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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땅에 주차장 차려놓고 황당 돈벌이, 시는 모르쇠

국토부 소유 포항시 북구 남빈동 990-3 일대, 주차선 그어놓고 영업

등록|2012.03.08 13:30 수정|2012.03.08 13:30

▲ 국가소유인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J주차장 전경. 점선 내가 원래 도로다. 아예 도로에다 주차선을 그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길을 막은 차(사진 오른쪽 위)도 눈에 띈다. ⓒ 김상현


7일 오후. 포항시 북구 남빈동 세원상사와 대명공구 사이 골목으로 차가 수시로 들락인다. 골목으로 들어서 눈앞에 펼쳐진 전경은 누가 봐도 전체가 주차장이다.

이 주차장에는 벌써 25대 가량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 볼 일을 마친 사람들은 자신이 주차한 곳이 국유재산인 도로라는 사실도 모른 채 주차료를 내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남빈동 J주차장이 국가소유의 땅인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주차장 영업을 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관리책임이 있는 포항시는 업주의 `봉이 김선달` 식 횡포를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애꿎은 시민의 피해만 계속되고 있다.

남빈동 990-3번지는 국토해양부 소유의 도로. 하지만 J주차장은 이 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해 길과 사유지의 구분이 어렵게 해 놓고 도로에 세워 둔 차량에게까지 주차료를 받고 있다. 국유지인 도로에 아예 주차선까지 그어놓았다. 이 때문에 주차장으로 들어선 차들은 무조건 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날 취재를 위해 주차장이 아닌 길에다 주차한 뒤(사진 왼쪽 위 검정 RV) 인근 건물 옥상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내려 온 기자에게 주차장 관리인은 주차료를 요구했다. 기자가 주차한 곳이 주차장 부지가 맞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주차장에서 돈을 들여 시멘트로 포장까지 한 것이 보이지 않느냐. 여기가 길이라고 누가 그러더냐"면서 주차료를 챙겼다.

주민 이유희씨는 "여러 갈래의 길을 모두 자기네 땅처럼 사용하고 있어 어디가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 주차장인지 구분이 어렵다"며 "포항시에 몇 차례 건의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주차장을 이용한 김모씨는 "온종일 이런 불법이 계속되는데도 시청에서 단속이나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은 봐주기식 행정"이라며 "비록 1~2천원의 돈이지만 주차요금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주차요금을 받는 것은 범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포항시는 뒷북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포항시청 권형출 국유재산 담당은 "주차료 징수에 대해선 우리 부서에서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지난 1월 민원이 접수된 후 현장확인을 해 국유지 내 불법 시설물은 철거하도록 했다. 길과 사유지의 구분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차장 측에 도로의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겠다"고 해명했다.

포항시청 교통행정과 김태곤 교통시설 담당은 "국유지를 불법으로 점거해 주차장 영업을 했다고 해서 시에서 행정처분을 할 근거는 없다. 윗선과 상의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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