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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책, 청소년 목소리 먼저 들었어야"

인천 청소년 100인이 말한 학교폭력 대책

등록|2012.02.27 17:43 수정|2012.02.27 17:43

▲ 2월 25일 인천시청소년회관에서 열린 '학교폭력 문제 해결방안을 위한 청소년의 입장' 청소년 100인 토론회에서 조별 발표자들이 토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장호영



"복수 담임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이 오지 않을까요? 차라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주세요. 그래야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더 많이 신경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상담을 위해서 학교에 위클래스(Wee-class)를 확대 운영한다고 하는데, 지금 있는 위클래스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돼요.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상담교사를 뽑아줬으면 합니다."

"학교의 구조 자체가 원래 폭력적이라서 학생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요. 교사가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폭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체벌부터 없애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은 교육이 아닙니다."

"가해학생에게 정학이나 유급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해요. 심리치료나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요."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해요. 잘난 사람에게는 굽실거리고 못난 사람은 밟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과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인천시교육청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내놓은 대책과 관련, 인천 청소년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인천시청소년회관이 인천와이엠시에이(YMCA), 인천청소년지도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지난 25일 '학교폭력 문제 해결방안을 위한 청소년의 입장'이라는 주제로 청소년 100인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토론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10개조로 나뉘어 정부와 시교육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놓고 주제별로 토론을 벌였다. 토론 주제는 ▲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 ▲ 신고·조사 체계 개선과 가해ㆍ피해학생에 대한 강화 조치 ▲ 또래활동 등 예방교육 확대 ▲ 학부모 교육 확대와 책무성 강화 ▲ 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 ▲ 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 ▲ 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요인 대책 등이었다.

미리 뽑힌 청소년 토론기획단의 주재로 조별 토론을 벌인 청소년들은 강당에 모여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참가 청소년들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근절 대책에 청소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학교폭력에 대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후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정부 기관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단기간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또한 학교폭력신고센터 117과 관련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인력 지원을 우선해야하며, 신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래상담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모에게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을 또래라고 해서 이야기하겠냐는 것이다. 또한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때문에 교사가 또래상담자를 직접 뽑고 봉사시간 등을 적용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학교 교육이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5개 교과목만 중요시하고 도덕 등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과목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라는 이유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은 낙인을 찍는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교폭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학교폭력 전담경찰을 만들자는 의견과 학교폭력 신고 시 보상을 많이 해주자는 의견, 설문지를 청소년들이 솔직하게 잘 작성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100인 토론에 참가한 박희찬(부광고·2년) 학생은 "학교폭력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친구들과 토론해 볼 수 있어 좋았다"며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시각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하기 전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었어야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교육 관련정책을 마련하기 전 꼭 청소년들의 의견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2일에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보면 학교폭력 사안 공개와 즉각 대응체제 구축, 가해자 교육과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와 처벌, '일진' 색출 강화는 낙인과 배제라는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치라는 등, 근본적인 학교폭력 해결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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