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창업?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대어를 잡기 위한 인큐베이션 전략②] 청년 소셜벤쳐, 요람이 필요하다
청년, 그리고 사회적기업.
최근 몇 해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시사 용어'이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실업해결 및 일자리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연이어 정책과 대안을 내놓을 때마다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입니다. 때로는 청년들에게 사회적기업을 '강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아직 명확한 '소셜미션(Social Mission)'을 정립한 이들이 드물고, 조직경험도 많지 않으며, 자본이나 네트워크 역시 일천한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고 지속경영을 통해 신규고용까지 창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른바 영리섹터에서 신규창업한 벤쳐기업들도 3년 후 생존율이 10%가 채 안 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수 차례의 사업실패가 산 경험이었고 성공의 밑거름이었다고 말합니다. 민간투자자들(VC·Venture Capital) 역시, 이러한 통계와 위험을 항상 고려하면서 투자에 나서고 있고요.
그런데 정부주도 '인증' 사회적기업 중심 정책 아래에서 '3년 내 청년 사회적기업 OO백 개 발굴, 신규일자리 OO만 개 창출'과 같은 정량적 목표가 공포되고 군사작전처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위적인 부양자금이나 지원책들이 살포되다 보니, 충분한 준비없이 '묻지마 창업'에 나선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또, 역설적으로 마음편히 실패(폐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니 하면 큰일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년 소셜벤쳐, 요람이 필요하다
희망별동대는 그런 문제의식 속에 기획된 청년소셜벤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입니다. '희망을 현실로, 꿈을 직업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희망별동대는 청년 소셜벤쳐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제대로 물고기 낚는 법을 배우고 경험하며, 때로는 찬란하게 실패도 하면서 성장하는 소셜벤쳐의 요람을 목표로 합니다.
[희망씨앗 발굴] 희망별동대 선발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창업가의 진정성'과 '자발적인 팀 형성'입니다. 이는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명확한 소셜미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 삶의 경험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비로소 형성되고, 이에 감화해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게 됩니다.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교육해서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으며, 혹시 그럴 경우 작은 도전(리스크)앞에서도 조직이 흔들리게 되는 근본 원인이 되기 때문에 더욱 주안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또한 조직 역량이 뛰어나고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소셜벤쳐들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요람 역할'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 말이죠.
[희망견문록] 선발된 팀들은 일정한 기본교육을 거친 뒤, 현장을 발로 누비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기업 활동에 빗대보면 '시장 조사'라 볼 수 도 있지만, 청년 예비사회적기업가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계입니다. 책이나 자료, 일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듣고 형성한 문제의식을 넘어 말그대로 생생한 현장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산교육이 펼쳐지고 스스로의 진정성을 더욱 단단히 다져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장을 발로 뛰다보면 미처 몰랐던 문제의 본질이 보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과 함께 묻고 답하고 교감하는 사이 저절로 소셜 네트워크, 사회적자본이 형성돼 후에 프로젝트와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힘과 자원의 원천이 길러지게 됩니다.
[희망잇기 (Hope & hope)] 희망견문록을 통해 깨달은 문제의 본질과 해결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업계획 구상과 프로젝트 설계가 이뤄집니다. 다른 희망별동대 팀들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아이디어와 피드백도 받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대표 사회적기업가'들의 집중 컨설팅이 이뤄집니다.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설립자인 박원순 상임이사(현 서울시장)를 비롯, 20대 청년시절 창업에 나서 자타공인 국가대표 사회적기업가로 자리매김한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희망별동대장), 문진수 사회적경제센터장이 바로 멘토입니다. 국내외 여러 인큐베이팅 기관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결론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기업가가 길러내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입니다.
[실전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이 모든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팀별 '실전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바로 지금,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제품을 개발해 베타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작은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큰 조직과 협력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 고민이 덜 풀렸거나 미진한 팀은 자신들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좀 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때, 역시 희망제작소가 가진 다종다양한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호민관 클럽(국회의원), 목민관 클럽(지자체장), 호프메이커스 클럽(기업CEO), 분야별 착한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국 마을이장 네트워크까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종잣돈'은 무상지원 없이, 전문기관의 심사를 거쳐 '희망씨앗기금'에서 무이자로 소액대출을 해줍니다.
사업타당성과 상환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기본적인 재무계획을 익히고 습관화하도록 하는 또 다른 교육의 일환인 것입니다. 이는 눈 먼 돈, 묻지마 지원금이야말로 병아리 사회적기업에게 가장 큰 독이라는 최초 기금출연자인 이철종 대표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먼저 생각합니다
반년 남짓 주말도, 연애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잠시 미뤄둔 채 꿈을 향해 쉼없이 달려 온 희망별동대들의 수료식 겸 최종발표회(희망도 꿰어야 보배다)는 언제나 축제의 장이자, 눈물 바다가 됩니다. 들뜬 창업계획을 발표하는 팀, 찬란한 실패의 소회를 토로하는 팀, 이들과 도움을 주고 받았거나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추억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위한 '희망백지수표'를 써주는 것으로 긴 여정은 마무리 됩니다.
'희망을 현실로, 꿈을 직업으로' '답은 현장에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섹터를 넘나드는 협력' '21세기 실사구시의 철학' '사회혁신 관계망' 어찌보면 희망별동대 프로그램에는 희망제작소가 지향하는 가치, 5년간의 경험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디선가 본 듯 한, 혹은 유사하거나 익숙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희망별동대가 2년 전 첫 항해를 시작해 3기를 지나오는 동안,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청년 등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시행하면서 사업을 위탁받은 전국각지의 중간지원조직(intermediary) 들이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희망별동대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Eco-system)를 조성, 여러 중간지원조직들과 함께 더 튼튼한 요람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희망제작소가 사회적기업진흥원 사업에 함께 하지 않는 터라 이러한 계획을 활성화하지 못 한 것은 큰 숙제로 남았습니다.
대신 희망별동대의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운영경험과 사업모듈은 사회적경제의 또 다른 주체인 지자체와 기업 협력사업에 이식돼 다양한 형태로 전수되고 진화·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성남 시민주주기업 육성사업' '바른먹거리 소셜벤쳐'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수수께끼의 공백시대, 별헤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1080년 전 구카이라는 청년승려가 중국으로 가는 견당사 배에 올랐다. 시코쿠 지방출신인 구카이는 열여덟에 상경해 대학에 들었지만, 곧 낙제를 했다. 그리고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산악수행을 했다. 그로부터 서른한 살이 되는 해까지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를 '수수께끼의 공백시대' 라고 일컫는다.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사원을 순례하고 수행에 수행을 거듭했을 거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그것이 어떤 수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견당사 배에 오른 무명의 구카이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당나라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금세 두각을 나타냈고, 10년 남짓 수행시절의 업적이 일시에 분출되어 당나라 사람들에게 최고의 지식인으로 우대받기에 이른다.
당시 견당사 배에 오른다는 건 반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사히 다녀온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물론 구카이는 그 항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카이는 배를 타고 떠났다. 분명 '수수께끼의 공백시대'가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을 것이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을 내걸 수 있었다. 타자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것이다. "
- 다치바나 다카시, <청춘표류>
'희망별동대' 그리고 이후 '천개의 직업'을 맡게 되면서, '청년' 혹은 '청춘'을 다룬 책이나 글귀를 하나둘 모으던 와중 가슴에 콕, 와서 박힌 일화 한 토막입니다.
지금은 비록 두렵고 불안하기만 한 수수께끼 공백시대이지만, 별헤는 마음으로 희망따라 꿈따라, 나와 우리를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실타레 풀리듯 모든 고민이 해결되리라 낙관하도록 힘을 주는 글입니다.
단, 전제조건은 후회없도록 많이 걷고, 많이 땀흘리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늘 진심과 열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일테지만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뭔가 돼 있지 않을까요. 혹은 더 이른 시간 안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설사 지금은 조금 뒤쳐진 듯, 때론 실패한 듯 느껴지지만, 어쩌면 우린 그렇게 '대어를 낚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별동대를 수료하고 힘든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13팀, 그리고 꿈과 희망을 가진 청년들 모두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근 몇 해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시사 용어'이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실업해결 및 일자리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연이어 정책과 대안을 내놓을 때마다 핵심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입니다. 때로는 청년들에게 사회적기업을 '강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아직 명확한 '소셜미션(Social Mission)'을 정립한 이들이 드물고, 조직경험도 많지 않으며, 자본이나 네트워크 역시 일천한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고 지속경영을 통해 신규고용까지 창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른바 영리섹터에서 신규창업한 벤쳐기업들도 3년 후 생존율이 10%가 채 안 되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수 차례의 사업실패가 산 경험이었고 성공의 밑거름이었다고 말합니다. 민간투자자들(VC·Venture Capital) 역시, 이러한 통계와 위험을 항상 고려하면서 투자에 나서고 있고요.
그런데 정부주도 '인증' 사회적기업 중심 정책 아래에서 '3년 내 청년 사회적기업 OO백 개 발굴, 신규일자리 OO만 개 창출'과 같은 정량적 목표가 공포되고 군사작전처럼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위적인 부양자금이나 지원책들이 살포되다 보니, 충분한 준비없이 '묻지마 창업'에 나선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또, 역설적으로 마음편히 실패(폐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니 하면 큰일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년 소셜벤쳐, 요람이 필요하다
희망별동대는 그런 문제의식 속에 기획된 청년소셜벤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입니다. '희망을 현실로, 꿈을 직업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희망별동대는 청년 소셜벤쳐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제대로 물고기 낚는 법을 배우고 경험하며, 때로는 찬란하게 실패도 하면서 성장하는 소셜벤쳐의 요람을 목표로 합니다.
▲ 희망별동대 인큐베이팅 프로세스 - 배민혜, 이재흥 ⓒ 사회적경제센터
[희망씨앗 발굴] 희망별동대 선발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창업가의 진정성'과 '자발적인 팀 형성'입니다. 이는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명확한 소셜미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 삶의 경험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비로소 형성되고, 이에 감화해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게 됩니다.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교육해서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으며, 혹시 그럴 경우 작은 도전(리스크)앞에서도 조직이 흔들리게 되는 근본 원인이 되기 때문에 더욱 주안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또한 조직 역량이 뛰어나고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소셜벤쳐들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요람 역할'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서 말이죠.
[희망견문록] 선발된 팀들은 일정한 기본교육을 거친 뒤, 현장을 발로 누비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기업 활동에 빗대보면 '시장 조사'라 볼 수 도 있지만, 청년 예비사회적기업가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계입니다. 책이나 자료, 일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듣고 형성한 문제의식을 넘어 말그대로 생생한 현장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산교육이 펼쳐지고 스스로의 진정성을 더욱 단단히 다져가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장을 발로 뛰다보면 미처 몰랐던 문제의 본질이 보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과 함께 묻고 답하고 교감하는 사이 저절로 소셜 네트워크, 사회적자본이 형성돼 후에 프로젝트와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힘과 자원의 원천이 길러지게 됩니다.
[희망잇기 (Hope & hope)] 희망견문록을 통해 깨달은 문제의 본질과 해결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사업계획 구상과 프로젝트 설계가 이뤄집니다. 다른 희망별동대 팀들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아이디어와 피드백도 받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대표 사회적기업가'들의 집중 컨설팅이 이뤄집니다.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설립자인 박원순 상임이사(현 서울시장)를 비롯, 20대 청년시절 창업에 나서 자타공인 국가대표 사회적기업가로 자리매김한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희망별동대장), 문진수 사회적경제센터장이 바로 멘토입니다. 국내외 여러 인큐베이팅 기관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결론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기업가가 길러내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입니다.
[실전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이 모든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팀별 '실전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바로 지금,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제품을 개발해 베타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작은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큰 조직과 협력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아직 고민이 덜 풀렸거나 미진한 팀은 자신들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좀 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이때, 역시 희망제작소가 가진 다종다양한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호민관 클럽(국회의원), 목민관 클럽(지자체장), 호프메이커스 클럽(기업CEO), 분야별 착한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국 마을이장 네트워크까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종잣돈'은 무상지원 없이, 전문기관의 심사를 거쳐 '희망씨앗기금'에서 무이자로 소액대출을 해줍니다.
사업타당성과 상환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기본적인 재무계획을 익히고 습관화하도록 하는 또 다른 교육의 일환인 것입니다. 이는 눈 먼 돈, 묻지마 지원금이야말로 병아리 사회적기업에게 가장 큰 독이라는 최초 기금출연자인 이철종 대표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먼저 생각합니다
▲ 희망별동대 실전프로젝트 수원주말환경놀이터 @ 더버튼 팀 ⓒ 사회적경제센터
반년 남짓 주말도, 연애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잠시 미뤄둔 채 꿈을 향해 쉼없이 달려 온 희망별동대들의 수료식 겸 최종발표회(희망도 꿰어야 보배다)는 언제나 축제의 장이자, 눈물 바다가 됩니다. 들뜬 창업계획을 발표하는 팀, 찬란한 실패의 소회를 토로하는 팀, 이들과 도움을 주고 받았거나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 추억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위한 '희망백지수표'를 써주는 것으로 긴 여정은 마무리 됩니다.
'희망을 현실로, 꿈을 직업으로' '답은 현장에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섹터를 넘나드는 협력' '21세기 실사구시의 철학' '사회혁신 관계망' 어찌보면 희망별동대 프로그램에는 희망제작소가 지향하는 가치, 5년간의 경험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디선가 본 듯 한, 혹은 유사하거나 익숙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희망별동대가 2년 전 첫 항해를 시작해 3기를 지나오는 동안,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청년 등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시행하면서 사업을 위탁받은 전국각지의 중간지원조직(intermediary) 들이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희망별동대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Eco-system)를 조성, 여러 중간지원조직들과 함께 더 튼튼한 요람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희망제작소가 사회적기업진흥원 사업에 함께 하지 않는 터라 이러한 계획을 활성화하지 못 한 것은 큰 숙제로 남았습니다.
대신 희망별동대의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운영경험과 사업모듈은 사회적경제의 또 다른 주체인 지자체와 기업 협력사업에 이식돼 다양한 형태로 전수되고 진화·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성남 시민주주기업 육성사업' '바른먹거리 소셜벤쳐'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수수께끼의 공백시대, 별헤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1080년 전 구카이라는 청년승려가 중국으로 가는 견당사 배에 올랐다. 시코쿠 지방출신인 구카이는 열여덟에 상경해 대학에 들었지만, 곧 낙제를 했다. 그리고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산악수행을 했다. 그로부터 서른한 살이 되는 해까지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를 '수수께끼의 공백시대' 라고 일컫는다.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사원을 순례하고 수행에 수행을 거듭했을 거라고 추정만 할 뿐이다. 그것이 어떤 수행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견당사 배에 오른 무명의 구카이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당나라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금세 두각을 나타냈고, 10년 남짓 수행시절의 업적이 일시에 분출되어 당나라 사람들에게 최고의 지식인으로 우대받기에 이른다.
당시 견당사 배에 오른다는 건 반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사히 다녀온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물론 구카이는 그 항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카이는 배를 타고 떠났다. 분명 '수수께끼의 공백시대'가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을 것이다.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을 내걸 수 있었다. 타자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것이다. "
- 다치바나 다카시, <청춘표류>
▲ 박사로를 지나가는 한 자전거여행자. ⓒ 성낙선
'희망별동대' 그리고 이후 '천개의 직업'을 맡게 되면서, '청년' 혹은 '청춘'을 다룬 책이나 글귀를 하나둘 모으던 와중 가슴에 콕, 와서 박힌 일화 한 토막입니다.
지금은 비록 두렵고 불안하기만 한 수수께끼 공백시대이지만, 별헤는 마음으로 희망따라 꿈따라, 나와 우리를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실타레 풀리듯 모든 고민이 해결되리라 낙관하도록 힘을 주는 글입니다.
단, 전제조건은 후회없도록 많이 걷고, 많이 땀흘리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늘 진심과 열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일테지만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뭔가 돼 있지 않을까요. 혹은 더 이른 시간 안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설사 지금은 조금 뒤쳐진 듯, 때론 실패한 듯 느껴지지만, 어쩌면 우린 그렇게 '대어를 낚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별동대를 수료하고 힘든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13팀, 그리고 꿈과 희망을 가진 청년들 모두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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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누리집(www.center4se.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