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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생떼 부리는 아이... 엄마 대처는 놀라웠다

[인서체육아일기 8] 인내와 끈기로 다져진 아내, 지금은 잔소리꾼

등록|2012.03.14 18:05 수정|2012.03.14 18:27
대부분 부모가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다들 첫 경험이라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부모들의 머릿속은 흰 종이와 같지요. 어떤 경우 어른신들의 말씀을 듣지만 젊다는 이유로 어른들 말을 왠지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럴 때 가장 의지하는 것이 '육아상식'책들입니다. 육아상식 책은 거의 '바이블'로 생각하고 젖 먹이는 양, 젖 먹이는 시간, 이유식, 잠자는 시간을 책에 나온 대로 지키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육아상식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내도 비슷합니다. 어릴 때는 말로 달랬습니다. 안아줬습니다. 인내심과 끈기로 연결된다는 것은 아내는 몸으로 보여준 적도 있습니다. 큰 아이가 4살 때였습니다. 할머니 집에서 친척들이 모여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돼지고기를 숯불 위에 다 올려 놓으라는 것입니다. 엄마는 안 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땡강 부리는 아이... 엄마의 반응은?

▲ 삼겹살 ⓒ 배상용


"엄마, 고기 구워!"
"안 돼!"

"고기 다 구워!"
"안 된다고 했지! 할머니, 삼촌, 고모, 고모부 다 보시잖아. 고기 다 구우면 먹을 수 없어."
"다 구워."


이렇게 시작한 아내와 큰 아이의 논쟁은 2~3시간 시간이나 넘게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회초리는 커녕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가족들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사람들이 아내를 천사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두 번 안 된다고 하는데도 아이들이 계속 요구하면 아무리 마음 좋은 엄마라도 화를 내게 돼 있지만 제 아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정말 천사가 따로 없네."
"하모, 인헌이 엄마는 천사지."
"내가 보기에도 천사네. 나 같았으면 벌써 엉덩이에 불이 났을텐데…."


다들 한 마디씩했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삼촌이 고기를 다 굽기로 하면서 큰 아이와 아내의 '고기굽기 투쟁'은 끝났습니다. 아내는 아마 육아상식에서 인내심과 끈기의 중요성을 배운 것 같습니다.

▲ 육아상식은 아이들이 울 때 말로 달래고, 안아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 김동수


"보행기는 6개월이 적당. 깨어 있을 때는 운동신경 발달을 위해 엎어둔다. 울 때: 말로 달랜다 - 시청각으로 달랜다 - 안아준다. 인내심과 끈기로 연결된다. 안아서 달랠 때: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달랜다." (9월 3일)

3시간도 참던 아내, 잔소리꾼 되더라

하지만 인내심과 끈기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아내는 인내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잔소리가 많아졌고, 어떤 때는 회초리도 들었습니다. 어떤 분이 엄마는 '마귀할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100% 사실은 아니지만 절반 정도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를 아내의 변신에서 깨닫게 됐습니다. 3시간도 참았던 아내는 잔소리꾼으로 변신했습니다. 하나님께 아래와 같은 기도를 드렸던 아내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하나님 인헌이가 이런 사람되게 하소서

약할 때 자신을 잘 분별할 수 있는 강인함과 정직한 패배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폭풍우 속에서도 일어 설 줄 알며 승리에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여 주소서.
깨끗한 마음으로 큰 뜻을 세우되 먼저 자신을 다스리고
엄숙히 살아가면서도 남을 관용할 줄 알고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의 부모는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노라고 나직히 속삭이게 하소서.(9월 19일)

▲ 아내는 큰 아이가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을 알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 김동수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아직도 기도를 할 때는 이렇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이내 마음이 변합니다. 이것밖에 못하느냐며 타박합니다. 더 유명하고, 더 공부잘하고, 더 큰 것을 이루기 바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이를 사랑하고, 섬기고,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강자와 악에 굴복하지 말라고 하지만 '소박함'을 조금 잃어갑니다. 제발 소박함만은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함만은 변치 말기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근본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 돈에 관해서만은 바른 가치관을 세워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때와 지금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유아상식. 아이들 용돈 - 계산하는 훈련, 돈을 주는 법과 쓰는 법을 가르친다. 노력의 대가로 용돈을 받아야 절약 정신이 자연스럽게 밴다. 공짜 돈을 부끄럽게 여기고 분수 껏 소비하는 건전한 정신을 갖게 될 것이다."(10월 14일)

공짜 돈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말에 눈이 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친 이유는 돈이 돈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대가가 아닌 돈은 결국 모두를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노동의 대가만큼만 돈을 벌게 가르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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