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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조례 반대하라... 교장은 내세우지 말고"

[발굴] 교장협 문서 '교사·학부모 동원해 반대 운동'

등록|2012.02.13 16:16 수정|2012.02.13 16:16
'교권보호조례 철회 운동'을 위해 일선 교장들이 교사와 학부모를 동원하기로 서울 초등교장협의회(이하 교장협) 차원에서 결정한 문서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기관장인 교장들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요구를 관철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서울시 교육위 소속 의원 11명(전체 15명)이 발의한 교권조례안은 13일 서울시의회 개회를 시작으로 본격 논의될 예정인데, 이 조례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은 학교관리자 등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서 "의견 낼 때 교장 밥그릇으로 보이지 않도록…"

▲ 초등 교장협 산하기구가 일선 학교에 보낸 문서. ⓒ 윤근혁


강남 교장협이 작성해 지난 9일쯤부터 일선 학교에 보낸 '교장회의 전달사항'이란 문서에는 지난 8일 열린 교장협 회의 내용이 담겨 있다.

13일,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문서를 분석한 결과, 교장협은 지난 8일 공식 회의에서 교권조례 반대를 위한 '학교 현장의 의견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날 교장협 회의에는 심아무개 회장을 비롯해 7∼8명의 지역 교장 대표가 모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문서에서 교장협은 "교권조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개별 조항 내용의 부당성을 지적해야 한다"면서 "전 시의원에게 학교 현장의 의견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문서는 "교사, 학부모에게도 (의견 보내기 운동) 권장할 것, 특히 교사들의 의견을 전교조 출신 교육의원에게 보내기"라고 적었다. 교사와 학부모를 동원해 시의원들에게 교권조례 반대운동에 나서겠다고 보여준 셈이다.

문서는 또 '의견 개신 시 유의할 점'이란 항목에서 "교장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도록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내용을 작성해야 한다"면서 "학교장의 권한 침해 문구를 구성원 상호 간의 갈등 조장, 학생 교육의 질 저하 등으로 제시함이 좋을 듯하다"고 적었다. 교권조례를 반대하는 이유가 '교장의 밥그릇' 때문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장협 "발언 내용 와전...문서 만드는 과정서 실수"

교장협 회의에 직접 참석한 한 교장은 "교권조례를 반대하는 한국교총의 문서를 전달 받은 뒤 교권조례 반대 방법에 대해 지역 대표 교장 몇몇이 발언했고, 그 내용을 문서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권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형태 의원은 "교장들이 조례안에 대해 떳떳하게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를 선동해 문자와 편지 등을 보내도록 꼼수를 부리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학교 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며 비신사적이고 반교육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심 교장협 회장은 "교장협 회의에서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의견을 설명하라', '이 설명을 할 때 교장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이 오갔을 뿐"이라면서 "이런 논의 내용을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일부 지역 교장협이 문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장협이 같은 문서에서 '교육감 지시사항'이라면서 "곽노현 교육감이 봄 방학 없다고 했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과 관련, 교장협은 13일 오후 정정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관련기사 : 2월 11일자 곽노현 교육감이 "봄방학 없다" 지시했다고?).

'봄방학 없다' 문서 관련해서는, 교장협 '정정 공문'

심 회장은 "'봄 방학이 없다'는 문서의 내용은 교육감의 발언이 아니라 내가 '교육감님 뜻을 받들어 봄 방학이 없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자'고 제안한 것을 잘못 표기한 것"이라면서 "이런 잘못된 문서가 강남과 강동지역에 전달되어, 두 지역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이병우)는 이날 오후 '교육감 사칭 봄방학 폐지 음모를 규탄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교육감 지시사항이라는 거짓을 보태 교사들의 불만을 교육감에게 돌리고, 학교장들의 이익을 옹호한 사건"이라면서 "범죄의 질이 아주 악질이기 때문에 교육청은 관련자를 엄중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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