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MB정부 방송 장악, 샅샅이 털어 구속해야"

[인터뷰] 최민희 전 민언련 사무총장..."갈라진 언론운동 뭉치는 데 가교 될 것"

등록|2012.02.29 19:57 수정|2012.02.29 22:46
[기사 수정: 29일 오후 10시 45분]

▲ 최민희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명령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렙법 때문에 양분된 언론운동 진영의 갈등을 미디어렙법 개정으로 갈등을 풀고 MB 방송 장악 심판에 뜻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 유성호


"미래를 위해 다시 뭉칠 수 있어요. 스스로 가교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어요."

최민희(53) 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총장이 민언련과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로 양분된 언론운동진영 화합에 다리를 놓겠다고 나섰다. 자신이 최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법 통과 과정에서 언론단체-시민단체 갈등에 '불씨'가 된 데 따른 것이다.  

"미디어렙법 개정으로 언론운동 진영 갈등 풀어야"

민언련 등 시민단체에선 종편(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 3년 유예, 1인 지분 최대 40% 허용 등 독소 조항을 들어 끝까지 법안 처리를 반대한 반면 언론연대와 언론노조 등에서는 종교방송, 지역방송 등 '광고취약매체' 문제를 들어 시급한 처리를 요구해 왔다.

최 전 총장은 "다수(새누리당)가 행패 부리고 야당이 힘이 없는 처지에서 광고취약매체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이었다"며 당시 현실론을 인정하는 한편 "미디어렙법은 개정 투쟁을 통해 바로 잡아가면 되고 미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미디어렙 1인 최대 지분을 40%에서 20%로 축소하자는 구체적 대안도 내놨다.   

1980년대 월간 <말>지 기자로 출발한 최 전 총장은 민언련 전신인 민주언론운동시민협의회(민언협) 간사와 사무총장으로 20여 년 언론 운동을 했고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엔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0년 6월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한배를 탄 뒤 국민의명령 집행위원장을 시작으로 혁신과통합, 시민통합당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지난해 12월 18일 민주통합당 출범까지 야권 통합 실무를 도맡았다. 지난 24일 오후 최민희 전 총장을 만난 곳도 여의도 국민의명령 사무실이었다. 

"미디어렙법 원칙 말했을 뿐... 연내 처리 반대 안 해"

지난 12월 말 미디어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최 전 총장은 종교방송을 비롯한 일부 '진보' 매체에서 뭇매를 맞았다. 최 전 총장이 민주통합당에서 임시 최고위원을 맡은 게 화근이었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를 목표로 여야 합의안까지 마련한 상황에서 최 전 총장이 끼어들어 '몽니'를 부렸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으로서 미디어렙 법안을 보고 받고 합의해선 안 될 내용이라고 판단했어요. 종편 미디어렙 3년 유예와 방송사 1인 지분 40% 허용에다 그때는 크로스 미디어(동종-이종매체간 연계) 판매 허용까지 포함돼 깜짝 놀랐어요. 당시엔 민언련뿐 아니라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 언론 단체들이 모두 반대하던 내용이라 언론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을 뿐이에요. '연내 처리'가 기준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연내 처리가 기준이었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가요."

결국 민주통합당은 합의안을 거부하고 재협상하려다 하루 만에 다시 합의안에 따르기로 당론을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침 그가 몸담았던 민언련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시한부' 최고위원에 불과했던 그의 위상은 '실세'로 격상됐다.  

"제가 실세요? 아니거든요. 제가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에 반대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에요. 우리가 무조건 양보만 할 게 아니라 한나라당 양보도 받아야지 한 거죠. 오히려 민언련이 나 때문에 억울했을 거예요. 제가 당시 전 야권 통합 작업에 바빠 민언련과 사전 교감이나 협의할 시간도 없었어요."

"친노 원죄? 잘못한 정책 있으면 비판해 달라"

▲ 최민희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명령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는 적어도 법과 제도는 지키려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을 무시한 정권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오랜 시민단체 활동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데다 최근 정치에도 몸담으면서 '조중동'뿐 아니라 진보진영 안에도 '최민희 안티'가 적지 않다. 쉰셋이란 젊은(?) 나이에 차관급 고위직에 올랐고 최민희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도 종종 구설수에 오르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친노 인사'란 꼬리표다.  

참여정부 시절 차관급인 방송위 부위원장을 지낸 '원죄' 때문이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최 전 총장은 헛웃음을 켰다.

"원죄요? 저는 친노라고 불리는 것이 불쾌하지 않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제 소신껏 정책을 펼쳤어요. 예를 들어 지금 한미FTA로 난리인데 방송 분야는 조용하잖아요.당시 저는 방송 분야 개방을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방송위원회 사상 첫 직무감사까지 당했어요. '현재유보'(현재 법 체계를 유지하는 것)와 '미래유보'(미래에 규제나 국내 산업 보호 조치를 강화할 수 있는 것)를 통해 IPTV 등 방송 분야 미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어요. ISD(투자자 국가소송제)와 관련, 방송 분야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 거죠. 정책 결정을 잘못한 게 있으면 그걸 문제삼아야 한다고 봐요."

언론노조나 언론연대에선 이명박 정부 들어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에 '낙하산 인사'가 거듭되는 근본 원인을 공영방송 독립성 장치를 제대로 마련 못한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돌리고 있다.

"지금 KBS 사장 선임 방식은 2000년(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만든 것인데 대통령이 아닌 KBS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도록 진일보했어요. 참여정부에서는 시민사회에서 사장추천위원회 만들고 제대로 갔는데 이명박 정부 거치며 무너진 거예요. 과연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이 들어섰을 때 흔들리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요?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운용은 사람이 해요. 국민이 정권과 국회를 잘 뽑아야 하는 거죠. 정연주 전 사장이라고 노 대통령에게 압박 안 받았을까요? 구성원이 정부 비판 프로그램 만들 수 있게 정부 압력에서 스스로 지켜낸 거예요. 노 대통령도 그런 정 사장이 '예스맨'이 아닌 거 알면서도 임명한 것이고요."

"이명박 정부 방송 장악 비리, 샅샅이 털어 구속해야"

최 전 총장은 지금 언론운동의 화살이 겨냥할 곳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현 정부 인사들임을 강조했다.

"참여정부 언론정책이 다 잘한 거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참여정부는 적어도 법과 제도는 지키려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을 무시한 정권이에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문제는 비난이나 말로 끝날 일이 아니라 툭툭 털어야 해요. 정아무개 전 정책보좌역 비리뿐 아니라 미디어법, 미디어렙법 추진 과정 뒷거래를 샅샅이 뒤져야 해요. 이명박 방송 정책 자체가 불법, 탈법, 비리 형성 과정이에요. 차기 국회에서 방송 장악 청문회 열고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로 다 털어서 구속시켜야 해요."

최근 일부 미디어비평매체는 민언련이 주도한 조중동저지네트워크에서 미디어렙법을 통과시킨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노영민 수석부대표를 낙선 대상으로 선정한 것과 미디어렙법 관련 총선 공약 발표를 문제삼아 최민희 전 총장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최 전 총장이 언론에서 비판을 받아본 게 처음은 아니다. '안티조선' 운동에 앞장서던 최 전 총장이 방송위 부위원장이 되자 조중동에서 최민희 흠집 잡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조중동 비판은 차라리 달콤한 데가 있죠. 방송위 때 개혁적 행보마다 흔들고 조중동과 이해가 다를 때마다 흔들었어요. 전 조중동에 대해선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과 통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번 비판은 얼떨떨해요. '이게 뭐지?' 하는 심정이에요."

한편으론 억울한 심정도 털어놨다.

"억울해요. 미디어렙법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실수의 결과예요. 왜 나만 찍어서 비판하죠? 언론 운동은 늘 입장이 하나여야 하나요? 전선이 이렇게 서면 안 돼요. 나쁜 것은 한나라당-조중동인데 왜 우리끼리 싸울까요?"

다만 민언련 낙선 대상 선정에 대해선 자신도 민주통합당 당원인 탓인지 말을 아꼈다.

"언론단체는 미디어렙법 같은 언론 사안만으로 그렇게 주장할 수 있지만 당에선 전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언론 관련해서만 말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는 다른 사람은 언론만으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죠."

"광고취약매체 어려움 인정... 김진표 대표 결정 이해"

▲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을 통해 마련한 미디어렙법의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최민희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8일 의원총회에서 김진표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있다. ⓒ 남소연


김진표 원내대표와 견해 차이로 보이는 대목에 대해서도 최 전 총장은 당시 '원칙론'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내가 말하는 게 '원칙'이었기 때문이에요. 최고위원 사전점검 회의에서 처음 문제 제기한 것도 원칙을 얘기한 것뿐이에요. 김진표 원내대표도 자기들도 이 내용(여야합의문)에 반대한다,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 최악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선은 지났구나, 광고취약매체의 어려움이 크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 '정서 문제'로 넘어갔군요, 하고는 이후 더는 얘기 안 하고 조중동만 비판했어요. 민주당이 힘이 없어서죠. 힘이 있었으면 이러지 않았을 거예요. 이게 우리끼리 다툴 일인가요."

최 전 총장은 "미디어렙법 입법은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상황이었다"면서 미디어렙법 통과 자체가 방송사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미디어렙법은 2000년에도 MBC와 SBS 이해관계가 조정 안 돼 못했어요. 당시 WTO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 문제 제기해 당시 '1공 1민'으로 하려 했었죠. 헌재 결정으로 급물살 타긴 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KBS, MBC, SBS 같이 힘 있는 집단간 이해관계 조정에 미성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여기에 종편까지 얹어져 정파적 문제로 확산돼 더 풀기 어려워졌죠. 한나라당은 자기편만 챙기는데 민주당은 다 고려해야 하니까."

최 전 총장은 이어 미디어렙법 때문에 양분된 언론운동 진영의 갈등을 해소하고 미디어렙법 개정과 MB 방송 장악 심판에 뜻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갈등 해소는 충분히 가능해요. 시민단체끼리 이해관계는 달라도 같은 대의를 따르기 때문에 해소될 수 있어요. 현실적인 법조항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른 대상은 좁히기 어렵지만 시민단체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요. 미디어렙법으로 SBS, 종편 등 많은 수혜자가 있지만 시민단체가 편들 대상은 광고취약매체뿐이에요. 이게 대의죠. 그래서 아름다운 선택일 수 있다고 표현한 거예요.

미래를 위해 다시 뭉칠 수 있어요. 스스로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어요. 이것보다 큰 갈등도 다 극복하고 화합해 봤어요. 내 자신이 잘못된 일엔 불같이 화를 내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하나될 준비가 돼 있어요. 새누리당에 맞서 진보개혁 승리와 미디어를 공론장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으면 좋겠어요."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