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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민주당'? 김대중 대통령이 지하에서 통곡한다

야권분열, 민주주의 배반하는 것

등록|2012.03.13 11:14 수정|2012.03.13 11:14
"열에 일곱을 양보하더라도 야권의 단결을 이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이 야권통합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통큰 양보를 해야 한다며 한 말입니다. 이 말은 야권통합론자들의 '바이블'입니다. 그리고 야권연대를 통해 이명박 정권 지난 4년의 민주주의 후퇴와 재벌 위주 경제정책, 한반도 평화 위협,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심판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도 가슴에 새겼고, 반드시 성사되기를 바랐습니다.

지난한 협상 끝에 야권연대 성사했건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민주당은 글렀다", "선거 보이콧으로 압박하자" 같은 비판을 했습니다. 특히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총선과 대선 보이콧을 선언해서라도 야권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통합진보당 역시 제대로 된 후보를 공천하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이같은 거센 비판때문인지 몰라도 두 당은 지난 10일 지난한 협상과정을 끝내고 야권연대에 합의했습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에 합의한 이유는 "민생파탄과 부정비리로 점철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 심판, 민주주의와 평화회복, 노동존중 복지사회 건설이라는 국민의 여망을 받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야권연대 "이명박 정권 심판"이 보다 좋은 목적과 명분 없어

이것보다 더 중요한 야권연대 명분은 없습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서 확인했듯이 이명박 정권은 '생명존중' 정권이 아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광우병이라는 잘못된 선동은 밝혀질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장악를 통해 비판언론인에게 자갈을 물렸습니다. MBC·KBS·YTN이 파업에 나선 이유입니다. '생명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임을 이미 4대강은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수구기득권 정권을 이어가겠다는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일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신당 그리고 시민세력은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정통민주당'(가칭)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일생을 같이 했고, 국민의 정부시절과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에 있었던 이들이라 충격은 더 큽니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 야권분열 앞장

한광옥 새천년민주당 전 대표와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조재환 전 의원 등입니다. 특히 한광옥 전 대표는 국민의 정부 때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김덕규 전 의원은 지난 16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2004.06~2006.05)을 지냈습니다. 이들이 '정통민주당'을 만들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 야권분열에 앞장 서다니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름이 참 묘합니다. 민주통합당이 '정통'이 아니라는 뉘앙스입니다. 정말 '정통'이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들과 함께한 인물 중 장기표씨가 있습니다. 그는 한 때 진보대부로 불릴 정도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가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200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탔을 때 장기표씨는 자신의 누리집에 '이제 노벨상을 받았으니 나라를 생각하소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 대통령이 이번에 못 타면 더 많은 것을 북한에 갖다줄까봐 걱정돼 올해 수상을 바랐던 사람이 많았다"며 비판했었습니다(2000.10.16<조선일보>장기표씨 "경제 망치고 노벨상 받은들 무슨 소용" 기사 참고).

"경제 망쳐놓고 노벨평화상" 글 쓴 장기표와 손을 잡아

장씨는 또 "이제라도 노벨상을 타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정책을 펴온 데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바로잡으라"며 "언론에는 절대 다수의 국민이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으나, 실제 여론은 나라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고 노벨상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원색적으로 비판했었습니다. 그 당시 수구세력이 주장했던 것과 별 다르지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대표가 장기표씨가 이 글을 쓴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눈 앞에 '금배지'가 눈에 아련거려도 김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을 폄훼한 이와 쉽게 손잡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벼운 자리가 아님을 잘 알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민주주의와 행동하는 양심"을 외치고, "야권연대"를 그토록 바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이같은 모습을 보며 김 전 대통령이 통곡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정통민주당', 아름다운 퇴장 앞에 부끄럽지 않나

▲ 통합진보당 서울지역 후보자 12명이 눈물을 머금고 용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통민주당'만든 이들, 이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 ⓒ 통합진보당



김대중 대통령 통곡 소리가 들이는 가운데 야권연대를 위해 아름다운 퇴장을 한 이들도 있습니다.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지역 12명의 통합진보당 예비후보(강북갑 김동수, 강서갑 최동석, 강서을 강은희, 구로갑 오인환, 구로을 유선희, 광진갑 이병은, 도봉을 고삼호, 동작갑 정우철, 서대문갑 박희진, 성동갑 최창준, 성북을 편재승, 중랑을 전권희)는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연대라는 국민적 여망과 대의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살을 베어내는 아픔으로 후보 용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용퇴후보자들은 오늘 이후로도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실현하고 정권교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들은 정통민주당을 만든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치경험이 적습니다. 하지만 자기들 금배지보다 야권 승리와 정권교체를 통해 2013년체제를 반드시 이루겠다면서 용퇴한 것입니다.

금배지때문에 야권연대를 팽개친 이들과 자신의 이익보다는 야권승리를 더 바란 이들 중 과연 누가 국민의 지지를 받겠습니까. 정통 민주당 정말 이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눈 앞의 이익은 한 순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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