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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님, 뱃속 아이한테 준 고통부터 사과하시죠"

'정당 후원 교사' 징계 무효 판결 항소... 황인영 교사, 고영진 교육감 비난

등록|2012.03.15 18:08 수정|2012.03.15 18:08

▲ 정당에 후원했다가 해임됐던 황영인 교사가 아이를 안고 15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을 찾았다. 황 교사는 법원으로부터 '해고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는데, 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황 교사는 해임 징계를 받았을 때가 출산 2개월 전이었다. ⓒ 윤성효

"징계위원회가 열렸을 때가 출산 2개월 전이었다. 두 달 동안 엄청나게 힘들었고 '가진통'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 때 뱃속 아이한테도 스트레스를 많이 준 것 같다. 사법부에서 징계가 잘못되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교육감은 항소했다. 교육감이 교육자라면, 인간이라면 뱃속 아이한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항소라니…."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를 안고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 선 황인영(32) 교사가 한 말이다. 마산 혜림학교에 재직하던 황 교사는 '정당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2011년 3월 해임됐다.하지만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이일주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3일 '징계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당시 경남에서는 6명이 중계를 받았다. 안호형 교사(함양 서상초교)도 해임 징계를 받았고, 4명은 정직 3개월을 받았다. 교사 6명 모두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3일 항소했다.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해, 부산·인천에서도 '징계 무효' 판결이 내려졌는데, 해당 교육청은 항소했다. 전남교육청은 항소하지 않아 '징계 무효'가 확정됐다. 당시 전국 교사 134명이 정치자금법·국가공무원법·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배제징계' 지침에 따라 징계했던 것이다.

이날 안호형 교사는 "30여년 동안 교직에 있었다, 소신을 갖고 살아온 제 삶을 짓밟은 것이다, 사법부 판결에 대해 교육청은 사과하기는 커녕 항소를 했다, 하루 빨리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복직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교사?공무원 탄압 저지 경남공동대책위’는 15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교사·공무원 탄압 저지 경남공동대책위'는 15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정당 후원 교사 징계 무효 판결에 대한 고영진 교육감의 항소를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재원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얼마 전 교육감을 면담해서 항소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항소했다, 지금 봄이 왔지만, 해직 교사들이 다시 차가운 겨울 속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정당 후원 교사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는데, 4·11총선 뒤 법을 개정해서 면소·무죄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쓸데없는 행정력 낭비를 하지 말고, 교사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교육청은 '잘못했다'고 시인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징계 무효 소송 승소 이후에 경남도교육청이 또다시 검찰이나 교과부의 압력을 핑계 삼아 상소 등을 고려한다면 교육청은 돌이키지 못할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였는데, 교육감은 민사라도 진행해서 보상이나 더 받으라는 황당한 발언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가 적시한 대로 징계권의 남용으로 고통받은 교사들에게 자신을 상대로 민사를 진행하여 보상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발상은 도의회에서 자신이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겠다던 발언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정말로 민사까지 해서 끝까지 가보자는 것인지 해명하라"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교육감은 이제라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부당한 징계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항소를 취하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 교육감의 무소신을 규탄하기 위해 교육감이 원하는 대로 민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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