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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유지는 내 땅? 시장님께 묻지마

시유지 4만 7000평, 골프장업체에 매각... 시의회 동의·의결 거치지 않아

등록|2012.03.05 11:43 수정|2012.03.25 13:15

▲ 지난 25일 전국 각지에서 생명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모인 사람들이 옥천사거리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낙선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일원에 조성하고 있는 골프장인 강릉CC를 인허가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저질러졌다는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강릉시청이 강릉CC 사업자인 ㈜동해임산에 시유지를 불법으로 매각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강릉시청이 시유지를 불법으로 매각한 사실은 강릉시의회 부의장 기세남 의원에 의해서 드러났다. 기 의원은 강릉시가 지난해 12월 29일 강릉CC 골프장 조성 예정 부지 중 시유지로 되어 있는 4만7000평을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각 처분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세남 의원은 그 근거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을 들었다. 이 법에 따르면, 공유재산(시유지)을 취득·처분할 경우에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을 구하게 되어 있다.

공유지를 매각하는 데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세우고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둔 것은 그만큼 시가 소유한 공유지를 매각하는 데 엄격한 절차를 두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강릉시청은 시유지를 매각하면서도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밟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행정안전부 "시유지 매각, 시의회 동의나 의결 절차 거쳐야"

▲ 최명희 강릉시장 ⓒ 연합뉴스

강릉시청은 이러한 기 의원의 주장에, 동해임산에 매각한 시유지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에 포함되는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즉, 관리계획을 수립해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그 근거로 제204회(2009년 11월 9일) 강릉시의회 본회의에서 '강릉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및 시설) 결정변경 의견청취안'을 상정한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강릉시청의 주장은 결국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 의원이 행정안전부에 질의한 결과, '강릉시가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근거로 제시한 2가지 조항은 결론적으로 공유재산 관리계획 제외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강릉시청이 동해임산에 시유지를 매각하면서, 강릉CC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강릉시의회에서 '강릉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및 시설) 결정변경(안)'을 가지고 시의원들의 의견만 청취했을 뿐, 실제 시의회의 동의를 구하거나 의결을 거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당시 강릉시의회는 강릉시가 제출한 의견청취안을 심사하면서 "이 의견청취안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는 안으로서 골프장을 조성함으로써 낙후된 관광인프라 구축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이 되나 사업 추진에 따른 실시계획인가 전에 모든 민원을 우선적으로 해소한 후 사업 추진이 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것으로 위원회 의견을 채택한다"는 심사 결과를 남겼다.

이 심사 결과에 따르면, 강릉시청이 시유지를 매각하는 데 강릉시의회의 동의나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는 물론이고 시의회의 권고에 따라 '모든 민원을 우선적으로 해소'했는지도 의문이다.

강릉CC 골프장이 들어서는 지역인 구정면 구정리의 주민들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5년째 골프장 반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강릉시청 앞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130일 넘게 노숙농성을 지속하고 있고, 20일 넘게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강릉시청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2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시유지 매각을) 불법이라 할 수 없다, 적법하다고 판단해 매각했다"며 "행정안전부의 답변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관계자는 "(기세남 의원의 주장을 놓고)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지만 현재 강원도청에서 감사를 진행 중이라 감사 결과에 따라 시장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명희 강릉시장, 시의회 동의 있어야 한다는 사실 알고 있었다"

기세남 의원은 또한 최명희 강릉시장이 시유지를 매각하기 전에 시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어긴 채 강릉CC 골프장 조성 사업자인 동해임산에 시유지를 매각해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기 의원은 강릉시의회 제215회(2011년 4월 12일) 본회의에서 최명희 강릉시장에게 시유지를 매각할 때는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최 시장은 그 당시 "(사업자로부터 시유지 매각 요청이 들어오면) 법적 절차에 의해서 시의회에 동의를 요청했을 때 예를 들어서 시의회에서 동의를 못해 준다, 그러면 못 넘어가는 거다, 아무리 시장이 넘겨주고 싶어도 의회에서 못 넘겨주면 못 넘어가는 거다"라는 답변을 했다.

뿐만 아니라, 최 시장은 그 자리에서 "의회에서 업무 보고할 때마다 보고를 했고 그건 우리가 법적인 의회에다가 동의 절차를 구한 건 아니지만... 의회에 보고를 하고 다 진행을 해서..." 절차를 밟아 동의를 구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도 최 시장은 8개월 뒤 시유지 매각과 관련해 시의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동해임산에 시유지를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다.

▲ 강릉CC 골프장 예정 부지(노란선 안). 한가운데 움푹 들어가 있는 부분이 구정리. 골프장에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다. 강릉시의 시유지 매각은 구정리 주민들의 생존권과도 관계가 있다. ⓒ 성낙선

강릉시청이 시유지를 공시지가가 변경되기 직전에 수의 계약으로 매각한 것 역시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시유지를 매각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청이 사업자에게 줄 수 있는 모든 혜택이란 혜택은 모두 다 주었다는 것이다.

강릉시청이 이런 과정을 거쳐 시유지를 매각한 데는 최명희 강릉시장과 동해임산과의 '특별한 관계'도 한몫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기 의원은 이미 최명희 시장이 강릉시장이 되기 전인 2006년 1월 17일, 동해임산의 모회사인 ㈜삼탄의 유상덕 회장과 만나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의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기 의원에 따르면 이때부터 최 시장과 동해임산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2006년 7월 강릉시장에 당선이 되고 나서는 최 시장의 선거 회계책임자이자 고교 동기인 고병식씨가 동해임산의 본부장으로 채용됐다. 강릉CC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고씨는 강릉CC 골프장 조성 사업의 핵심 인물이다. 그 후 최 시장은 2008년 6월 27일 동해임산과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강릉CC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은 시유지 매각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이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릉시와 동해임산이 서로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된다. 강릉시청은 시가 유치한 투자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사업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기세남 시의원 "강릉시는 시유지 매각 취소하고 공사 중단해야..."

기세남 의원은 강릉CC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를 내주기에 앞서 토지적성평가, 임상도, 공적 규제거리, 환경영향평가 등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강릉시 구정리 골프장 공사장 일부 진입구를 막고 있는 트랙터. 그 옆에 '골프장NO, 최명희 물러가라'라고 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성낙선

인허가 절차상의 문제점들은 현재 강원도청에서 감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감사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 더 큰 문제다. 강원도청이 강릉시와 동해임산에 감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을 훼손하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의회 역시 "강릉CC 조성 사업 인허가와 관련하여 강원도의 감사기간 연장과 현장 조사를 계획하고 있음에도 사업시행자의 공사 진행으로 현장의 보존이 어려운 실정인 바, 강원도의 감사가 종료될 때까지 강릉CC 조성 공사를 즉각적으로 중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동해임산은 공사 중단은 물론 28일 현재까지도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기 의원은 무엇보다 "강릉CC 내 시유지 4만 7천평의 수의매각 행정 절차는 적법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에 심각한 법 위반이며 원천무효"임을 강조하고 "강릉시는 즉각 매각을 취소하고 강릉CC 공사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강릉CC 사업자인 동해임산에게도 "강원도와 강릉시의회가 요청한 공사 중단을 즉각 받아들이고 강릉시가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시의회의 동의나 의결을 받는 정상적인 절차가 이루어질 때까지 강릉CC 공사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기 의원은 강릉시청과 동해임산이 시유지 매각을 취소하고 공사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강릉CC 공사가처분신청 및 주민감사청구 등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최명희 강릉시장을 비롯한 시청 내 관련 공무원들은 시유지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각하면서,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오로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특정 개인 사업자를 위해 일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골프장이 들어서는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강원도청과 강릉시의회 모두 한 목소리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시유지가 시장 개인의 재산이 아닌 한, 어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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