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사건, 아빠가 담당기자면 어떻게 할 거야?
오마이뉴스, 조중동 부럽지 않다
▲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강당에서 2011년 뉴스게릴라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 신광태
"이 상(賞)은 내게 있어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자리에 딸아이와 처제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 영광을 우리 딸 영은이에게 주고 싶습니다"
지난 2월17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당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12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2011 오마이뉴스 게릴라 시상식'에서 제가 밝힌 소감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말한 이유 또한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 상패행정에서 형식적으로 쓰는 문구와는 달리 정감이 넘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신광태
"아빠가 쓴 기사 있잖아. 나 칭찬하려고 쓴 거야? 아니면 망신 줄려고 쓴 거야?"
지난해 "우리 딸 반장됐대"라는 말에,"어쩌다가"라는 기사를 본 딸아이가 심각하게 제게 물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미안해"라고 했더니 눈치 빠른 딸아이는 "그게 아니구... 내 사진 이쁘게 나온것도 많은데, 왜 하필 그 사진을 쓴 거야?"라고 합니다.
시상식에 이어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의 세미나. 시민기자 수상자 분들과 오마이뉴스 편집부 상근기자들이 참석한 자리. 시민기자들은 어떤 분야의 박사님, 교수님, 공무원, 주부님, 학생, 그리고 목사님 등 참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 어느 언론사 기자들 보다 전문성 면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
부러진 화살에 대한 딸아이의 질문
▲ 영화 <부러진 화살>의 장은서 기자 ⓒ 아우라 픽쳐스
오마이스쿨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아이와 함께 영화관에 들렀습니다. <부러진 화살>이란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연한 자리에서 그 영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빨리 이 주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에 아빠가 저 여기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
▲ 멋진 기자가 되겠다는 딸아이. 전공도 언론 정보학을 택했습니다. ⓒ 신광태
영화 <부러진 화살> 중 장은서 기자(김지호 분)의 소신에 대해 데스크에서 "더 이상 이 건에 대해 언급하지 마라. 출입처를 변경했으니까 그렇게 알아라"라는 대사가 나오고 그 여기자는 더 이상 그 건에 대한 기사를 쓴 장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딸아이가 내게 그런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네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해볼게. 옛날에 어느 기업체에서 <오마이뉴스>에 몇천만 원짜리 광고 요청이 들어왔어. 그런데 공교롭게도 광고를 싣기 직전에 <오마이뉴스>의 어느 시민기자가 그 업체의 문제점을 제기한 기사를 데스크에 올린 거야. 결정을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다른 언론사라면 수익이 우선이니까 그깟 시민기자의 기사를 무시했을 텐데, <오마이뉴스>에서는 광고를 포기하고 시민기자의 기사를 올렸다는 거야."
생나무에서 배운다
▲ 날자!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단합대회, 멋진 골키퍼의 포즈와는 달리 골인이었습니다. '기왕 골 먹을거 편안히 서서 먹지' 라고 말했더니 끝까지 해 보겠다는 <오마이뉴스> 저력이랍니다. ⓒ 신광태
해마다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리는 <시민기자 강좌 -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체계적인 기사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꼭 한 번 참가하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도 참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자주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포인트를 잡는 기법과 상황묘사 기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틀에 박힌 역 피라미드식 기사로 어느 단락에서 읽기를 중단해도 내용을 알게 하기 위함이 아닌 독자들이 끝까지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은 생나무 공개 클리닉입니다. 클리닉 기사 의뢰 내용을 읽다보면, '방향을 이렇게 잡았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은 거의 비슷하게 김현자 닥터님의 소견에 근접하곤 합니다.
10만인 클럽 담당자에게 사정했습니다
▲ 강화도 오마이스쿨 교육장. 여느 기업체 연수원 부럽지 않습니다. ⓒ 신광태
<오마이뉴스>에서 운영하는 10만인 클럽. 회원이 됨으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보다 뜻을 같이 하고 싶다는 쪽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오마이뉴스>로 부터 '잔고가 부족해 결재를 하지 못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장관리를 제가 잘 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지금 계좌변경을 할 테니까 이번 달 건은 그 통장에서 이체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미 이번 달은 정리가 끝났으니까, 정 그러시면 다음달부터 그 계좌의 적용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에 연속성이 떨어지면 스스로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 이번 달부터 적용을 좀 해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빼내가는 카드사나 회비 등과 비교가 되는 부분입니다.
조중동 부럽지 않다
▲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님은 미국의 <타임>에서 소개가 됐을 정도로 유명한 분입니다. ⓒ 신광태
수만 명의 시민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들. 이런 <오마이뉴스>의 방침을 배우기 위해 해외의 많은 언론사에서 답사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결론은 "모든 시민이 기자라면, 모든 시민이 뇌수술 의사다"라는 것이였다고 하더군요. 기자라는 특수성을 강조한 면도 있겠지만, 시민의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상근기자들이 다듬으면 되고, 클리닉을 통해 이해를 도모해 나가는 부분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양한 분야 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를 전문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시군별로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의 대표 시민기자 양성을 통한 전문화로 다양하고 폭 넓은 뉴스가 생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부분이 기존 언론에서 시도하지 못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도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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