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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입 20만원, 탈성매매 여성의 꿈은?

[위드세이브] 사람들과 함께 저축하며 새로운 삶 모색... "힘이 난다"

등록|2012.02.21 12:02 수정|2012.02.21 12:02

▲ 위드세이브란 ⓒ 팝펀딩닷컴 갈무리


최근 서점가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때는 부자 되라는 주문이 가득한 재테크 서적이 유행을 하더니 지금은 정치 관련 서적이 베스트 셀러 목록을 휩쓸고 있다. 베스트 셀러 목록의 구성을 보면 그 사회 구성원들의 고민 지점이 어디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재테크와 자기계발서가 서점을 점령했을 당시는 모두가 '부자 되기' '경제적 성장'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했음에도 우리는 부자가 되기는커녕 점점 빚이 늘어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자산 가격에 자신감만 사라지는 듯한 패배감에 휩싸이게 됐다. 그러한 경제적 절망감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재테크와 자기계발 서적을 밀쳐냈다. 사람들은 사회·경제 고발 서적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총선, 대선을 앞둔 지금은 정치 관련 사안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한 대중의 의식 변화에는 바로 자기 삶의 변화가 혼자만의 사투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전제돼 있다. 죽을 힘을 다해 경쟁사회에서 뛰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미래에 대한 좌절만 깊어가는 것을 두고 자책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랄까.

이런 현상은 개선되지 않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좌절에 대해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니 치열하게 뛰라'는 주문은 사실 환상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올 대선을 앞둔 지금까지 시민들은 '부자 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던져버렸던 사회정의에 대한 감수성을 다시 끄집어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중이다.

가난·소외는 '당신' 문제일까?

재테크는 '한정된 부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는 머니 게임의 일종이다. A씨가 3억 원 짜리 집을 사서 B씨에게 5억 원에 팔아 2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A씨는 2억 원을 벌었지만, 그가 번 2억 원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인가. 그 차익은 B씨가 지불한 비용이다. 사실상 B씨는 돈이 많아서 5억 원에 구매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필시 은행에서 2억 원 이상의 빚을 내 20년 이상의 기간동안 나눠 갚아야 할 처지일 것이다. 결국 A씨가 번 돈 2억 원은 다른 누군가가 20년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갚아야 할 대출 원금인 셈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산 소득을 취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누군가의 노동소득을 차지하는 머니 게임일 뿐이다. 부동산 재테크가 부자가 되는 비법으로 주목 받을 동안 우리는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사실에 눈을 감고 있었다. 똑바로 보고 자신의 양심에 기대 묻지 않았다. 과연 그것이 정당한가.

오히려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머니 게임에서 승자와 패자의 엇갈린 처지를 정당화시켜줄 대단한 신념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시장주의다. 시장이 알아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것이 경제 발전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신념 말이다.

그 신념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패자가 양산되는 것은 성장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태도를 낳는다. 그것은 '양심과 도덕을 시장에서 논하지 말자'는 은밀한 약속이었고 때로는 내가 돈을 버는 사이 누군가 파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자유롭게 벗어던질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을 제공했다.

복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당연히 곱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사회적 분배를 통해 평균적 사회 안정망을 만든다는 것은 오히려 죽어라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불평등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공짜' '퍼주기' 등의 이름으로 가해진 복지에 대한 공격은 상당히 실효성을 거두기도 했다. 가난은 우리가 아닌 '당신'의 문제로 인식돼 감세에 대한 공감이 대중적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실제 취약 계층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물림되는 가난... '자립'은 배부른 이야기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은 폭력에 가출과 탈선, 성매매까지 겪은 강아무개씨. 겨우 17세였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를 탓하는 것으로 문제 분석을 끝내고 싶어도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 어떤 기회를 누리지 못한 한부모 취약계층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에선가 가난과 소외의 연결 고리를 끊었어야 했지만, 대를 이어온 가난의 굴레는 가난의 덩굴이 커지면서 끊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최근 퍼주기와 공짜라는 공격 속에서도 부지런히 이러한 소외계층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내미려는 복지 영역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성매매업소에서 벗어나 쉼터에 자리 잡게 된 그녀는 일본어를 배워 관광 가이드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기특하고 다행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비정하기만 하지는 않다고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여전히 시장주의를 들이미는 기득권들의 고집 때문에 '한때 꿈'에 머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쉼터에서 주어지는 자립을 위한 소득은 20여 만 원. 물론 쉼터에서 활동하는 복지사들의 따뜻한 노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그녀에게 행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동안 박탈당해 온 교육의 기회는 여전히 20여만 원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 생활비까지 해결해야 하는 돈으로 20여만 원은 새로운 교육을 받을 경제적·시간적 여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녀가 꾸는 가이드의 꿈은 여전히 20여만 원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지독한 숙제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 선별적 복지, 그것은 한계 상황에 처한 소외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치사한 것"이라고. 20여만 원으로 생활과 자립, 교육까지 전부 해결해야 한다면 결국 선택의 폭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수급비로 더 극단적인 절망에 내몰리지 않겠다는 안주다. 이렇게 되면 '자립'의 꿈은 배부른 이야기가 돼버린다.

함께하는 저축에서 움트는 희망

우리 주변에는 강아무개씨와 같이 가난의 대물림에 허덕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중산층, 한 때는 잘 나갔던 사업가였음에도 지금은 '자립'의 꿈조차 버거운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절실한 것 중 하나는 좀 더 보편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는 것이다. 또한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인 '당신의 무능'과 '사회적 수혜자'라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다.

강아무개씨는 서울시 프로그램 '위드세이브'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기획를 잡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가이드 교육비 200만 원을 위해 우선 자신의 수입 20만 원을 쪼개 스스로 먼저 저축을 시작했다. 금연을 통해 생활비를 아껴 8만 원을 저축하기로 마음먹고 기부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기부자들의 응원 댓글도 강아무개씨에게 자립의 동기를 더욱 크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추운 겨울이지만 힘이 난다"는 강아무개씨는 단지 기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조차 받지 못했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형태의 기부는 한 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해야 할 일들을 개인들의 '십시일반'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자립의 기초가 되는 교육 지원같은 것들이 복지 시스템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어렵기가 매한가지인 개인들이 나서 나눔을 실천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기부와 나눔은 단지 물질적 후원이 아니다. 이 과정은 '사회적 연대'의 과정이고 기부자들 또한 무조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부를 하면서 충족되는 이타적 감수성은 기부자들에게 삶의 불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끔 해준다. 또한 자신이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에 대한 조금 더 따뜻한 신뢰도 형성된다.

이처럼 계층 간 소통은 그 자체로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할 수 있다. 모두에게 놓여 있는 삶의 불확실성, 사회 구조의 불안들이 나에게만 비껴가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여러 형태의 사회적 안정망은 대단히 중요하다. 계층 간 소통과 연대로서의 사회적 안전망. 그것부터 시작하면서 정치의 계절, 더 나은 복지를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위드세이브 사업이 뭐지?
위드세이브는 서울시 희망온돌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저소득층 자립 자활 지원 사업이다. 위드세이브 사이트(http://www.popfunding.com/pf/withsave)에는 기초생활수급자, 미혼모, 장애인, 탈노숙자, 탈성매매여성 등 소외계층 50가구의 사연과 재무정보가 등록되어 있다.

각자가 필요자금 목표를 정하고 금융복지상담을 통해 저축을 시작하면 기부자들이 후원의 형태로 저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즉 저소득계층이 스스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저축을 시작하고 기부를 보태 함께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이트에서 기부와 더불어 저소득계층의 사연을 보고 응원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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