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분노의 화살 대법원 심장 겨누고 있다"
법원본부 등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가족'으로부터 수모를 당했다. 2012년 2월 14일 오후 3시 대법원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는 법원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노조),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참여연대는 이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양성윤 "국민의 분노의 화살이 대법원 심장을 겨누고 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성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의 분노의 화살이 대법원 심장을 겨누고 있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양 부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1년 청조근조훈장을 받았다. 권력에 얼마나 엎드렸으면 훈장을 받겠나. 그는 박정희 유신헌법을 정당화한 판사다. 훈방 조치할 정도인 사건(긴급조치위반)에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에 엄청난 사법권력을 휘둘렀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와 서기호 판사의 탈락처럼 이후에도 대법원의 잘못된 폭거가 계속될 것이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법률적 판단은 사망했다"며 "제대로 된 올바른 사법권 독립을 위해 전국 규모의 투쟁을 만들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덕 "독재시설 사법부로 되살아난 것 같아 걱정"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은 "사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 양심 있는 인사들이 사라져 간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 검찰은 물론 이제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권위적이고 독재시절의 사법부로 되살아나 것 같아 여간 걱정"이라며 "양심 있는 법관들의 재임용 탈락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홍 의원은 "법관들이 할 소리 했다고 불이익을 당하면 법관의 양심 있는 판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법부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작태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국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박경신 "이번 사태 해결의 칼자루는 대법원에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법원 앞에서 이렇게 시위를 해 본 적이 없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법원과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고 공청회를 여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며 "이렇게 대법원 앞에 극단적인 최고수위의 액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법부의 심각한 위기상황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 소장은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법원도 판결로 말해야 한다. 인사로 말하면 안 된다"며 "상급법관이 하급법관을 인사조치하라고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게 아니다"고 이번 서기호 판사 탈락과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중징계를 비판했다.
그는 "서기호 판사에서 보듯 상급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의 사적인 SNS(트위터, 페이스북) 얘기를 이유로 인사조치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 해결의 칼자루는 대법원에 있다"고 대법원이 실마리를 풀 것을 촉구했다.
또 "서 판사에 대한 인사평정 '하'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면 이번 인사는 부당하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를 대통령에게 반납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어떤 법원장이 어떤 이유로 서기호 판사에게 '하'를 줬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번 인사조치는 신영철 대법관 사태의 사법부 위기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진상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참가자들의 규탄 발언이 이어진 뒤 이날 사회를 맡아 진행하던 본원본부 조석제 조직국장은 "과거엔 사법고시 합격하면 동네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걸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축 10년짜리 비정규직 합격'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야 할 판"이라며 "이게 슬픈 대한민국의 법원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이들은 그런 다음 <서기호 판사 연임배제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우리는 법원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근무성적평정이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낚인 찍어 '평생법관'을 꿈꾸는 판사를 내치는 대법원장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법관 재임용제도가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법이 명시한 법관의 신분보장을 형해화하여 대법원과 집권세력의 정책이나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법관 파면'의 손쉬운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부 관료화를 급격하게 부추길 명백한 사례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이번 결정은 향후 법관을 '10년(법관임기)짜리 계약직 공무원', '법원장 등이 가진 사법행정권의 지시에 순응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 것"이라며 "재판의 독립이 무너진 소신 없는 판결의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다수의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소신 판사 퇴출의 도구로 전락한 법관연임규칙과 관련한 대국민 공청회를 비롯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또한 재판받는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을 위해 모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법원본부 전호일 본부장은 "서기호 판사가 연임부적격 대상자로 선장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동료 법관들과 법원직원들의 평가를 청취했고, 그가 공개한 사건처리율 등 통계자료를 분석했는데, 동료 법관들과 직원들은 서기호 판사에 대해 '법정에서 소송관계인 간의 설득과 소통에 성실한 판사'라고 스스럼없이 증언했다"며 "공개된 객관적 통계자료를 검토해도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전 본부장은 특히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내부게시판에 사법신뢰 회복과 본인의 결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 사건 재판부 합의내용을 간략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창원지법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를 요청하고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개인비리 자들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 결정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현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원경비대와 몸싸움 "법원직원끼리 뭐하는 거냐"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2시 40분경 대법원 정문을 통해 들어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장님, 서기호 판사의 여임 탈락 결정을 재고하여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달하려고 시도했으나,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근 법원경비대에 의해 저지당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문을 잠그는 게 양승태 대법원장이 말하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냐. 문을 열어라", "대법원은 근무시간에 문을 닫아 놓고, 사건접수도 안 하냐"라고 따졌으나 법원경비대가 현관문을 원천봉쇄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법원경비대로부터 "이분들 다 끄집어 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측 간에 언쟁이 오간 뒤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장 3명만 대표로 들어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하겠다고도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공무원들은 "대표 3명만 들어가겠다는 것도 왜 못하게 하냐. 이러니까 사법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도 왔는데 대법원장 비서실에서라도 나와 서한을 받아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니냐. 문을 닫아 놓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그러자 대법원 관계자는 "옆문에 있는 종합민원실에 접수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상원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은 "예전에도 정문으로 들어갔다. 왜 막아서 소통 안 되는 법원으로 언론에 보도되게 하느냐"고 지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밀고 들어가자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법원경비대들과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관문 밖에서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법원경비대원들 10여 명이 문에 기대며 버텼다. 물론 현관문 안팎에서는 법원경비대원들이 계속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채증작업도 벌였다.
참다못한 한 법원공무원은 "같은 법원직원끼리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야지 이게 뭐냐, 몸싸움까지 하고..."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계속해서 저지당하자 법원공무원들은 현관문 앞에서 다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고 거듭 구호를 제창해 대법원에 울려 퍼졌다.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 수장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슬픈 현실"이라며 "사법살인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또 다시 대법원장으로부터 사법권 침해를 받고 있다. 사법권 독립을 위해 법원본부는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윤석 법원본부 부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연임제도를 악용해 양심 판사를 쫓아냈다"며 "법원본부는 여러 단체와 연계해 서기호 판사와 같은 양심판사를 지켜내겠다.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대법원장은 이번 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민 서울북부지부장도 "서기호 판사가 연임에서 박탈당하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불공평하고 부당한 권력으로 서 판사를 직장에서 몰아 낼 수 없다"며 "우리 직원들조차 못 들어가게 하는데, 밖에서 우릴 어떻게 보겠는가.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서기호 판사는 서울북부지법 소속이다. 이 때문인지 서기호 판사가 17일 법복을 벗는데 그럼 서울북부지부 상근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소리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후 3시10분께 다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저지당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행정관리실장이나 비서실장이 나와 받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이냐"며 "우리 직원끼리 싸우는 꼴이 뭐냐"고 소통을 거부하는 대법원에 탄식했다.
특히 지부장 출신인 한 법원공무원은 "이렇게 불통하는 게 바로 대법원이다. 이러니 판사들이 쪼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 번 혼나 봐야 한다"고 대법원을 일갈했다.
"국민 분노가 대법원 포위할 것...대법원장 중도사퇴 요구"
결국 공개서한을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전달하려는 뜻마저 저지당하자 언론이 보는 앞에서 공개서한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체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공개서한 낭독에 앞서 발언에 나선 홍희덕 의원은 "서기호 판사가 양심적으로 2009년 촛불재판 사건 때 신영철 대법관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한 게 괘씸죄가 돼 연임에서 탈락한 것이 명백하다. 이는 3살 어린아이도 알 정도"라며 "대법원장 임기가 6년이니 큰일이다. 국민과 함께 대법원장에 대해 중도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제 국민의 분노가 대법원을 포위할 것"이라며 "대법원 직원(경비대)은 열심히 우리를 막으며 양승태 대법원장을 호위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며 일침을 가했다.
공개서한 "대법원장의 대승적 결단 촉구"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어떠한 형식의 부당한 영향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것과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이번 서기호 판사 연임적격 심사 과정과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절차에서 드러난 대법원장의 처신은 취임사 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국민들의 사법불신은 상상을 초월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대법원장의 모습으로는 높디높은 사법불신의 벽을 절대 깨뜨리지 못한다"며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대법원장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과 징계권을 절대 '법관 길들이기' 용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개서한은 "서기호 판사 연임적격 심사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법관인사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고, 서기호 판사의 근무성적 평정이 어떻게 하위 2%에 해당되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법원장이 결단으로 지금이라도 연임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신속히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 탈락 결정을 번복하는 것만이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대법원장이 법과 규정을 앞세워 각종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국민의 사법불신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승적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공개서한 전달 충돌은 오후 3시30분 무렵에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하며 마무리됐다. 법원공무원들은 법원본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노조),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참여연대는 이날 대법원 정문 앞에서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양성윤 "국민의 분노의 화살이 대법원 심장을 겨누고 있다"
▲ 양성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언 ⓒ 신종철
양 부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1년 청조근조훈장을 받았다. 권력에 얼마나 엎드렸으면 훈장을 받겠나. 그는 박정희 유신헌법을 정당화한 판사다. 훈방 조치할 정도인 사건(긴급조치위반)에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에 엄청난 사법권력을 휘둘렀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와 서기호 판사의 탈락처럼 이후에도 대법원의 잘못된 폭거가 계속될 것이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법률적 판단은 사망했다"며 "제대로 된 올바른 사법권 독립을 위해 전국 규모의 투쟁을 만들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덕 "독재시설 사법부로 되살아난 것 같아 걱정"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은 "사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 양심 있는 인사들이 사라져 간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 검찰은 물론 이제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권위적이고 독재시절의 사법부로 되살아나 것 같아 여간 걱정"이라며 "양심 있는 법관들의 재임용 탈락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홍 의원은 "법관들이 할 소리 했다고 불이익을 당하면 법관의 양심 있는 판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법부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작태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국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박경신 "이번 사태 해결의 칼자루는 대법원에 있다"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박경신 소장의 발언 ⓒ 신종철
박 소장은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법원도 판결로 말해야 한다. 인사로 말하면 안 된다"며 "상급법관이 하급법관을 인사조치하라고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게 아니다"고 이번 서기호 판사 탈락과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중징계를 비판했다.
그는 "서기호 판사에서 보듯 상급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의 사적인 SNS(트위터, 페이스북) 얘기를 이유로 인사조치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 해결의 칼자루는 대법원에 있다"고 대법원이 실마리를 풀 것을 촉구했다.
또 "서 판사에 대한 인사평정 '하'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 이후에 이뤄진 것이라면 이번 인사는 부당하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를 대통령에게 반납한 것"이라며 "대법원은 어떤 법원장이 어떤 이유로 서기호 판사에게 '하'를 줬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이번 인사조치는 신영철 대법관 사태의 사법부 위기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진상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참가자들의 규탄 발언이 이어진 뒤 이날 사회를 맡아 진행하던 본원본부 조석제 조직국장은 "과거엔 사법고시 합격하면 동네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걸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축 10년짜리 비정규직 합격'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야 할 판"이라며 "이게 슬픈 대한민국의 법원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이들은 그런 다음 <서기호 판사 연임배제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을 규탄한다>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우리는 법원을 비롯한 공직사회의 근무성적평정이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낚인 찍어 '평생법관'을 꿈꾸는 판사를 내치는 대법원장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법관 재임용제도가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헌법이 명시한 법관의 신분보장을 형해화하여 대법원과 집권세력의 정책이나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법관 파면'의 손쉬운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법부 관료화를 급격하게 부추길 명백한 사례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이번 결정은 향후 법관을 '10년(법관임기)짜리 계약직 공무원', '법원장 등이 가진 사법행정권의 지시에 순응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 것"이라며 "재판의 독립이 무너진 소신 없는 판결의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다수의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소신 판사 퇴출의 도구로 전락한 법관연임규칙과 관련한 대국민 공청회를 비롯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또한 재판받는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을 위해 모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전호일 본부장의 발언 ⓒ 신종철
법원본부 전호일 본부장은 "서기호 판사가 연임부적격 대상자로 선장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동료 법관들과 법원직원들의 평가를 청취했고, 그가 공개한 사건처리율 등 통계자료를 분석했는데, 동료 법관들과 직원들은 서기호 판사에 대해 '법정에서 소송관계인 간의 설득과 소통에 성실한 판사'라고 스스럼없이 증언했다"며 "공개된 객관적 통계자료를 검토해도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전 본부장은 특히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내부게시판에 사법신뢰 회복과 본인의 결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 사건 재판부 합의내용을 간략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창원지법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를 요청하고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개인비리 자들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배제 결정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현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원경비대와 몸싸움 "법원직원끼리 뭐하는 거냐"
▲ 공개서한을 전달하려는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법원경비대 간의 몸싸움 ⓒ 신종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문을 잠그는 게 양승태 대법원장이 말하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이냐. 문을 열어라", "대법원은 근무시간에 문을 닫아 놓고, 사건접수도 안 하냐"라고 따졌으나 법원경비대가 현관문을 원천봉쇄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법원경비대로부터 "이분들 다 끄집어 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측 간에 언쟁이 오간 뒤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호일 법원본부장 3명만 대표로 들어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하겠다고도 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공무원들은 "대표 3명만 들어가겠다는 것도 왜 못하게 하냐. 이러니까 사법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도 왔는데 대법원장 비서실에서라도 나와 서한을 받아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니냐. 문을 닫아 놓고 소통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그러자 대법원 관계자는 "옆문에 있는 종합민원실에 접수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이상원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은 "예전에도 정문으로 들어갔다. 왜 막아서 소통 안 되는 법원으로 언론에 보도되게 하느냐"고 지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밀고 들어가자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는 법원경비대들과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관문 밖에서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법원경비대원들 10여 명이 문에 기대며 버텼다. 물론 현관문 안팎에서는 법원경비대원들이 계속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채증작업도 벌였다.
참다못한 한 법원공무원은 "같은 법원직원끼리 현명하고 지혜롭게 해야지 이게 뭐냐, 몸싸움까지 하고..."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계속해서 저지당하자 법원공무원들은 현관문 앞에서 다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사법부 독립 침해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퇴하라"고 거듭 구호를 제창해 대법원에 울려 퍼졌다.
법원공무원들은 "사법부 수장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슬픈 현실"이라며 "사법살인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또 다시 대법원장으로부터 사법권 침해를 받고 있다. 사법권 독립을 위해 법원본부는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윤석 법원본부 부위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연임제도를 악용해 양심 판사를 쫓아냈다"며 "법원본부는 여러 단체와 연계해 서기호 판사와 같은 양심판사를 지켜내겠다.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대법원장은 이번 일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민 서울북부지부장도 "서기호 판사가 연임에서 박탈당하는 것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불공평하고 부당한 권력으로 서 판사를 직장에서 몰아 낼 수 없다"며 "우리 직원들조차 못 들어가게 하는데, 밖에서 우릴 어떻게 보겠는가.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서기호 판사는 서울북부지법 소속이다. 이 때문인지 서기호 판사가 17일 법복을 벗는데 그럼 서울북부지부 상근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안타까운 소리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후 3시10분께 다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 저지당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행정관리실장이나 비서실장이 나와 받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이냐"며 "우리 직원끼리 싸우는 꼴이 뭐냐"고 소통을 거부하는 대법원에 탄식했다.
특히 지부장 출신인 한 법원공무원은 "이렇게 불통하는 게 바로 대법원이다. 이러니 판사들이 쪼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 번 혼나 봐야 한다"고 대법원을 일갈했다.
"국민 분노가 대법원 포위할 것...대법원장 중도사퇴 요구"
▲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 ⓒ 신종철
결국 공개서한을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전달하려는 뜻마저 저지당하자 언론이 보는 앞에서 공개서한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체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공개서한 낭독에 앞서 발언에 나선 홍희덕 의원은 "서기호 판사가 양심적으로 2009년 촛불재판 사건 때 신영철 대법관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한 게 괘씸죄가 돼 연임에서 탈락한 것이 명백하다. 이는 3살 어린아이도 알 정도"라며 "대법원장 임기가 6년이니 큰일이다. 국민과 함께 대법원장에 대해 중도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제 국민의 분노가 대법원을 포위할 것"이라며 "대법원 직원(경비대)은 열심히 우리를 막으며 양승태 대법원장을 호위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며 일침을 가했다.
공개서한 "대법원장의 대승적 결단 촉구"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어떠한 형식의 부당한 영향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것과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이번 서기호 판사 연임적격 심사 과정과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절차에서 드러난 대법원장의 처신은 취임사 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국민들의 사법불신은 상상을 초월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거의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대법원장의 모습으로는 높디높은 사법불신의 벽을 절대 깨뜨리지 못한다"며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대법원장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과 징계권을 절대 '법관 길들이기' 용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개서한은 "서기호 판사 연임적격 심사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법관인사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고, 서기호 판사의 근무성적 평정이 어떻게 하위 2%에 해당되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법원장이 결단으로 지금이라도 연임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신속히 서기호 판사에 대한 연임 탈락 결정을 번복하는 것만이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대법원장이 법과 규정을 앞세워 각종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국민의 사법불신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승적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공개서한 전달 충돌은 오후 3시30분 무렵에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하며 마무리됐다. 법원공무원들은 법원본부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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