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만수보다 그 아저씨가 더 스타였대이
[낡고 정겨운 것들] 대구달성공원
아이코! 한 발 늦었네. 새벽 5시에 채소랑 생선 좌판 벌린다 카더만 벌써 파장이다. 몇 천 원 갖고도 수북이 살 수 있다고 새벽마다 들른다 카더만…. 이 여편네가 좀 부지런한 게 아니랐구만.
그거는 그렇고 저기 저 여자, 좀 이상하지 않나? 온 전신에 꽃분홍 옷에다가 머리에 꽃까지 달고, 눈에는 초점도 없는데다가 웃음도 헤벌레하게…. 우짜다가 저래 됐겠노? 인물도 곱상한데…. 그래도 여기 사람들 다들 정도 많제. '미친년' 소린 절대 안 하잖아. 저 아줌마는 커피도 나눠 마시고 엄청 챙겨주잖아. 다들 새벽에 들들 떨어가믄서 달성공원 앞에 나와 있는 속사정은 안 있겠나. 그래서 그런가 서로 동지애 같은 거는 되게 강한 갑다.
이리로 들어 온나. 달성공원은 1905년에 일본식 동물원으로 출발했다. 저쪽에 저거는 동학 창시자 최제우 동상이다. 1964년이 최제우 순도 100주년 되던 해였는데, 그때 전국 천주교 신도들이 돈을 모아갖고 동상을 여기 만들어 세웠다.
최제우가 서울로 압송돼 가는 도중에 대구 남산동 관덕정 앞에서 참수당했는데, 남산동에 천주교 역사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있잖아, 그 시인 이상화 시비도 세워져 있다. 이상화 시인 집은 계산성당 옆에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어? 사슴이 우리 쳐다본다. 저 짜슥이 제대로 얼짱 각도를 아는구만.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도 취하는데 한 판 찍고 가자. 저쪽에 다리에 힘주고 섰는 건 라마. 저놈은 똥 싸느라 바쁘니까 건너띄고. 윽! 여기는 완전 비린내 작렬이네.
늑대는 와 이리 냄새가 고약하노? 이놈들 아침밥 안 준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긴가? 속 시끄럽게 사방으로 왔다갔다, 하! 이제는 지들끼리 으르렁대고 난리다. 그래도 서열은 확실하다야! 앉은 놈은 근엄하게 있고 서있는 것들끼리 난리치는 거 봐라.
이쪽에 산책로 따라서 온나. 저 위에 저것이 관풍루(觀風樓)다. '관풍세속(觀風世俗)', 한마디로 '누상에서 세속을 살피는' 고을 수령의 마음이란 뜻이다. 2층 실내 계단 올라가서 대구 곳곳의 저 멀리까지 정세를 살핀다 이 뜻이구만.
원래 조선 선조 34년 때 경상감영 정문에 지은 게 그 토대랐는데, 1906년에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지금 위치로 옮겨 갖고, 1973년에 새로 복원됐다 카더라. 대구 사는 사람이면 이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씩은 다 있을 끼라.
자, 발밑에 잘 보고 살살 올라 온나. 여기서부터는 달성(達城)이다. 오늘 운동객 억쑤로 많네. 운동하더라도 훼손 안 하게 조심해야 된대이. 여기도 문화재다. 흙으로 된 토성(土城)인데 삼한시대부터 자연 구릉을 이용해서 쌓은 거다. 한 1800년쯤 전에 시작된 건데,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거라더라. 삼한, 고려, 조선, 근현대까지 죽 걸쳐서 자연적으로 쌓아진 거라서 역사적 가치도 대단한 거다. 요새 중구청에서 복원 추진한다고 뉴스에도 났더만.
저쪽에 저거는 향토역사관. 대구 역사 자료 전시한 곳이다. 조선시대 약전골목 모습, 풍속 인형모형, 그림, 가옥 같은 거 다 전시 돼 있다. 한마디로 대구 역사나 풍습 공부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견학 많이 온다.
우리 어릴 때는 소풍도 달성공원에 오고 사생대회도 열렸기 때문에 여기 자주 왔었다. 요새는 공짜로 드나든다만 그때는 입구에서 표 받는 거인이 유명인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삼성라이온즈 잠바 입고 여기 와서 거인한테 싸인 받아갔잖아. 삼성라이온즈 이만수보다 그 아저씨가 더 스타였대이.
옛날에 놀 데 없고 갈 데 없던 때는 일요일마다 벌떼같이 여기 몰리 와서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이제는 천지에 노인들밖에 없네. 그라고 어릴 때는 달성공원이 엄청시리 커보였는데 지금은 우리 아파트 정원밖에 안 돼 보이는 거 있제? 세상이 커 보이고 꿈도 크고 열망도 크던 그때가 인제는 막 그립고 눈물 나고 그렇다.
어른 돼 갖곤 세속에 물들어서 서로 막 물고 뜯고 짐승같이 사는 거도 싫고. 저쪽에 동물 우리에 갇힌 것들 보다 못하게 속고 속이고, 뒤통수 치고 남의 것 뺏어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외치는 것들도 구역질도 나고. 물건 도둑질보다 더 나쁜 명예도둑질, 인맥도둑질, 온갖 거짓말….
에라이! 그만 가자. 배도 고픈데 서문시장 내려가서 칼제비나 묵자. 그나저나 장도 안 보고 빈손으로 가면 마누라가 바가지 엄청 긁겠구만. 에잇! 좋아하는 삼각만두나 잔뜩 안겨주지 뭐.
▲ 달성공원 입구매일 오전 5시 부터 1시간 동안 장이 선다. ⓒ 조을영
▲ 달성공원 입구의 상인들1년 365일 매일 새벽 5시만 되면 각종 채소와 생선 등을 가지고 장사를 하러 나오는 상인들. ⓒ 조을영
그거는 그렇고 저기 저 여자, 좀 이상하지 않나? 온 전신에 꽃분홍 옷에다가 머리에 꽃까지 달고, 눈에는 초점도 없는데다가 웃음도 헤벌레하게…. 우짜다가 저래 됐겠노? 인물도 곱상한데…. 그래도 여기 사람들 다들 정도 많제. '미친년' 소린 절대 안 하잖아. 저 아줌마는 커피도 나눠 마시고 엄청 챙겨주잖아. 다들 새벽에 들들 떨어가믄서 달성공원 앞에 나와 있는 속사정은 안 있겠나. 그래서 그런가 서로 동지애 같은 거는 되게 강한 갑다.
이리로 들어 온나. 달성공원은 1905년에 일본식 동물원으로 출발했다. 저쪽에 저거는 동학 창시자 최제우 동상이다. 1964년이 최제우 순도 100주년 되던 해였는데, 그때 전국 천주교 신도들이 돈을 모아갖고 동상을 여기 만들어 세웠다.
최제우가 서울로 압송돼 가는 도중에 대구 남산동 관덕정 앞에서 참수당했는데, 남산동에 천주교 역사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있잖아, 그 시인 이상화 시비도 세워져 있다. 이상화 시인 집은 계산성당 옆에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어? 사슴이 우리 쳐다본다. 저 짜슥이 제대로 얼짱 각도를 아는구만. 사진 찍어달라고 포즈도 취하는데 한 판 찍고 가자. 저쪽에 다리에 힘주고 섰는 건 라마. 저놈은 똥 싸느라 바쁘니까 건너띄고. 윽! 여기는 완전 비린내 작렬이네.
늑대는 와 이리 냄새가 고약하노? 이놈들 아침밥 안 준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긴가? 속 시끄럽게 사방으로 왔다갔다, 하! 이제는 지들끼리 으르렁대고 난리다. 그래도 서열은 확실하다야! 앉은 놈은 근엄하게 있고 서있는 것들끼리 난리치는 거 봐라.
▲ 관풍루. ⓒ 조을영
이쪽에 산책로 따라서 온나. 저 위에 저것이 관풍루(觀風樓)다. '관풍세속(觀風世俗)', 한마디로 '누상에서 세속을 살피는' 고을 수령의 마음이란 뜻이다. 2층 실내 계단 올라가서 대구 곳곳의 저 멀리까지 정세를 살핀다 이 뜻이구만.
원래 조선 선조 34년 때 경상감영 정문에 지은 게 그 토대랐는데, 1906년에 대구읍성이 헐리면서 지금 위치로 옮겨 갖고, 1973년에 새로 복원됐다 카더라. 대구 사는 사람이면 이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씩은 다 있을 끼라.
자, 발밑에 잘 보고 살살 올라 온나. 여기서부터는 달성(達城)이다. 오늘 운동객 억쑤로 많네. 운동하더라도 훼손 안 하게 조심해야 된대이. 여기도 문화재다. 흙으로 된 토성(土城)인데 삼한시대부터 자연 구릉을 이용해서 쌓은 거다. 한 1800년쯤 전에 시작된 건데,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거라더라. 삼한, 고려, 조선, 근현대까지 죽 걸쳐서 자연적으로 쌓아진 거라서 역사적 가치도 대단한 거다. 요새 중구청에서 복원 추진한다고 뉴스에도 났더만.
▲ 달성토성. ⓒ 조을영
▲ 달성토성. ⓒ 조을영
저쪽에 저거는 향토역사관. 대구 역사 자료 전시한 곳이다. 조선시대 약전골목 모습, 풍속 인형모형, 그림, 가옥 같은 거 다 전시 돼 있다. 한마디로 대구 역사나 풍습 공부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견학 많이 온다.
우리 어릴 때는 소풍도 달성공원에 오고 사생대회도 열렸기 때문에 여기 자주 왔었다. 요새는 공짜로 드나든다만 그때는 입구에서 표 받는 거인이 유명인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삼성라이온즈 잠바 입고 여기 와서 거인한테 싸인 받아갔잖아. 삼성라이온즈 이만수보다 그 아저씨가 더 스타였대이.
▲ 달성공원 향토역사관. ⓒ 조을영
옛날에 놀 데 없고 갈 데 없던 때는 일요일마다 벌떼같이 여기 몰리 와서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이제는 천지에 노인들밖에 없네. 그라고 어릴 때는 달성공원이 엄청시리 커보였는데 지금은 우리 아파트 정원밖에 안 돼 보이는 거 있제? 세상이 커 보이고 꿈도 크고 열망도 크던 그때가 인제는 막 그립고 눈물 나고 그렇다.
어른 돼 갖곤 세속에 물들어서 서로 막 물고 뜯고 짐승같이 사는 거도 싫고. 저쪽에 동물 우리에 갇힌 것들 보다 못하게 속고 속이고, 뒤통수 치고 남의 것 뺏어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외치는 것들도 구역질도 나고. 물건 도둑질보다 더 나쁜 명예도둑질, 인맥도둑질, 온갖 거짓말….
에라이! 그만 가자. 배도 고픈데 서문시장 내려가서 칼제비나 묵자. 그나저나 장도 안 보고 빈손으로 가면 마누라가 바가지 엄청 긁겠구만. 에잇! 좋아하는 삼각만두나 잔뜩 안겨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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