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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성미산마을극장, 알고보면 빚더미?

성미산마을극장 3주년 개관 기념잔치 <닐니리 만보> 관람기

등록|2012.02.19 12:53 수정|2012.02.19 12:53
지난 17일부터 1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있는 성미산마을극장은 '성미산마을극장 개관3주년 기념잔치 '닐니리 만보(萬步)'로 들썩거렸다. 동네에 작은 소극장 하나 있는 것이 마을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성미산마을극장. 그 극장의 3주년 개관기념 잔치를 들여다보자.

먼저 17일 오후 8시에 열린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이 시작된 지 10여 분쯤 지난 시간에 입장한 나는 공연하는 사람들보다 객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늘 스펀지에 앉아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객석이 아니라 진짜 소극장 같은 번듯한 5단 계단식 객석, 그것도 레드 카펫 이미지의 예쁜 빨강 쿠션이 있는 객석이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의 스타 '밴드 시선'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서둘러 자리에 앉은 뒤, 한참 연주중인 '밴드 시선'(Band See Sun)의 음악에 집중했다. '밴드 시선'은 스스로를 "틀에 얽매인 장르 음악에 치우치기보다는 음악에 담길 내용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의 방식을 찾아서 해보는 밴드"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연아범'이 하는 밴드다. 성미산마을 주민이면서 마을 생협합창단을 지도하는 성미산마을 주민인 '연아범' 박창순씨가 이 밴드에서 네모난 스피커 같이 생긴 까온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밴드 시선'은 그동안 마을카페에서 연주회도 하면서 마을과의 친분을 익혀왔고, 뛰어난 연주실력과 매력적인 보컬로 마을에서는 인기 있는 음악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 성미산마을극장의 3주년 개관 기념잔치 첫 무대는 아무나 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 연주를 보여줬다.

첫 공연~ 밴드 시선이우영(베이스 기타), 박다영(보컬, 어쿠스틱 기타), 박창순(까온), 안동성(어쿠스틱 기타) ⓒ 김언경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신나는 섬'

이어서 '신나는 섬'의 공연이 이어졌다. '신나는 섬'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자바르떼와 함께 하는 6인조 어쿠스틱 밴드다. 이들은 어쿠스틱 악기의 특성인 따뜻한 감성적 선율과 더불어 젬베, 바이올린, 기타, 아코디언, 세계의 타악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폴카, 왈츠, 집시, 아이리시 등의 리듬이 담긴 이들의 연주는 사람의 감정을 슬픔에서부터 환희까지 자유자재로 끌어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런 것을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창작 월드뮤직이라고 하는가 보다.

아무튼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나기도 했고, 춤을 추고 싶기도 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완전 몰입되는 매력 덩어리 음악이었다. 연습실이 성미산마을에 있으니 마을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신나는 섬'은 "우리끼리만 얘긴데 성미산마을극장 3주년에 초대되어 공연하는 것이 세종문화회관 공연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물론 이 말은 세종문화회관 측에게는 절대 비밀이란다.

홍대 클럽과 카페를 위주로 활동하는 '신나는 섬'은 경로당, 마을공부방 같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찾아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예술교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에게 악기 수업도 한다. 그리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도움을 받아서 올봄에 첫 정규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성미산마을극장 개관 기념잔치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즐거운 라이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신나는 섬윤영철(클래식기타), 박상철(콘트라베이스),최성은(바이올린), 백연구(젬베), 김은옥(아코디언, 멜로디언), 김동제(보컬,어쿠스틱기타) ⓒ 김언경


울다 목이 메이고, 함께 위로하며 웃었던 '춤추는 숲' 제작발표회

18일 토요일 낮 12시 30분 드디어 '호호와 맥가이버의 영화'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홍형숙 감독(호호)와 강석필 감독(맥가이버)은 초등 5학년이 되는 아들과 함께 성미산마을에서 사는 부부다.

이들은 송두율 교수를 통해 분단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담아낸 <경계도시> 시리즈를 만들었고, 최근 "잼 다큐 강정"의 <구럼비에 멈춰 서서>를 감독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이 어딜까 찾다가 성미산마을을 선택했다는 이 부부는 성미산마을에 들어와서도 한참 동안 마을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고 한다. 매체에 많이 등장한 성미산마을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야할지 고민했었던 것 같다.

강석필 감독(맥가이버)와 홍형숙 감독(호호)제작발표회에서도 한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카메라를 들이댄다. ⓒ 김언경


그러나 언제부턴가 마을주민의 일상 곳곳에 맥가이버 아니면 호호의 카메라가 함께 했다. 처음엔 왜 찍나 뭘 찍나 쑥쓰러워하던 주민들은 이제 카메라가 코 앞에 들어와도 신경도 쓰지 않는 '나름 스타 의식'이 생겨 버렸다. 호호와 맥가이버는 이렇게 5년 동안 마을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며 성미산마을을 소재로 연작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다. 이번에 제작발표회를 하는 '춤추는 숲'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춤추는 숲'은 아름다운 성미산 남사면 숲을 허물고 홍익초중고를 지으려는 홍익대학교의 개발에 맞선 성미산 마을주민들의 싸움과 연대를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JIFF) 전주 프로젝트 마켓(JPP)에서 '다큐멘터리 피칭' 부문에 선정되어 제작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요약 버전, 일종의 '예고편'을 보여주고, 주민들과 제작과정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성미산마을극장 측은 이 시간에 "마을극장이 지향하는, 풍요롭고 건강한 삶과 문화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노력, 가치와 의미는 마을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적 전망을 나누어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행복한 얼굴로 박수치며 시작한 제작발표회는 12분 분량의 예고편을 보고 나서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성미산아"

스크린 속에는 우리 아이들이 성미산에서 뒹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엄마들이 나무를 베지 말라며 흐느끼고 있었고, 아빠들이 고함을 치며 싸우고, 선생님이 전기톱에 다리를 다쳤다. 그 와중에 주민들은 뭔가 해보겠다며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백 명이 모여 한 목소리로 비틀즈의 'Let it be'를 개사한 노래 '냅둬유'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영상을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지만 예고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얼마 전 성미산 정산에 장승을 다시 세웠던 날을 찍은 항공촬영 장면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홍익초중고 공사가 시작된 이후 그쪽을 보고 싶지 않았다. 평소 거대한 가림막으로 공사장이 가로막혀 있기도 했고, 산을 올라가도 공사현장 쪽은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 촬영된 영상 속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사라져 버린 숲이 보였고, 그 자리에 들어선 학교가 있었고, 학교와 산의 경계가 되는 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앙상한 나무가 있었다. 우리는 그 위 산 정상에서 풍물을 치며 다시 장승을 세우고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서로를 축하하고 있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그래도 남은 성미산에 기대어 힘을 모으는 우리의 모습이 새삼 아팠다.

2009년 성미산 정상에 있던 장승이제는 쓰러져 새 장승을 세웠지만 2009년 성미산지키기를 함께 해온 장승이 정겹다 ⓒ 김언경


영상은 겨우 12분 정도였지만, 아프고 치열했던 싸움의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주민들은 모두 어색하게 눈물을 닦으며 할 말을 잃었다. 호호와 맥가이버는 이 예고편은 아무래도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들 위주로 편집되어서 이런 것이지, 우리들의 편안하고 소소한 일상들도 많이 담겨있다며 숙연해진 우리들을 달래주었다.

'춤추는 숲'이 다른 다큐멘터리와 무엇이 다를지,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아낼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사람들이 성미산마을을 잠시 다녀간 뒤, 저 나름의 시각대로 담아서 '이것이 성미산마을이다'라고 하는 영상과는 무언가 달랐다.

영상 속 우리들은 카메라가 옆에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호호와 맥가이버에게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이야기하고 울고 웃고 화내고 있었다. '춤추는 숲'을 통해서 성미산마을이 세상에 어떤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미화시킨 것 같아 쑥스럽고, 정말 그렇지는 않다며 손사래 치던 다른 영상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의 싸움이 진솔했고 치열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진솔하고 치열한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5월 전주영화제에서 본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춤추는 숲'이 대박나기를 바라고, 우리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진짜 성미산마을극장 개관잔치 시작하다

18일 오후 5시에는 본격적인 성미산마을극장 3주년 개관기념 잔치가 열렸다. 마포FM에서 일한 전경하(오리) 씨와,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일하는 김명집(가림토) 씨가 사회를 맡았고, 마을극장장 유창복(짱가)가 인사를 했다.

첫 공연은 이태건의 '어느 산골소녀의 사랑이야기'와 '인생'의 마임이었다. 마임이스트 이태건씨는 연극, 영화, 무용 등 다양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2010년 마을극장에서 마임이스트 이두성과 함께 마임 워크숍을 진행했고, 제1회 성미산 마임축제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어 망원청소년독서실의 합창단 '뜨거운 아이들'과 염리청소년독서실의 '작은울림 합창단'의 합창공연이 있었다. 성미산마을극장은 2010년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마포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함께 '마포지역복지네트워크(ASSA,앗싸)'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복지공동기금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마포C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포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행복한 문화예술 경험을 주기 위해 연극, 기타, 합창 등을 지도했고, 이들에게 멋진 공연의 장도 마련해주었다. 개관잔치에 초대된 이들은 2월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마포지역 청소년 동아리로  7팀 중에서 합창을 맡았던 두 팀이다. 사실 이들의 노래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목청껏 노래 부르는 아이들은 매우 귀여웠고 따뜻했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객석을 꽉 채운 주민들은 그 어떤 음악가에게보다 그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다음으로 성미산마을 노래패 '진동'의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진정한 동네 사람들이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동네 엄마 아빠들과 몇명의 처녀 총각이 함께 하고 있는 마을 동아리다. 80~90년대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포크 음악을 주된 레퍼토리로 노래한다. 이들의 가족만으로도 객석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열렬한 박수가 넘쳐났다. 임순례 감독은 축하말을 하면서 "진동이 노래할 때, 객석에서 '와 햇살이다. 와 좋은날이다'라고 우리가 알아보고 환호하는 모습이 하나의 동화 같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성미산마을노래패 진동성미산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노래패 진도이 성미산마을극장 개관 3주년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 김언경


성미산마을극장, 사실은 "빚이 너무 많아요!"

마임과 합창으로 한껏 달궈진 분위기에서 극장은 갑자기 불을 밝히고 '마을극장을 걱정하는 사람들' 모임의 일원이라며 하승창(함께하는 시민행동 전 사무처장)씨가 등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하승창씨는 먼저 성미산마을극장장 짱가에게 다시 마이크를 주었다.

유창복(짱가)성미산마을의 사고뭉치이며, 꿈 공장장이다. ⓒ 김언경

짱가는 먼저 이렇게 훌륭한 공간이 성미산마을에 생기기까지, 마을에 공간을 내어주기로 한 4개 시민단체(환경정의,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여성민우회, 녹색교통)에게 감사했고, 극장을 만드는 데 사실은 빚이 너무 많았음을 고백했다. 그 와중에도 짱가는 "그래도 세계 어느 극장도 우리처럼 3년 동안 빚이 하나도 늘지 않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잘 성장한 마을극장을 자화자찬했다.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깔대기'를 들이대는 짱가를 보며 웃었지만, 사실 빚더미 속에서도 늘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성미산마을극장을 이만큼 잘 지키고 훌륭한 결실을 맺어낸 짱가와 마을극장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일자리였고, 그래서 3년 동안 직원들의 이동도 많았다. 하지만 짧거나 길거나 그동안 마을극장을 위해서 일해 주었던 사람들 모두가 성미산마을극장 3년의 숨은 일꾼들이다.

하승창씨는 이어 개관을 축하하러 오신 손님들을 소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흥섭 마포구청장,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석만 한예종 연극원 교수, 조한혜정 교수, 임순례 감독,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 장신규 마포문화재단 대표, 전효관 하자센터장, 유인택 한국영화제작사 대표 등을 비롯해서 마을극장 개관 공연을 기획하거나 공연을 올렸던 분들 등 진심으로 극장을 축하해 주었다. 지역의 예비후보들도 많이 축하하러 와주셨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마이크는 드리지 못했다. 짱가와 '성미산마을극장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읍소 덕분에 이 자리에는 극장에 대한 후원의 약속이 줄을 이었다.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성미산마을극장 개관 3주년을 축하하러 잔치에 와주셨다. ⓒ 김언경


잔치에는 역시 타령과 흥겨운 우리 가락이 빠지면 안돼

환송하리 만큼 많은 축복과 격려의 인사를 들은 뒤, 다시 공연이 이어졌다. 2011년 마을극장에서 진행한 '민요따라 이야기 삼천리'를 통해 결성되었다는 어르신 노래팀 '어르신 민요만담꾼'이 사랑가와 진도아리랑을 불러주셨다.

2011년 어르신 발표공연 때 인연을 맺었다는 '고래야'의 멋진 반주와 함께 한 어른신들의 공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60대 후반 이상의 어르신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이날 출연한 팀 중에서 가장 화려한 외모와 꾸밈, 목청, 몸짓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동아리들의 발표를 보는 잔치는 정말 유쾌했고 그분들의 삶의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흥과 멋이 있었다. 이 행사의 제목인 '닐니리 만보'가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번 잔치의 대미를 장식할 젊은국악그룹 고래야(古來惹, Coreyah)의 공연이 있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어서는 젊은 국악 그룹인 이들의 음악은 아련하면서도 흥겨웠다. 역시 우리네 잔치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우리 장단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고래야'와 '어르신 민요만담꾼'과 객석이 함께 흥겨운 뱃노래를 부르며 성미산마을극장 개관 3주년 기념잔치 <닐니리 만보>가 막을 내렸다.

'어르신 민요만담꾼'과 '고래야'의 합동 연주이날 공연의 마지막 앵콜곡으로 뱃노래를 흥겹게 부르고 있다. ⓒ 김언경


마을극장 있으면~ 당신들도 마을극장을 꿈꿔보세요!

마을극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일까. 냉장고에는 마을극장이 만들어준 공연 스케줄이 담긴 달력을 붙여 놓는다. 뭔가 괜찮은 공연 하나가 열리는 것 같으면 저녁을 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공연을 본다. 멀리 대학로까지 가지 않아도 좋은 연극이나 콘서트를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무식한 마을사람들이 눈과 귀가 호강한다. 마을극장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모를 것 같은 배우와 뮤지션에 반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장기하와 얼굴들'도 마을극장 개관공연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마을극장이 있어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성미산마을 주변에 모였고, 마을 사람들은 그분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르신들과 청소년들, 어린이와 엄마 아빠들 모두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연극과 악기와 노래와 무용과 마임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우면 늘 마을극장에서 공연했다. 우리 마을사람들이 갈고 닦은 재주를 보며 우리들은 크게 감동했고, 행복을 느꼈다. 사실 조금 미흡하기도 했지만 어떠냐. 무대에 서있는 모습만 봐도 좋은 사라들인데. 마을극장은 주민들에게 예술을 보는 즐거움, 예술을 하는 즐거움을 알게 느끼게 해주었고. 누군가 공연하면 가주는 예의, 봐주며 환호해주는 미덕을 키우며 마을 주민들은 더욱 친근해지기도 했다. 

성미산마을극장은 빚더미다. 그리고 만날 만날 위기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번엔 진짜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좋은 마을극장의 맛을 봤기에, 다시 힘을 내서 마을극장을 아끼고 즐겨줄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더욱  '예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더 급한 법이라 성미산마을극장이 생존과 발전에 마음이 바쁘지만, 다른 곳에도 이런 마을극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이 꿈은 처음에 너무 황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로 그 꿈이 이루어지는 법도 있음을 알게되었으니, 다른 마을들도 하면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겨우 꿈을 키워나가는 성미산마을극장이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데 많은 분들이 축복해주고 기원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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