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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조용기 목사 일가에 구걸하지 마라!

<국민일보> 이사장 박종화 목사께 보내는 공개 편지

등록|2012.03.15 20:59 수정|2012.03.15 20:59

▲ '조용기 목사 일가의 신문 사유화 종식'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며 56일째 파업투쟁을 벌이는 국민일보 노조원들이 2월 16일 오전 여의도 국민일보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존경하는 박종화 목사님.

제가 존경한다고 표현한 것은 빈말이 아닙니다. 고(故) 강원룡 목사님께서 한국교회와 사회에 참교회의 본을 보여주며 평생을 섬겨온 '경동교회'를 박 목사님께서 담임하시며 더 폭넓게 성숙시켜가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진보적 기독교계뿐 아니라 제가 참여하고 있는 보수적 기독교가 주축이 되어 만든 '성서한국'에 공동대표로도 참여하시는 등 교회 연합과 일치에도 본을 보여 주심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저는 3월 12일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라는 행사에 토크 손님으로 초청되어 참여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초청된 것은 2000년 <국민일보> 자매지로 발행했던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반대 운동을 했던 인연 때문입니다. 당시 조용기 목사의 첫째 아들인 조희준씨를 발행인으로 내세워 발간된 <스투>로 인해 신문사 주요 부서가 분사되어 조희준씨 개인 회사로 넘어가는 등 사유화, 재정 비리가 심각했고, 노조는 45일간이나 파업을 했습니다.

당시 31살의 청년이었던 제가 <스투> 반대 운동에 나섰던 것은 <국민일보>와 관계 속에서의 구조적 비리 등 사회적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보수적인 신앙인인 저는 당시 폭력성과 음란성이 심각했던 스포츠 신문을 18세 이상만 보도록 포장 판매해야 한다는 활동을 기독교가 해야 할 마땅할 일로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위 '성전'이라고 신성시하는 '예배당' 땅을 담보로 1000억 가까이를 대출받아 스포츠 신문 발간을 지원하고, 이를 '복음 실은 문화지'라고 선전하며 청년대학생 전국 수련회에서 무료로 나눠주며 구독자 모집을 하는 것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교회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투>로 인해 발생하는 스포츠 신문들의 폭력과 음란성의 확대를 염려하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스투> 반대 운동을 했었습니다.

당시 반대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말 기독교계에서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이었던 김태촌, 조양은 등을 동원한 물리적 협박과 3억 원을 제시하는 회유가 있었고 결국 1억 원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1년간 법정을 오가야 했습니다.

마침 파업 중이었던 노조 위원장이 저를 끌어들여 명분을 삼으려고 할 때 저는 거절했습니다. 제가 볼 때 노조는 기독교 언론으로서 정체성보다는 단지 자신들의 근무 조건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법적 소송은 '기각'되었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언론사 세무조사 태풍 속에 <국민일보> 회장이었던 조희준씨가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는 등 태풍이 불더니 <스투>는 폐간되어 없어졌습니다.

노조의 파업, '밥그릇 지키기'인 줄만 알았는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서 박유리 기자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국민일보 노동조합



<국민일보>가 이번 파업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떤 기자분이 제게 연락을 주어 2000년 당시 자료나 조용기 목사를 곤란하게 할 자료를 요청해 왔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조용기 목사와 관련해 재산 축적, 교회 재정 비리, 학력 문제, 여자 문제 등 여러 정보가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노조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조용기 목사와 김성혜 사모의 주변 사람들이 조희준과 조사무엘민제 두 형제를 내세워 재산 싸움을 하는데, 2000년 때와 마찬가지로 노조는 여전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속마음은 <국민일보>가 폐간되는 것이 오히려 기독교계 이미지 회복에 더욱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업이 50일을 넘어가고, 70일이 넘어가면서 저는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단지 그들의 밥그릇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들은 조용기 목사 가족의 사유화에 대해 반대하고, 언론 건강성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특별히 <국민일보> 논조가 지나치게 우편향되어 균형을 상실했고, 신학·신앙적으로도 기복주의 등 불건전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페이스북에 노조가 만든 '온 국민 기도 네트워크'라는 그룹을 통해 저들이 파업 중에 릴레이 금식 기도를 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뜻을 좇아가는 것들을 고백하고, <국민일보> 문제는 한국교회 갱신의 문제라며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목사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목사님, 저는 '파업대부흥회' 자리에 가서 솔직히 너무 쪽팔려 고개를 들고 있기도 민망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며 지난 겨울 3박 4일을 한기총 앞 노상에서 금식 기도를 하고, 길자연 목사의 기자회견장에 무단으로 난입해 방해하고, 지금 한기총 회장이 된 홍재철 목사의 멱살을 잡고 항의할 정도로 사실 교회 부패에 대해 다소 단호합니다.

그런데 800여 명의 청중들이 하나 되어 하나님과 교회를 조롱하고 '개독교', '먹사' 소리로 비아냥거리는 현장에 목사로 서 있으며 도저히 똑같이 소리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가, 교회가, 목사가 다 그런 것이 아니다 나름 변명을 하다가 결국 죄송하다 다 우리 잘못이고 내 잘못이다 사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파업대부흥회' 자리에서 <국민일보> 노조에 조금 가슴 아픈 말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시면서 사단의 시험을 받았을 때 돈, 권력, 명예의 유혹을 뿌리치셨던 것처럼 여러분도 그렇게 해야 이 파업이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다. <국민일보>가 사는 길은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조용기 목사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조용기 목사로부터 지원은 받으면서 사유화를 끝내는 것도, 편집권을 독립하는 것도, 논조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업을 80일이 아니라 1000일을 해서 얻어진 결과가 '도로 조용기 목사'면 승리한 것도 회복된 것도 아니다."

모진 말을 했습니다. 현실은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조용기 목사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면 회사 전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한 말이 아닙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살 길이기 때문입니다.

'조용기 목사 뜻' 따랐다는 변명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12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에 참석한 이들. 왼쪽부터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공지영 작가, 이진오 목사, 김지방 기자. ⓒ 국민일보 노동조합



목사님, <국민일보>는 현재 목사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국민문화재단'이 100% 주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순복음선교회'가 가지고 있던 것을 검찰 수사 등으로 코너에 몰리자 교회와 조용기 목사가 공공의 재산으로 국민과 한국교회에 내놓는다고 하며 그렇게 했습니다. 잘한 일이고 옳은 방향입니다. 그런데 말뿐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재단이 만들어지고 교계 지도자들이 이사로 참여하였지만 모두 허수아비처럼 조용기 목사의 의중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13일 뉴스를 보고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미국 국적자인 둘째 아들 조사무엘민제씨가 대표이사에 있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시정 명령을 받았을 때 재단은 오히려 별 문제 없다며 항의성 의견을 문체부와 서울시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확해지자 13일 아침 긴급하게 재단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저는 이사장이 목사님이시기에 일말의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조사무엘민제씨를 사퇴가 아니라 오히려 회장으로 임명하고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게 했습니다. 도대체 미국 국적으로 대표이사를 못하게 된 43살의 조사무엘민제씨가 일간지 회장이 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입니까? 정말 한국교회의 처한 현실이 어떠하고, 지금 <국민일보>에서 벌어지는 일이 얼마나 쪽팔리고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신다 말입니까?

목사님, 저는 이 뉴스를 접하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국민일보> 문제는 단 1%도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조용기 목사 일가족의 책임이 아닙니다. 이는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에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라는 이름으로 이사직을 맡고 있는 목사님 이하 이사들의 책임입니다. 조용기 목사의 의중을 따랐다는 변명은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 경영이 어렵게 되고 문을 닫는다는 비겁한 말도 소용없습니다.

재단 이사로서 책임지지 않으려면 도대체 왜 이사로, 이사장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입니까? <국민일보> 기자들이 99% 참여해 목숨을 걸고 파업을 하고 있는 이때 <국민일보>가 거듭나겠다고 한국교회에 호소하고, 기독인들에 진심을 보이며, 책임 있게 신문사를 살리려는 노력을 단 1%도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합니다.

그렇게 호소하고 그렇게 진심을 보여도 신문사가 안 된다면, 그러면 정말 문을 닫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계속 이렇게 조 목사 일가가 사유화해서, 우편향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신학·신앙적으로 타락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보다 오히려 폐간하는 것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유익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님, 마지막 남은 존경심마저 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하다 안 되면 차라리 허울뿐인 이사장직을 포기하십시오.

존경하는 박종화 목사님. 부디 고 강원룡 목사님과 경동교회의 명예와 생명, 평화, 정의를 위해 헌신해온 진보적 기독교의 올곧은 가치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결례를 무릅쓰고 작은 교회 목사 이진오 올림.

* 추신 : <국민일보> 노조 여러분, 이제 더는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조용기 목사 일가에 구걸하는 자세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엄연히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문화재단'이 주인입니다. 100%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싸움의 대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박종화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들을 상대로 분명한 싸움을 해야 진정으로 <국민일보>가 밥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른 정론' 그 자체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독교 인터넷 신문인 <뉴스앤조이>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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