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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발령도 안 났는데 계획 내놓으라고요?

[주장] 학교와 교육 모르고 업무만 과중시키는 교육청의 '정보공시'

등록|2012.02.12 16:45 수정|2012.02.12 16:45
교사들이 학교교육의 모습을 꼬집을 때 "'교육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는 말을 합니다. 교육청이 학교에 내려 보내는 공문을 보고 있자면 열불이 나는 일이 많기 때문인데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학교는 행정기관'이라는 말에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공문을 보다보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교육청이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교육을 방해하는 기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또 국가와 지역 교육의 방향성과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할 교과부와 교육청이 교육을 대체 뭘로 보고 있는지 의심이 갈 때가 많습니다.

그 증거 중 하나가 교육청이 오는 2월 15일까지 하라고 내려보낸 '2012년 1차 정보공시'입니다. 2012년 1차 정보공시는 2월 15일까지인데, 초등학교의 경우 공시대상이 여섯 가지입니다. 하지만 15일까지 내용이 확정되어서 자료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학교별 교수 및 생활지도 등에 대한 평가 항목 및 그 결과' 뿐입니다.

2012년 1차 공시 개요 2월 15일까지 초등은 여섯 가지 자료를 올리라고 하는데, 문제는 2월 15일까지 올릴 수 있는 자료는 한 가지 뿐입니다. ⓒ 이부영


'학교별 교수 및 생활지도 등에 대한 평가 항목 및 그 결과'. 이 제목을 보고선 '이 자료도 이번에 올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열어보니 제목과는 달리 2011학년도 교원능력개발평가 평가지와 평가결과를 올리는 것이더군요. 이 내용은 제가 담당한 내용이라 바로 올렸습니다.

그러나 '제외처리'로 온 '학교평가지표 및 평가 종합의견'을 뺀 나머지 네 가지 공시항목,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 ▲교과별(학년별) 평가계획 ▲방과후 학교 운영계획 ▲교육운영 특색사업 계획은 도저히 기한 내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교육청단위 인사발령도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항목은 인사발령이 난 뒤, 학년 배정이 끝나고 나서 전체교사회의와 동학년 선생님들이 모여서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3월에 하면 될 일을 2번 하게 만드는 교과부와 교육청

그런데 교육청은 학교사정을 무시한 채 2월 15일까지 정보 공시를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이 안 된 것은 '제외처리'를 해서 '추후 자료 확정시 정정대장을 이용하여 제외처리 해제한 후 확정된 자료를 등록하라'고 합니다.

지금으로 상황으로 봐서는 한 가지를 뺀 네 가지를 모두 '제외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제외처리'를 한 뒤 3월에 다시 '정정대장'을 이용하여 등록해야 하는 것이지요. 아니면 현재 있는 교사들이 새로 발령 받아올 교사들은 무시하고 마음대로 2012년 계획을 세워서 확정해서 올리든지요.

입력기간내 확정된 내용이 없는 것은 '제외처리'하라는데 이번에 '제외처리'를 하면 3월에 다시 정정대장을 사용해서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교ㅛ과부와 교육청은 3월에 하면 한번에 끝낼 일을 할 수도 없는 2월에 하라고 해서 두세 번의 과정을 번거롭게 더 거치게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이번에 정보공시 항목인 자료들이 2월에 확정되었다치더라도 교사 구성원들이 바뀌고 나면 확정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달라질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달라지게 되면 '정정대장'을 활용해서 수정해서 다시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2월 15일까지 정보공시할 항목은 2011년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만 올리게 하고, 나머지 항목은 3월 15일까지 올리게 하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 두 번 일하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현장에 업무를 줄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언장담만 할 뿐입니다. 학교현장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가능하지 않고, 두 번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학년말 업무가 바쁜 이 와중에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하루빨리, 공시할 수 있는 항목만 올릴 수 있게 조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외처리'해야 하는 쓸데없는 업무가 가중되고, 또 3월이 되면 필요없이 '정정대장'에 기록한 뒤 결재를 공시자료를 올리는 이중 삼중의 업무가중을 면할 수 없게 됩니다.

앞으로도 공문을 내려 보낼 때는 학교 현장과 교육을 조금이라도 곰곰이 따져보고 꼭 필요한 공문만 내려 보내길 현장교사인 대표로 간절히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교과부와 교육청은 업무경감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공문을 보낼 때는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살펴보고 고민해서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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