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민주당, 총선 야권연대에 '느긋'
민주당, 협상대표도 안 정해... 통합진보당 "무책임하다"
▲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에 취임 인사차 방문해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 공동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 중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선 후보등록까지는 이제 5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공식적인 대화 창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잡음만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의 연대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14일에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간의 신경전은 여전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만나 야권연대 협상 개시 선언을 하자"며 양당 대표간 긴급회동을 제안했지만 곧바로 거절 당했다.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은 "아직 당 대표간 회동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통합진보, 협상 테이블도 못 꾸리고 원내 공조도 흔들
이처럼 논의가 겉도는 데는 야권 연대를 추진하는 두 당의 호흡차가 크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서두르는 통합진보당에 비해 민주당은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통합진보당은 장원섭 사무총장을 협상 대표로 임명했지만 민주당은 협상에 나설 대표 선수조차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협상 대표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구 민주당에서 야권연대 특위 위원장 맡아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번에는 안하겠다고 고사하고 있고 다른 후보들도 모두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신경민 대변인은 "워낙 힘든 일이다 보니 흔쾌히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한명숙 대표가 마지막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고 금명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연대를 추진할 당내 공식 창구가 없다 보니 통합진보당의 제안에 대해 고민한 흔적도 잘 보이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인 지난달 16일 조속한 야권연대기구 구성과 함께 연대 방식으로는 권역별 당 지지율에 따라 공천 지분을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인 공식적인 반응은 "입장이 없다"는 게 전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역구 별로 상황이 다르고 인물 경쟁력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구체적 데이터를 놓고 협상을 해봐야 연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 붙은 민주당, 야권 연대 없이 간다?
민주당의 느긋한 태도는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서 총선 승리에 자신감을 붙으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2010년 지방선거와 이후 치러진 재보선에서는 야권 연대 없이는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야권연대에 대한 절박감이 많이 희석됐다.
3~5%에 머물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지지부진한 지지율도 민주당을 강하게 추동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야권 연대가 상위의 가치가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선거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두 달 후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민주당으로서는 꼭 연합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당의 야권 연대 일정표도 차이가 난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이 끝나기 전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민주당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이 고의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당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이 야권 연대 협상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것은 시간을 끌수록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후보 등록 시한에 몰리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선 방식이 여론조사밖에 남지 않게 돼 민주당에 유리한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열매 다 따먹은 민주당, 무책임의 극치"
야권연대에 소극적인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이 유리한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은 맞지만 1000~2000표 차로 승패가 갈릴 수도권 격전지의 경우 야권의 협력 없이는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고는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쉽지 않은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며 "서울에서 이긴 10·26 재보선에서도 야권연대에 실패한 지역은 모두 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협상 대표마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야권 연대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약하다는 반증"이라며 "과거 선거에서 민주당이 야권연대의 열매를 다 따먹었으면서 상황이 유리해졌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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