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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살의 나이를 가진 시민운동 단체 하나

김천YMCA 창립 84주년 총회를 축하하며

등록|2012.02.15 11:15 수정|2012.02.15 11:15
2월 14일 한 단체 총회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제84차 총회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사람들로 총회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평화 생명 사랑을 모토로 시민운동을 하는 경북 김천의 김천YMCA가 그곳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늙어가는 게 인간의 생리인데, 김천 YMCA는 해가 거듭될수록 젊어집니다. 단체 이름에 Y(Young)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김천 YMCA를 떠올릴 때마다 참으로 귀한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운동단체로서 좋은 땅 위에 서 있지 못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농산물 재배에도 옥토와 박토가 있듯 시민운동도 평야와 같은 지역과 황무지와 같은 지역이 분명 있습니다. 김천은 시민운동의 황무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회원 확보가 어렵고, 재정이 열악하고, 하는 일에 대해 시민들의 호응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실무자들의 사심 없는 헌신으로 굴러가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YMCA가 우리나라에 둥지를 튼 지는 110년이 되었습니다. 1844년 영국에서 닻을 올린 YMCA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는 1903년이었습니다. 시민운동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더 빛을 발했습니다. 일제시대 땐 2·8독립선언을 주도했고, 그 뒤를 이어 3·1운동, 물산장려운동, 계몽운동 등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활동을 했습니다.

해방 후 농촌운동, 청소년운동, 부정부패추방운동에 이어 최근엔 4대강개발 반대운동에 이르기까지 YMCA의 손길은 다방면에 닿고 있습니다. 필요로 할 때 보이지 않는 단체가 있는 반면 그 반대도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 늘 있어서 든든한 단체, 그것이 YMCA입니다. 선진국에선 시민운동의 활성화 정도로 그 지역의 수준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시민운동은 민도(民度)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라는 겁니다.

우리 지역에도 건강한 시민단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건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미수(米壽)를 향해 달리고 있는 김천 YMCA, 연륜이 쌓이면서도 젊음을 잃지 않는 YMCA에 힘을 보태주시면 어떨까요?

관공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시민운동단체를 가까이 해야 합니다.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선의의 조언은 관(官)을 위해서 나아가 지역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항목입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이 정도로 발전하기까지 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이 적지 않습니다. 시민운동가가 시장이 되는 시대, 그것이 우리 김천에도 멀리 있는 얘기만은 아닙니다.

김천YMCA 총회는 1부 예배에 이어 2부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1부 예배에서 '영원한 조연'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주연 여호수아를 도와 가나안 땅 정복에 일등공신이었으면서도 험한 산지를 택한 조연 갈렙의 양보정신을 배우자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가질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때 그 속에 평화와 사랑이 싹튼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정기총회에선 사업 및 결산 보고가 있었고, 감사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12년 사업 및 예산계획에 대한 보고가 따랐습니다. 새로 선출된 이사들의 소개와 인사 시간이 있었고, 참석자들은 모두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작지 않음을 비췄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일컫는 말입니다. 시민의 건전한 친구, 건강한 시민운동단체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란 생각을 하면서 YMCA 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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