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들어선 시청... 확 달라졌네
책과 함께 하는 공간, 군포시청 북 카페 '밥상머리'
▲ 군포시청 북 카페 '밥상머리' ⓒ 군포시
시청사의 변신은 무죄? 시청이 변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가장 많이 변하는 곳이 바로 시청사가 아닐까 한다. 관선시대에는 시청사가 딱딱하면서 권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면 민선시대인 지금은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우면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군포시청. 시청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양 옆으로 환한 공간이 드러난다. 북 카페 '밥상머리'다. 시청사에 북 카페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비단 군포시만이 아니지만, 건물 현관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시청사 현관 안에 바로 북 카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군포시청 북카페 '밥상머리'는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밝고 화사하게 꾸며져 있으며, 반대쪽은 성인을 위한 공간으로 벽면에 기역자 형태로 서가가 있고 가운데는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쪽 공간은 2층으로 분리되어 있어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화사하고 밝은 북 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가한 오후에 은은한 향기가 도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기 딱 좋은 분위기다.
2층에 올라가니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탁자 위에 찻잔을 놓은 채 젊은 여자가 책 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북 카페 한쪽에는 무릎담요가 여러 개 놓여 있어, 추운 날씨에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배려하고 있었다.
군포 시청의 북 카페 '밥상머리'는 현재 6400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어린이집의 단골 견학 코스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책 읽은 군포' 시책 담당인 유미순씨의 설명이다. 2월말까지 견학 일정이 꽉 차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즐기는 공간으로 아주 적당하기 때문이란다.
▲ 군포시청 북 카페 '밥상머리' 어린이 공간 ⓒ 군포시
오후에는 유모차 부대가 '밥상머리'를 찾아온단다.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운 젊은 엄마들이 북 카페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밥상머리가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방희범 실장의 설명이다.
군포시가 이렇게 시청사 현관에 북 카페 '밥상머리'를 조성한 것은 군포시가 추진하는 중점 시책이 '책 읽은 군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포시는 '언제 어디서나 손만 뻗으면, 눈만 돌리면 책을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누구나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것.
군포시가 다른 자치단체의 '책 읽는 도시' 정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직개편을 통해 본청의 가장 핵심부서인 정책비전실에 '책 읽는 군포 전담팀'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군포시의 중점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서 시민들이 원하면 누구라도 쉽게 책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확실하게 한 것이다. '책 읽은 군포' 시책을 추진하는 공무원은 현재 52명. 상당히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그래서인지 군포시민의 도서 대출률이 경기도내에서 1위이며, 자료구입비는 경기도내 2위라고 한다.
현재 군포시에는 중앙도서관을 포함해 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며, 작은 도서관이 30개, 미니문고가 25개 그리고 북 카페가 3곳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군포시 면적이 36.36㎢의 작은 면적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부곡도서관이 2013년 개관을 목표로 부곡동에서 신축되고 있다"고 방희범 군포시 정책비전실장은 밝혔다.
특히 군포의 5개 공공도서관은 각 도서관마다 테마를 정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 1일에 경기도 최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상을 받은 중앙도서관은 인문학을 중점 테마로 운영되고 있으며, 산본도서관은 실버 즉 노인을 중점 테마로 삼아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야도서관은 천문을, 당동도서관은 다문화를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방희범 실장의 설명이다.
▲ 군포시청 북 카페 '밥상머리' 어린이 공간 ⓒ 유혜준
'책 읽는 군포' 시책은 시청사에 북 카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책이 더불어 진행된다고 방 실장은 밝혔다. 2011년에는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군포의 책'으로 선정했으며, 산본중심상가에서 '북 페스티벌'을 열어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군포 관내에 거주하는 문인들을 우대하고, 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중앙도서관 등에 문인 창작 공간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고 방희범 실장은 밝혔다.
그리고 군포시는 올해 '군포문학상'을 제정해 전국단위의 공모를 할 계획이다.
그밖에 군포시는 도서관의 대출 서비스를 관내 학교도서관으로 확대해서 어느 도서관에서도 대출과 반납이 자유롭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흥진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을 시청사의 '밥상머리'에서 반납할 수 있고 '밥상머리'에서 대출받은 책을 군포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군포시민들이 쉽게 책을 빌리고 쉽게 반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북 카페 '밥상머리'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 열린 서가에서는 아무래도 책이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유미순씨는 "실제로 책이 많이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미순씨는 "책이 없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김윤주 시장님께서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계셔서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며 "책을 읽으려고 가져간 것이니 어디선가 누군가가 읽고 돌려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책 읽는 군포' 시책이 마냥 쉽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서란 눈으로 그 성과를 계량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기에 군포시에서 중점시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책과 더불어 일하는 게 즐겁다"는 소감을 밝힌 유미순씨의 요즘 고민이다.
[인터뷰] 방희범 군포시 정책비전실장 |
▲ 방희범 군포시 정책비전실장 ⓒ 유혜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단체장들이 시설에 투자했다. 눈에 보이는 실적에 급급했던 것이고, 시민들도 그것을 좋아했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에 투자한 결과 시민들이 행복해졌냐 하면 그건 아니다. 중요한 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이 있나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은 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김윤주 시장님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닌 분이다. 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고 청소년들이 보다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중점 시책으로 결정, 추진하게 되었다." - 북 카페 '밥상머리'가 인상적이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건 아니다. 시청 현관이 그동안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꾸었다.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청사에 직원들을 위한 행정자료실에 여러 가지 책들과 자료들이 있었다. 그것을 현관으로 보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자는 의견이 나와 토론 끝에 서가를 옮겼다. 소파와 의자를 갖춰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모양새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자 아예 제대로 한 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다른 자치단체 견학도 다니면서 우리 군포만의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추진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 이름이 재미있다. 누가 지었나? "직원공모를 해서 선정했다. 다양한 이름이 나왔는데, 기왕이면 친근한 우리말이 좋을 것 같아 '밥상머리'로 정했다. 밥상머리에서부터 세대와 계층을 넘어 지혜를 대물림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자는 뜻을 담고 있다." - '군포의 책'을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출간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책이긴 하지만 문학성이 있고 작가 또한 문학상을 2개나 수상한 문단에서 인정받는 중견작가다. 그리고 군포에서 16년간 거주한 군포시민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감안되어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군포의 책으로 선정되면 인센티브가 있나? "전혀 없다. 책과 관련된 행사에 초청해서 강연회를 하거나, 군포의 책 선포식 때 초청하는 게 전부다." - '책 읽은 군포'와 관련해 올해 계획은? "군포문학상을 제정해서 운영할 계획이고, 가을에는 북 페스티벌을 연다. 작년에는 북 페스티벌을 하루밖에 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는 3일동안 진행할 예정이다. 군포의 북 페스티벌은 책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책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앞으로 매년 행사를 열어 진정한 책 축제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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