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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만 본다고?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인천시립극단 정기공연 <바람의 비밀>을 보고

등록|2012.02.15 18:55 수정|2012.02.15 18:55


▲ 가족극 <바람의 비밀> ⓒ 유상일



<바람의 비밀>이라는 공연을 제목만 들었을 때 무슨 공연일까 궁금하였다. 그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았고 이내 인천시립극단의 정기공연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것도 함께 알게 되었다.

이쯤에서는 사실 애들이 보는 공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공연장에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럼 어린이들이 보는 것이라면 어른이 보기엔 재미가 없을까? 그 질문에 답을 구하고 싶었다. 답을 구하기 위해서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보는 것이다. 그렇게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이 공연의 배경 중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구름왕이 사는 궁전과 알리오샤가 엄마와 오손 도손 사는 작은 집이다. 두 공간은 서로 대비된다. 왕의 권위와 엄마의 모정, 태풍 장군이 강력한 군대와 소박하지만 따뜻한 모자 이렇게 말이다.

구름왕은 욕심이 많았다. 어느날 발견한 알리오샤 엄마의 노래가 마음에 들어 그녀를 당장 잡아들이라 명을 내린다. 그리고 다소 어수룩하지만 강한 태풍 장군은 수하들을 이끌고 알리오샤가 엄마와 사는 집의 평화를 깨뜨린다. 달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온 알리샤는 풍비박산난 집과 엄마의 실종에 망연자실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동화적인 요소가 한층 가미된다. 그저 주전자로만 여겨졌던 주전자 요정 바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엄마를 구하겠다는 알리오샤에게 비밀열쇠와 거울을 건네며 엄마를 구하려면 힘의 샘물을 마셔야한다고 일러준다. 주문을 외우는 주전자 요정은 관객과도 소통한다.

이윽고 알리오샤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떠난다. 그 과정에서 알리오샤는 숲을 구하기 위해 마녀를 물리치는 용기를 보여준다. 거울을 마녀에게 보여주고 질투심을 유발하여 마녀 스스로 마법을 모두 잃게 만든다. 그래서 숲을 구하고 무사히 힘의 샘물을 얻게 된다. 거울을 활용한 그의 재치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도 그럴것이 바실은 거울을 주기만 했을 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라고는 일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리오샤는 용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허수아비 호홀을 만났을 때는 자신이 배고픈데도 불구하고 빵을 나누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준다. 그에 감동한 호홀은 자신이 들판의 요정임을 밝히며 알리오샤에게 지름길을 알려준다.

알리오샤는 또한 신의도 발휘한다. 지름길을 털어놓으라고 협박하는 가드이 앞에서 호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비밀을 숨긴다. 가드이가 알리오샤를 얼려버리려는 찰나 불새가 나타나 그를 도운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을 두루 갖춘 알리오샤는 마치 RPG게임에서 모든 아이템을 다 갖춘 것같이 보였다.

드디어 구름왕 궁전에 도착한 알리오샤는 태풍 군대를 물리치고 엄마를 만나지만 엄마는 구름왕이 만든 태풍의 눈에 갇혀 있다. 그러나 노래를 강제로 부르라고 해도 부르지 못하던 알리오샤의 엄마는 다시금 노래를 부른다. 모성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 노래는 강압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구름왕도 드디어 잘못을 깨닫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답게 전체적인 줄기는 권선징악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지 있지도 않고 톱스타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 공연은 제법 잘 짜인 각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것이 이 공연에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에 가졌던 어린이 공연이라는 편견은 깨고 성인들도 가족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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