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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과 이라크전, 너무 닮았다

[청소년일본환경연수③] 니시타니 기자에게 듣는 원전과 전쟁

등록|2012.03.09 18:26 수정|2012.03.09 18:26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지난 1월 10일∼15일까지 '청소년일본환경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청소년과 대전충남녹색연합 실무자들이 한일역사문제, 에너지문제, 원전, 환경 교육센터 등을 주제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니시타니 기자일본에서 이라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일본원전사고와 관련된 책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2011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3월 11일,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이 사고는 지금까지도 일본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향후 50년 넘게 이로 인한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오사카지역으로 대전 청소년들과 함께 일본환경연수를 다녀왔다. 셋째날이었던 1월 12일 아오조라재단 교육실에서 니시타니 기자(西谷 文和)에게 후쿠시마원전사고와 핵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니시타니 기자는 일본에서 이라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 연말 후지나가 노부요오사카시민네트워크 대표와 함께 <원전은 싫어! 그래서 자연에너지>(原発はイヤ!だから自然エネルギ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니시타니 기자는 원전사고 이후 직접 후쿠시마 지역에 들어가 취재한 영상을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원전만 없었으면 다시 복구할 수 있었을 텐데...

"2011년 3월 11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고등학생의 집이 사라졌습니다. 그 언니랑 할머니도 모두 휩쓸려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만약 오후 1시에 아르바이트를 갔으면 목숨을 구했을 것인데 이 날은 오후 5시부터 아르바이트여서 집에 있었습니다. 다 휩쓸려 나갔습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바로 도망갔으면 살았을 겁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돌보다가 휩쓸려갔습니다."

함께 강연을 듣던 아이들은 또래 일본인 친구가 겪은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곳엔 방사능을 피해 온 사람들이 사는 가설주택이 130채 정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진이나 쓰나미 때문이 아니라 원전 사고 때문에 집을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 니시타니 기자가 원전에서 7km 떨어진 지역에 살았던 주민을 인터뷰했다.

"3월 11일에는 집이 괜찮았습니다. 쓰나미도 오지 않아 괜찮았습니다. 근데 지진당일부터 원전에서 팡팡하고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자녀가 3명이 있는데 경찰차가 와서 원전이 폭파되었으니 도망가라고 공지했습니다. 그래서 2~3일이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정도의 옷만 챙겨 도피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가설주택에 살게 되었습니다. 자녀의 갑상선암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도 5~10년후에 암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만약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조금 늦게라도 마을을 추스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고향은 방사능오염으로 인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이라크전에서 본 방사능의 위험성

니시타니 기자는 앞서 소개했듯 이라크 전문 저널리스트로 이라크전 당시 전쟁터를 누비며 피해를 입은 어린 아이들과 노약자들을 만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이라크전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니시타니 기자는 경험을 토대로 말을 이어갔다.

"이라크 북부지역의 중심은 비교적 치안이 좋은 곳입니다. 전쟁 피해자들을 받는 암 전문병동이 있습니다. 2개월 전에 급성백혈병이 발병한 어린아이입니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피해가 심각하고, 암으로 입원하는 아이의 80%는 백혈병입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전신 알레르기를 앓고 있습니다. 품질이 좋지 않은 복제약을 써서 그렇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완치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면역기능을 잃어 약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텅스텐이나 아연이 포함된 무기가 아니라 우라늄을 장착한 무기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80년대까지 보통 미사일로 탱크를 공격했다. 그런데 탱크가 점점 강해져서 보통 미사일로는 부술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미사일 탄환 앞에 우라늄을 장착했다. 우라늄은 굉장히 무겁고 단단해서 탱크를 부술 수가 있다. 우라늄은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사람들이 그 공기를 마시게 된다. 이라크 남부지역에서는 우라늄 탄환으로 손발이 없는 아이, 뇌가 없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었을까? 이 병원에서만 1년에 5천명의 아이들이 죽고 있다고 한다.

우라늄은 어디서 올까? 원전에서 농축 우라늄이 온다. 왜냐하면 천연우라늄을 가지고 오면 그대로는 핵분열을 하지 않는다. 천연우라늄을 농축시키고 거기서 남은 폐기물이 바로 열화우라늄이다. 이를 무기에 장착하면 값도 저렴하고, 파괴력이 높은 무기가 된다.  원래 폐연료는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이다. 미국 측에서 보면 저렴하고 버리는데 비용이 드니까 굉장히 좋은 물건이다.

그래서 이라크 전 지역에 암에 걸린 아이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 원인으로 암환자가 늘어났다고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암환자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방사능은 어린아이 일수록 영향이 크다. 10세보다 5세, 5세보다 1세, 1세보다 태아가 영향을 받기 쉽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보도하고 있지 않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바미안 대석굴은 2001년 탈레반에 의해 폭파되었다. 이 곳에 5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있다고 한다.

"지뢰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600엔(약 9000원) 정도만 보상받을 수 있어요. 전부 집이었던 곳이 전쟁으로 파괴되었지만 복구가 안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있는데, 아버지가 피해자여서 학교에 못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남녀차별이 심해서 여자는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의식이 있어서 아버지를 돌보고 있습니다. 전쟁은 빈곤. 여성차별의 문제까지 확대됩니다."

밟으면 다리 한쪽을 모두 잃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지뢰는 한 개에 300엔(약 4500원), 탱크를 부술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 열화우라늄탄은 50만엔(약 750만 원)정도 한다. 어마어마한 결과를 생각할 때 가격은 너무도 저렴하다.

"아마도 세계 한 99%의 사람들은 전쟁도, 무기도 없는 세상이 좋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지뢰나 열화우라늄탄을 만드는 회사는 전쟁 없이 평화로우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길 바랄지도 모릅니다."

원전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만들어 왔다. 지뢰도, 열화우라늄탄도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버니까 계속 만들어 왔다.

일본은 원전을 믿었다. 하지만 쓰나미와 지진으로 원전이 파괴되었고, 안전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전쟁이나 원전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기에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제 우리 모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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