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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ISD 폐기 한국 야당요청 수용해야"

[해외리포트] 퍼블릭 시티즌 경고... "미 정치인, 한미FTA 지지 후회할 것"

등록|2012.03.15 14:37 수정|2012.04.12 01:43

▲ 한미FTA의 발효 시점이 정해졌다고 발표하고 있는 미 무역대표부 누리집. ⓒ USTR


워싱턴DC에 있는 소비자 권익보호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이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FTA에서 ISD(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한국 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퍼블릭 시티즌은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서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4월 11일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 이전에 서둘러 조약을 발효하는 것 대신 논란의 소지가 많은 사기업 보호제(ISD 지칭)를 한미FTA에서 제거하라는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한 "한미FTA의 경우처럼 발효일을 월 중간(15일)으로 잡는 것이 미국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일반적으로 국가 간 무역 조약은 월 1일에 발효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한국 국회가 지난해 12월 27일 ISD조항을 없애기 위한 한미FTA 재협상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2월 8일에는 약 100명의 야당 의원들이 조약의 변경없이 발효되는 한미FTA를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오바마에게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퍼블릭 시티즌은 "4월 선거로 국회 다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야당의 이같은 요구에도 미 무역대표부는 곧바로 한미FTA가 3월 15일에 발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기업 투자자 특혜 강화하려 한다"

▲ 퍼블릭시티즌 누리집 한미FTA 섹션 ⓒ 퍼블릭시티즌 누리집 갈무리


퍼블릭 시티즌 세계무역감시부의 책임자인 로리 월러치는 성명서에서 "이 조약이 두 나라의 99%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는 한국 선거의 민주적 결과를 무시하려는 최근의 불명예스런 시도와 공개적인 한미FTA 서명 조인식을 취소해버린 백악관의 행위를 통해 계속 드러난다"고 말했다.

또한, 월러치는 "오바마 행정부는 발효를 서두름으로써 예전 오바마 대통령 후보자가 자신의 무역 조약에는 없을 것이라던, 그리고 다수의 한국 국회의원도 반대하는, 극단적인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형태의 기업 투자자 특혜 조항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퍼블릭 시티즌은 "나프타 형태의 해외 투자자 특혜장치로 '투자자-국가 소송'은 그간 미국이 해왔던 무역협약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것은 현재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첨예한 문제로 떠올랐으며, 호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암시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 단체는 "'투자자-국가 소송'은 상대(교역) 국가로 하여금 해외 투자자에 대한 특혜적 대우를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투자자의 자산이동액에 제한을 두지 못하게 한다"며 "기업이 이러한 사적 권한을 행사하도록 허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또한 기업이 손해부분에 대해 정부를 직접 고소할 수 있게 했고, 판결은 세 명의 민간 부분(private sector) 변호사들이 맡는다"고 덧붙였다. 즉, 이들이 세계은행과 유엔의 중재 규정에 따라 '재판관'의 역할 및 기업편 변호사의 역할을 돌아가며 맡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어떻게 삼권분립을 해칠 수 있나

▲ 셰브론, 필립모리스, 씨티은행(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 셰브론, 필립모리스, 씨티은행


퍼블릭 시티즌은 "가령, 현재 미국의 대표적 정유회사의 하나인 셰브론은 아마존 지역에 입힌 환경 오염과 그에 대한 복구 비용으로 18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에콰도르 법원의 명령을 지키지 않으려고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7일, 투자자-국가 국제재판소(ICSID)는 에콰도르 정부에 그 나라의 사법부가 셰브론에 대해 내렸던 판결에 간섭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월러치는 당시 성명을 통해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의 헌법을 위배하지 말아야 하고 셰브론이 아마존을 오염시킨 것에 책임져야 한다는 에콰도르 사법부의 명령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셰브론이 불러서 워싱턴DC의 한 임대된 방으로 모인 세 명의 민간인 변호사들이 임시 재판소를 만들어 마치 에콰도르 법원이 18년 만에 내린 판결을 비판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어떻게 선출되지 않은 세 명의 변호사가 한 주권 국가에게 자국의 헌법이 규정한 삼권 분립을 위배하라고, 또 그 나라의 사법부에 간섭하라고 명령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것은 오로지 셰브론의 이익을 돕기 위해서"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는 호주의 담배포장법이 이 나라의 헌법을 위반한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통해 그 법을 무력화시키려 한 적이 있다. 

퍼블릭 시티즌은 "미국과의 무역조약 하의 '투자자-국가' 조항 때문에 여러 나라의 정부가 지불한 돈이 6억7500만 달러가 넘으며, 소송의 70% 정도는 환경과 건강, 기타 비무역 정책 분야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나프타 체제에서는 3억5천만 달러 이상을 정부가 기업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특히 한미FTA가 금융분야의 규제를 제한했다"며 시티그룹이 이에 대해 '현재까지의 자유무역 조약 중에서 금융 분야 면에서는 최고의 조항이 포함됐다'고 평가한 것을 지적했다.

끝으로 이 단체는 "많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한미FTA의 통과를 반대했고, 미 의회가 나프타에 가입할 때나 중국이 WTO에 가입할 때보다 더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월러치는 "한미FTA는 한국에서 주요 선거 이슈가 되고 있다"며 "미국 선거에서 미국의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만큼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이 조약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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