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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도 '탈당'... 친이계, 격한 몸부림

[전망] 공천반발 종착역은? '결정적 한방'은 없다

등록|2012.03.09 09:35 수정|2012.03.09 11:20

▲ 4.11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여옥 의원이 9일 오전 국민생각 입당을 선언한 뒤 박세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전여옥, 허천, 이윤성 등 현역의원들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친이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19대 총선 결과를 결정짓는 큰 변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복공천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인 이재오 의원(전 특임장관)은 예상보다 일찍 전면에 나섰다. 당초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공천결과가 '보복공천'이라는 판단이 서면 이 의원이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지난 6일 트위터에 '탈락자에겐 공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이틀 만에 직접 기자회견을 하고 나선 것.

당초 7일쯤으로 예정했던 영남권 공천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공천위원회에 '남은 공천지역에서라도 친이계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의원 주변 친이계 탈락자들로부터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두고만 볼 거냐'는 주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공천 탈락의 부당성을 호소하던 친이계 탈락자들의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 조직적으로 움직일 기미는 없고, 이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도 '경고' 수준에 그쳤다. 이 장관은 "나는 당을 사랑한다"고 말해 아직은 공천 반납이나 탈당 등의 행동을 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오늘 기자회견 수준은 '경고'"라며 "지금 공천하는 걸 제대로 하고, 낙천자들이 의혹을 갖지 않게 자료를 공개하고, 투명한 공천을 해달라는 요구까지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 대선주자 가능성이 있는 유력인사들도 이번 공천을 비판하면서 친이계 전체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당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천을 해야 하는데 왜 자르는지 설명도 없었다"면서 "명분도 원칙도 없는 공천"이라고 혹평했다. 정몽준 의원은 7일 트위터에 "친이계에는 엄격하고 친박계에는 관대한 공천. 그러면서도 계파를 고려하지 않았다니 그야말로 어처구니없군요"라고 썼다.

'탈당 뒤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이방호 전 의원에 이어 강원도 춘천의 허천 의원과 인천 남동갑의 4선 이윤성 의원도 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지역 공천 발표도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탈박근혜' 김무성 의원은 공천 탈락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만들고 있다.

또 공천에서 탈락한 전여옥 의원도 9일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생각'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보수 학살극이었다"고 성토했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돌풍 재연? MB 바라보고 표를 달라고?

▲ 한나라당 공천물갈이론이 제기된 가운데, 2008년 2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최고위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강재섭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이종호


얼핏 보면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던 친박 성향 무소속과 친박연대의 돌풍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 18대 총선 무소속 당선자 25명 중 13명이 한나라당 탈당 친박계였고, 친박연대는 지역구·비례대표를 합쳐 14명의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18대 총선 친박근혜 무소속'과 '19대 총선 친이명박 무소속'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김무성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에 대해 한 친이계 의원은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에겐 대선 후보가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무소속 뒤에는 '미래권력 박근혜'가 버티고 있어 무소속 출마의 원동력이 되고 민심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번 친이계 무소속 뒤에는 '저무는 권력 이명박 대통령'이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 박근혜 대항마로 가장 인정받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일 CBS 인터뷰에서 올 연말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패배가 보이는 승부에 뛰어드는 것은 1200만 경기도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우스운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기적 차이도 있다. 지난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08년 4월 총선은 7개월여의 간격으로 열렸다.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박빙으로 패배한 뒤에도 박근혜 지지자들은 결집력을 잃지 않았고, 다음 해 4월 '박근혜를 지키자' 혹은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와 같은 열망으로 친박 무소속 후보들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번엔 총선 8개월여 뒤 대선이 있지만, 친이계에는 박근혜에 필적할 대선 주자가 없다. 새누리당  내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이계 주자가 떠오른다고 해도 이미 총선은 끝난 뒤다. 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반영하듯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에 투표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껏 국정에 관여해온 친이계 무소속 의원들에게 표를 줄 명분이 없다.

따라서 친이계 공천 탈락자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행렬이 이어진다고 해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친이계 무소속 당선자가 나오고 보수표를 분열시켜 새누리당 후보를 패배시키는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18대 총선의 친박 무소속 연대와 같은 성과를 거두긴 힘들다는 얘기다. 친박 무소속 연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그들에게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감'을 투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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