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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만 살았다"... 친이계에 '피바람'

[새누리당] 이동관·진성호 '친이계' 대거 탈락... 안상수·전여옥·진수희·신지호·김석기 위기

등록|2012.03.05 20:40 수정|2012.03.06 07:45

▲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공천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당선가능성, 경쟁지수 같은 기준 갖고 아무리 따져봐도 너무하다. 내가 아는 정보와는 친이-친박 기준 하나만 일치한다. 이렇게 하면 친이계 중에 이재오 의원과 나밖에 없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월박'했던지 쇄신파 한다고 왔다갔다한 그런 의원들이 많다. 이해가 안 된다. 심각하다." (차명진 의원)

이미 공천을 받은 차 의원(부천 소사) 말대로 친이(이명박계) 대표급 인사 중엔 이재오 의원 정도만 보인다. 5일 2차 발표로 확정된 새누리당의 4.11총선 공천자 102명과 전략공천지역 35곳, 경선실시지역 47곳의 면면을 보면 친이계의 퇴조가 뚜렷하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기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아니면 이를 이용한 친박(박근혜계)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친이 핵심인사들은 '피바람' 속에 들어가 있는 양상이다.

"곧 MB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올 것"이라던 'MB아바타' 이동관 전 수석(서울 종로)이 공천을 받지 못했고, MB 대선캠프모체인 '안국포럼'의 강승규 의원(마포갑)을 비롯해 '이재오계'인 권택기(광진갑) 의원, 진성호(중랑을) 등 친이계 초선의원들도 탈락이 확정됐다. 백성운 의원(고양 일산동구)과 서울 용산과 경기 용인처인갑에 각각 도전했던 비례대표 배은희, 이은재 의원도 고배를 마셨고, '선진국민연대'의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부산 사상)과 김형준 전 춘추관장(부산 사하갑)도 낙천했다.

강승규·권택기·백성운·이은재 등 친이 초선의원들 대거 탈락

▲ 새누리당이 5일 신지호(서울 도봉갑), 진수희(서울 성동갑),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사진 왼쪽부터) 등 현역의원의 지역구 등 13곳의 전략공천지역을 발표했다. ⓒ 남소연


이재오 의원의 핵심측근으로 현 정부에 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수희 의원(성동갑), '박근혜 저격수' 전여옥 의원(영등포갑), MB정권 탄생의 밑받침 중 하나인 '뉴라이트'세력의 대표주자 신지호 의원(도봉갑), 대구의 친이계인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북구갑), 'MB청와대 왕비서관' 박영준 전 차관(대구 중·남구), '용산 철거민 참사' 때 서울 경찰청장으로 강제진압을 지시했던 김석기 전 주오사카 총영사(경북 경주)는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돼 이들보다는 낫지만 탈락위기에 처해 있다. 

정몽준 전 당대표의 측근인 정미경 의원(수원 권선)도 전략지역으로 선정됐다. 친이 핵심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안상수 의원(경기 의왕·과천)도 이미 전략지역에 포함됐고, 그는 '공천탈락시 무소속 출마불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재오계'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은 강석우(54) 전 국무총리실 정책홍보기획관, 김명주 전 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MB정부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박형준 전 수석(부산 수영구)도 18대 때 '친박 무소속'으로 자신을 이겼던 유재중 의원과 경선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친이계의 머리(이재오, 정몽준)만 남고 손발은 잘린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친이계 다선인 정의화(4선 중·동구), 안경률(3선, 해운대·기장을) 의원은 지역거물임에도 공천발표가 나지 않고 있고, '친박 좌장'이었으나 지금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4선, 남구을)도 마찬가지다. 범친이계인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서울 중구) 역시 이후 전망이 뚜렷하지 않다. 이들은 '공천 유보 상태'로 보인다.

반면 친박쪽은 상황이 좋다. 단순계산으로도 현재까지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 의원 16명 중 이윤성·장광근·강승규·권택기·백성운·유정현·윤석용·윤영·이화수·조진형·진성호 의원 등 11명이 친이계이고, 이경재·권경석·김충환·정해걸 의원 등 4명이 친박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보면 '친박원로' 홍사덕 의원이 '전통의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서 이동관 전 수석 등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았고, 이성헌(서울 서대문갑)·한선교(용인병)·구상찬(서울 강서갑)·손범규(고양 덕양갑)·김태원(고양 덕양을)·유정복(경기 김포)·김선동(서울 도봉을)·윤상현(인천 남구을)·이학재(서구·강화갑) 의원도 본선진출권을 얻었다.

복당 자체가 논란이 됐던 홍문종 전 의원(의정부을)과 현경대 전 의원(제주갑)은 경선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2006년 7월 당 지도부가 골프 자제령을 내렸음에도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쳐 제명됐던 홍 전 의원은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경기도의 대표적 친박인사다. 5선인 현 전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문제가 됐다.

박세일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과 힘 합치는게 옳다"

▲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을 예방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정치보복이다"(전여옥) "선호도 조사에서 내가 2위보다 28% 높음에도 전략지역이 됐는데, 여론조사 결과가 나보다 좋지 않은데도 친박이라고 해서 공천을 받은 곳이 있다"(신지호 의원)는 등 친이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와의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 "가치의 공유, 목표의 공유가 이뤄진다면 또 하나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탈락자들이 국민생각에 공천을 신청하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미래 비전을 같이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 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 같이 힘을 합치는 게 옳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5년 3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행정도시법 찬성에 친이계 인사들과 함께 반대하다가 의원직을 사퇴한 바 있어, 친이계 의원들과 가까운 편이다.

2008년 18대 총선 공천결과에 대해 친박은 "친이계의 공천학살"이라고 반발했었고, 4년 뒤 이번에는 친이계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으로서는 대선을 위해 넘어야 할 큰 고비에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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