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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기념·도서관? 자식에게 가자고 말 못해"

[현장] 박정희 기념·도서관 개관 반대 기자회견... "기습 개관 막아야"

등록|2012.02.20 10:04 수정|2012.02.20 18:32

▲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간판이다. ⓒ 김혜승


"내 자식에게 어떻게 도서관을 가자고 할 수 있겠는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 처절하고 살벌했던 군사독재의 가슴 아픈 현대사를 구경시킬 수 있겠는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산 26번지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 21일 건물의 일부인 기념관을 개관한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은 2011년 말 완공으로 전체 시설 규모는 연면적 5290㎡(1603평)이며 지상 3층 건물이다.

이중 건물의 45%는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55%는 도서관으로 운영 될 예정이다. 소장 자료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인 1960~70년대 근대화사업에 관련된 다수의 자료와 박정희 저서, 사진, 영상자료, 생애기록물, 박정희 평전 등이다.

이에 1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에서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4.9통일평화재단, 경찰개혁시민연대, 민주통합당 이준길 예비후보, 통합진보당 홍영두 부위원장, 문성호 정치학 박사와 서교동 시민들이 함께 했다.

"시민에게 도서관을 돌려줘야"

▲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근처에 경찰들이 삼엄하게 서있다. ⓒ 김혜승


기자회견에 참여한 사람은 20명도 안 됐지만 경찰인력은 100명 정도 배치돼 분위기는 삼엄했다. 노란색 바리케이드로 둘러쌓인 기념관은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교동 주민 이준길씨는 "도서관을 이용할 5살 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내 자식에게 남겨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앞에서 기자회견중인 사람들. ⓒ 김혜승


문성호 정치학 박사는 "기념관 건립에 총 700억이 들어갔다"며 "그중 500억은 전경련이 모금한 금액이지만 그게 기업의 돈이기만 한가"라며 되물었다.

"그 돈은 결국 소비자인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고 보조금을 통해 마련한 돈도 국민 혈세이다. 당연히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은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애초 서울시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건립을 주도한 '박정희기념사업회'에 도서관을 지어 운영을 맡되 완공 후 기부체납을 통해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상암동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문 박사는 "현재 '박정희기념사업회'는 기부체납을 위한 서류를 서울시에 재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습 개관'을 우려했다.

통합진보당 홍영두 부위원장은 "기념관의 개관은 반드시 서울시와의 기부체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마치 군사독재처럼 막무가내로 서울시도 모르게 개관을 비밀리에 추진 중이다"고 지적했다.

4·9평화통일재단의 안경호 조사실장은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는 서울시 소유이고 운영권만 '박정희기념사업회'이다. 기부체납 후 3개월 정도에 기간이 걸려야 함에도 갑자기 개관 발표를 했다"며 "이미 박근혜를 비롯한 인사들에게 초대장이 발부되었다. 기부체납 절차 단계를 넘어 개관하게 되면 후에 서울시가 이름이나, 운영문제를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시작은?

▲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다. 시설 규모는 연면적 5,290㎡(1,603평)이며 지상 3층 건물이며 대리석 건물로 장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 김혜승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은 설립계획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으로 '박정희기념사업회'에 재정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97년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지역적 한계(호남기반)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DJP 후보(김대중, 김종필, 박태준) 단일화를 제시했고 이때,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김대중 총재에게 지지조건으로 '내각제 개헌'과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요구했다.

이후 김대중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정희기념과 건립'을 약속했고 1999년 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발족됐다. 총 건립액 중 김대중 정부는 국고보조금 208억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나머지는 국민성금을 통해 모으기로 발표했다.

박정희기념관의 최초 건립 후보지는 용산국립반물관 내 민족공원, 상암동 택지개발지구, 과천 남태령 부근이었다. 그러나 용산은 서울시의 반대로, 과천은 지역조건의 한계로 무산되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후보지인 상암동 택지개발지구가 선정되었다. 당시 상암동 택지개발지구는 개발이 덜 된 상태로 주변에는 쓰레기 매립장이 위치해 있었다.

이에 문성호 정치학 박사는 "당시, 왜 쓰레기장에 기념관을 만드냐는 등 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암동 택지개발지구는 지하철, 버스등 다양한 시설과 디지털미디어시티(DMC)등으로 새롭게 조명받는 지역이다. 특히 기념관이 건립되는 26산 바로 앞에는 초고층 빌딩 건설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박정희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가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반대을 벌였다. 이후 '박정희기념사업회'는 '박정희기념관'에서 '박정희 기념·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민주통합당 이준길 예비후보는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박정희 기념관과 도서관으로 분리 됐지만 결국엔 박정희 기념물들로 채워진다"며 "이름에 점하나 찍은 것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기념사업회는 김대중 정부에게 지원받은 208억 원에 민간기부금 500억 원을 추가해 2004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시민단체 반대운동 등 여론이 좋지 않아 모금액이 100억 원에 그쳐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표류하던 박정희기념관 건립 계획은 이명박 정부들어 다시 시작 됐다. 2010년 3월 재개된 공사는 현 정부의 174억원 지원금 집행으로 탄력을 받아 건립에 박차를 가해 작년 11월에 완공을 마무리 했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도서관 건립에는 국고보조금 200여억 원, 국민모금 30억 원 등 총 230여억 원이 투입됐으며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는 21일 일부인 기념관만을 개관한다. 당일 오전 10시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의 준공기념비이다. 시공자는 삼성물산이다. ⓒ 김혜승


덧붙이는 글 김혜승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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