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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공사 저지, 경찰서로 끌려가는 주민들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강릉CC 골프장 공사 현장

등록|2012.02.24 17:52 수정|2012.02.24 17:52
'강릉CC골프장 반대' 닷새째 몸싸움

벌써 닷새째다. 강릉CC 골프장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찾아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닷새째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병원으로 경찰서로, 실려 가고 끌려 가는 주민들이 빈발하고 있다. 강릉CC는 현재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에 조성중인 골프장으로, 주민들은 5년째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막는 싸움을 펼쳐오고 있다.

먼저 20일, 구정리 주민들과 강릉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이 골프장 공사 현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몸싸움 결과 주민들과 골프장 관계자 등 5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러자 골프장측은 20일 사건을 핑계로, 21일 주민들의 현장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강릉시에 '공사장 일시 폐쇄 결정' 공문을 접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세남 강릉시의회 부의장과 주민 2명을 폭력과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강릉CC 건설중단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CC는 부실과 편법에 대한 민원과 의혹을 풀고자 하는 강원도의 감사와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떳떳하지 못한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오직 주민 탓으로만 돌리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3일에는 주민들이 골프장 공사 현장 출입구를 막고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주민 7명이 강릉경찰서로 연행돼, 그중 주민대책위 조승진 부위원장 등 2명이 24일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날 강릉시의회(의장 김영기) 의장단은 긴급회의를 하고 강원도청이 감사기간을 연장하고 현장보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강릉시는 강릉CC 공사를 즉각 중지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24일에는 주민들이 아침 6시 30분부터 인부들과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기 시작했다. 9시경에는 주민 20여 명이 공사장 안으로 진입해 공사를 저지했다. 골프장측은 경찰 투입으로 맞섰다. 그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강릉경찰서로 연행됐다. 결국 공사를 막지 못한 주민들은 현장에서 철수해 강릉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골프장 예정 부지 안 소나무 마구잡이로 베어내

구정리 주민들이 이처럼 거의 날마다 골프장 공사 현장을 찾아가 몸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골프장측이 최근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골프장 예정 부지 안에 있는 소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정리 주민들의 골프장 출입 요구는 지난 20일 도지사 직속 자문기구인 '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시청에) 강원도 골프장 민관협의회의 현장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가, 참관인, 보조원 등의 출입 허가를 시급히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한 뒤부터다.

강원도청은 또한 2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강릉CC 조성사업'과 관련이 있는 도청 내 부서를 감사하고 있으나, 4년여에 걸친 인허가 서류, 의제협의 전반에 관한 확인 등 감사에 많은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감사 기간의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서도 골프장 사업부지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릉시청과 강릉CC 골프장 사업 시행자인 ㈜동해임산은 그 이후에도 계속 강원도청의 현장 조사와 현장 보존 요구에 어떠한 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 오히려 현장 조사가 어려워질 게 뻔한 공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현장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

구정리 주민들은 2008년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로, 지금까지 5년째 골프장 반대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집회와 항의 방문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강원도청과 강릉시청 앞에 비닐천막을 치고 130일 가깝게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강릉시청과 동해임산은 주민들의 현장 출입까지 막으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동해임산은 구정리 일원에 1058억 원을 들여 2014년 3월까지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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