 수업료는 약 25만3000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2% 인하했다고 하는 2012년 연평균 등록금 749만 원에 30주 수업을 하게 되면 주당 수업료가 약 26만5000원에 달한다. 등록금 총액만 줄었을 뿐 실제로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는 더 많은 것이다.

수업일수 줄이기, 전임교수 수업 확대..."꼼수 부리지 마라"

▲ 이수지 한국외대 사회대 학생회장이 기자회견 도중 발언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현탁씨(광운대 전자통신공학부)는 "광운대가 등록금을 인하하긴 했지만 수업일수를 줄이면서 사실상 등록금이 인상하게 된 것과 다를 바 없게 됐다"며 "등록금을 내는 주체는 학생인데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서강대, 한국외대의 경우에는 전임교수의 수업시간을 연장해 대학생들의 불만을 사하고 있다. 전임교수에게 부여되는 임금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수업시간이 늘어나면 비정규교수(시간강사)에 할당된 수업은 줄게 된다.

이수지 한국외대 사회대 학생회장은 "등록금을 소폭 인하한 상황에서 이 같은 꼼수를 부리는 모습에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최근 연세대에서는 장학금을 '줬다 빼앗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본부 측이 장학금 수령이 확정된 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장학금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메일에는 "등록금이 2.3% 인하됨에 따라 학과에 배정된 대학배정장학금이 기존 액수 대비 70% 삭감됐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학본부 측은 "단과대학에 배정한 장학금 일부를 본부가 직접 관리하는 가계곤란학생장학금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장학예산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준한 서울대련 의장은 "대학생들은 정부와 대학본부의 노리개가 아니다"며 "모든 책임을 대학생에게 전가하고 있는 대학본부와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 1월 29일 이후 20개 4년제 대학 등록금 발표 자료(9일 기준) ⓒ 오마이뉴스


덧붙이는 글 소중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