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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266억 '꿀꺽'... '통-반장신문' 좋겠다

[집중분석] 서울지역 25개 구청 2010-2011년 '통·반장 신문 구독료'

등록|2012.02.28 15:09 수정|2012.02.28 18:03
서울지역 25개 구청에서 통·반장 등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신문(일명 '계도지')을 구독하기 위해 2년간 세금 266억여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서정순 구의원(서울 서대문구)을 통해 입수한 '서울지역 25개 구청 통·반장 신문구독료'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 25개 구청에서는 '통·반장 신문' 구독을 위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136억여 원과 130억여 원의 예산을 썼다(각 구청별 예산 사용액은 도표 참조).

지자체의 재정난에도 1개 구청당 평균 5억 원 이상의 예산을 통·반장 신문 구독에 쓴 것이다. 이를 두고 "구시대 관행인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2010년] 99년 30~40억이던 예산이 2010년 100억대로 늘어

'통·반장 신문'이란 '주민계도용신문'(계도지)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관변단체나 통·반장 등에게 무료로 특정신문을 나눠주던 관행의 산물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내무부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지자체에서 <서울신문> 등 특정신문을 일괄 구입한 뒤 통·반장 등에게 무료로 제공해왔다.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부터는 지자체에서 직접 예산을 편성해 신문을 구입해왔다. '구청장 재선용'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런 점 때문에 통·반장 신문은 '권언유착' 혹은 '관언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결국 민주파 정부가 들어선 2000년 이후 시민단체와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이 '계도지 폐지운동'을 벌였고, 전국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통·반장 신문 구독과 관련된 예산을 폐지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25개 구청은 통·반장 신문 구독에 여전히 많은 예산을 집행해왔다. 경실련이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3년 서울지역 25개 구의회에 '계도용 신문 구입 예산을 전면 폐지하고 이를 구민 복지향상 지역발전예산으로 배정하라'는 의견서를 보냈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

당시 경실련은 "각종 매체가 발달하고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는 지금 주민계도용 신문은 시대착오적인 구시대의 관행"이라며 "더군다나 자치단체를 감시해야 할 언론사가 재정 중 상당부분을 자치단체에 의존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1999년 30억~40억 원에 불과했던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은 2000년대 50억~70억 원대로 늘어났고, 2010년대에는 100억 원대에 진입했다. 2010년 통·반장 신문 구입에 들어간 예산은 총 136억5351만2000원. 1개 구청마다 평균 약 5억5000만 원의 세금을 쓴 셈이다.

강남구가 12억89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도봉구(7억2828만2000원)와 중구(7억1618만원), 강서구(7억1364만 원), 노원구(6억7200만 원), 송파구(6억5916만 원), 관악구(6억3190만 원), 강북구(6억78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마포구는 2억8754만 원으로 25개 구청 가운데 가장 적은 예산을 썼다. 종로구(3억1638만 원)와 중랑구(3억1734만 원), 강동구(3억6092만4000원), 동작구(3억8344만 원), 양천구(4억212만 원), 금천구(4억1012만 원), 광진구(4억4539만2000원), 용산구(4억8234만 원), 은평구(4억8342만 원), 서대문구(4억8677만8000원)는 '평균(5억5000만 원)'보다 낮았다.

[2011년] 6억 삭감... 강남구 약 2억 줄고, 양천구 1.3억 늘어

2010년 6·2 지방선거 결과로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통·반장 신문 구독료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야당 소속 구청장이 21곳을 장악한 2011년에는 총 130억3839만8000원이 사용됐다. 2010년에 비하면 6억1500여만 원이 줄어든 수치다. 이렇게 예산이 줄어든 곳은 13개 구청이었고, 동결된 곳도 7개 구청이었다.    

강남구(10억1094만 원)는 1억9800만원이나 줄어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구(5억8125만6000원)와 도봉구(6억1938만 원)도 각각 약 1억3500만 원과 1억900만 원 줄었다. 나머지 구청들의 감소폭은 1200만여 원부터 7200만 원까지였다.

5760만 원을 삭감한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각 구청이 2~3년 전부터 재정이 어려워 5~10% 삭감이 이루어진 걸로 안다"며 "그렇게 구독부수가 줄어서 통·반장에게 돌아가는 부수가 적어지자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통·반장 신문 구독료가 늘어난 곳은 종로구(3억2448만 원)와 강북구(6억1305만2000원), 은평구(5억40만 원), 양천구(5억2914만 원), 강서구(7억7616만 원) 등 5개 구청이었다. 양천구와 강서구는 각각 1억2702만 원과 6252만 원 늘어나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고, 그 뒤를 은평구(1698만 원↑)와 강북구(1227만여 원↑), 종로구(810만 원↑)가 이었다. 

한편 성동구(5억9364만 원)와 동대문구(5억3890만 원), 성북구(5억3636만 원), 영등포구(5억7594만 원), 동작구(3억8344만 원), 서초구(5억9688만 원), 송파구(6억5916만 원) 등 7개 구청은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됐다. 구청장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소속인 '강남3구'와 중구에서 예산이 줄거나 동결된 점이 흥미롭다. 

서울지역 25개 구청에서 구독하는 '통·반장 신문'은 발행단위에 따라 중앙지(전국단위)와 지방지(수도권단위), 지역지(구단위)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중앙지와 지방지, 지역지가 전체 통반장 신문 구입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6%와 24%, 10% 수준이다(2010년 기준).

구체적인 구독료를 보면, 중앙지는 2010년 89억8576만여 원, 2011년 84억8050만여 원, 지방지는 2010년 33억4216만여 원, 2011년 33억4332만여 원이었다. 지역지 구독에도 2010년 13억2558만여 원, 2011년 12억1456만여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통·반장 신문 구독은 언론사 관리 통한 구청장 재선용? 

중앙지에서는 <서울신문>이 가장 많고, 최근에는 일부 구청에서 <문화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내일신문>을 구독 목록에 추가했다. 동대문구청의 한 직원은 "구청장들 회의에서 '<서울신문>과 <문화일보>가 다 보수성향 신문인데 이제 진보적 매체도 구독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이 나와서 구독수를 줄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강서구청의 한 직원도 "(추가로 구독하는) <한겨레>와 <경향>은 100부씩 늘어 작년에 총 3200부였고, 금년에는 동결될 것"이라며 "<한겨레>와 <경향>을 100부씩 늘렸다고 (기존에 보던) <서울신문>과 <문화일보>의 부수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경향>을 추가로 구독하고 있는 영등포구청의 한 관계자도 "<한겨레>와 <경향>을 100부씩 늘리면서 (<서울신문> 등) 다른 중앙지들을 줄이면 반발을 하기 때문에 부수를 줄일 수도 없다"고 귀뜸했다.

수십년간 '관행'으로 배포되어온 '통·반장 신문'은 관언유착으로 인해 언론의 감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구청장들도 '언론관리용'으로 통·반장 신문 구독을 활용해왔다. "통·반장 신문 구독료는 구청장 재선용 예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비판들에 고개를 끄덕이는 구청도 있었다. 동대문구청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 관리 측면에서 신문을 구독한다"고 '고백'한 뒤, "구청 홍보, 정보 공유 등 언론과 (구청의) 홍보파트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구청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릴 경우 (구청과 구청장) 이미지와 연관되어 더욱 신경쓴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직원도 "지방지·지역지 기사와 중앙지 기사의 영향력은 비교가 안 되지만 구청에 좋지 않은 기사가 지방지·지역지에 실리면 그게 중앙지에 취재소스가 될 수 있다"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례상 구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구독 부수를 줄이면 해당 신문사에서 난리치고 보복성 기사를 싣기도 한다"며 "몇 번 당한 적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직원은 "자치단체장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신문도 달라지는데 신문을 A에서 B로 옮기게 되면 통·반장들이 반발해 부수를 줄이기보다는 추가해서 구독한다"며 "신문구독료 예산을 삭감하면 기존의 혜택을 못보는 통·반장들이 불만을 갖게 돼 재선에 위험요인이 된다"고 전했다.

마포구의 한 직원은 "신문을 배포하다 끊으면 통·반장들한테 항의도 들어오고 (부수를 줄인) 해당 언론사나 기자한테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심지어) 보복차원의 기사도 실린다"고 전했다. 

"우리가 구독하지 않으면 지역지들의 존립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청은 "구청을 홍보하고 통·반장을 예우하기 위해 구독한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광진구의 한 관계자는 "언론관리 차원이 아니라 지역신문의 발전을 위한 측면에서 봐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용산구청의 한 직원은 "통·반장들은 행정의 제1선에 있는 분들이라 약간의 수당과 함께 신문을 드리고 있다"며 "통장한테는 수당이 지급되지만 반장은 수당도 없이 노고가 많기 때문에 신문이라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광진구청의 한 직원도 "통·반장들에게 보상품으로 주기 위해 구독한다"고 했고, 동대문구청의 한 직원도 "통․반장들이 행정 최말단에서 구청 홍보와 지역행정 업수수행에 수고가 많기 때문에 감사표시 차원에서 신문을 지원한다"고 했다. 강동구청에서는 "통·반장 사기진작 차원"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통·반장들이 지역지를 많이 봐서가 아니라 지역지를 지원하기 위해 구독한다"며 "우리가 지역지를 구독해주지 않으면 지역지의 존립 자체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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