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똑같은 무용은 싫다! 6인의 새로운 에너지 결합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2012 한팩 라이징스타'

등록|2012.03.18 18:22 수정|2012.03.18 18:22

▲ 금배섭의 '보이는 것에 대하여_About being seen'중에서. 보이는 것의 이면에 대한 탐구가 인상적이다. ⓒ 한팩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3월 16일-17일, 3월 23일-24일동안 <2012 한팩 라이징스타>가 공연중이다. 이 공연에서는 2012년에 한국공연 예술센터(이사장 최치림, 이하 한팩)가 선정한 6인의 무용예술가가 저마다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타장르와의 결합을 통한 몸의 표현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1년과 2012년 한팩의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참가자 중 창작력이 우수한 6명의 신진 안무가가 '한팩 라이징스타'로 선정되어 자신만의 창작공연을 대형 공연장에서 선보일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들은 국내외 기관에서 신진 예술가로 선정됐거나 국내외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우수 신진 안무가들 중 서류심사와 오디션을 거쳐 선정되었다. 특히 이번공연은 '타장르 융합 프로젝트'로써  국내 신진 안무가와 소리,영상 등의 타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 창작을 유도하고 관객들에겐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3월 16일-17일에는 황수현,금배섭,윤푸름으로 구성된 I팀, 3월 23일-24일에는 전성재, 지경민, 이재영으로 구성된 II팀이 공연한다. 3월 16일 공연의 첫번째 무대는 영상과의 만남을 통한 황수현의 <Co-lab:Seoul-Berlin>이다. 이 작품은 서울에 사는 황수현과 베를린에 사는 임지애 안무가가 물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온라인상으로 몸의 표현법을 연구하며 소통한다.

▲ 황수현의 'Co-lab:Seoul-Berlin'중. 서울-베를린 간 물리적일 거리를 초월한 몸짓으로의 소통을 표현하였다. ⓒ 한팩


무대는 한동안은 저것이 무용공연일까 의문일 정도로 과정에 대해 보여준다. 노트북, 프로젝터, 스피커 등으로 직접 영상을 제어하며 자유롭게 무대를 구성한다. 두 안무가는 서울과 독일에서 2011년 11월부터 서로 온라인상으로 공연의 컨셉에 대해 작업한 과정을 여과없이 관객에게 보여준다. 멀리 있는 둘이서 한몸이 되고, 자신의 얼굴 반쪽을 동영상으로 찍어 서로를 합치기도 하고,  마치 실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동영상 안에서 서로 마주보며 춤추기도 한다.

무용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현장 무대에서 그것을 재료로 또다른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재미있다. 또한 "한쪽 발 들고 펄쩍펄쩍 뛰어","빛의 속도로 움직임" 등 각자 서로에게 말로 지시하며 몸의 통제도 보여준다. 몸이 얼마만큼 어떤 것을 표현할 수 있는지 드러난다. 그러한 연구과정 중 그들은 "어떤 것이 진짜인가"라는 물음에 도달하더니 "그럼 한번 해볼까"라며 다시 자유로운 몸짓 안으로 들어가서는 이내 속옷바람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고 뒹굴며 스탭들이 철수할 때까지 무대를 한바퀴 돈다. 이들의 의도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두번째 무대로 금배섭은 소리와의 만남을 통해 <보이는 것에 대하여_About being seen> 라는 공연을 선보였다. "늘 보아왔던 것이 어느 날 내 심경의 변화로 인해 다르게 보인다. 이 세상을 나의 느낌대로 보고 나아가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게 된다"는 생각을 기초로 작업했다. 무대는 캄캄하다. 한 남자의 엄청난 욕지거리가 들린다. 갖가지 온갖 상소리로 지나가는 여자와 남자에 대해서 욕을 퍼붓는다. 처음엔 그런가 싶더니 나중엔 좀 심한거 아닌가 할 정도이다. 조금 있으면 후련하기도 하면서 더 있으면 무척 작위적인 듯이 들린다.

▲ 금배섭의 '보이는 것에 대하여_About being seen'중에서. 닭을 사실적이고 희화적으로 표현하며 웃음을 선사하였다. ⓒ 한팩



이어서 무대에는 창문이 많다. 눈썹이 엄청 긴 여자는 창문에서 옆모습으로 눈을 껌뻑거리고 있다. 오른쪽 창문에서 다리만 보이는 남자는 계속적으로 양말을 벗어내면서 발을 바둥거린다. 그 밑에서 한 여자는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다. 

도대체 이것 역시 어떠한 무용장르에 속하나 또 고민이 들 즈음, 흰 옷을 입고 턱에는 닭벼슬을 하고 닭 분장을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정말로 우스꽝스런 몸짓과 닭울움 소리가 정말로 닭 한마리가 튀어나온 것 같다. 관객들이 킬킬리며 그 모습에 반응할 즈음 이 닭은 무대를 천천히 가로질러 오른편에서 "꼬끼오~"하며 울음을 운다. 그러고는 퇴장한다. 또다시 창문의 눈만 껌뻑거리는 여자, 다리만 보이는 남자, 닭의 등장이 천천히 서너번 반복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점점 이것이 이상하지 않게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거리를 남기며 무대는 섹스를 연상시키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더니 암전된다.

세번째는 음악과의 만남을 통한 윤푸름의 <존재의 전이>이다. 이 작품은 윤푸름 자신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자, 노인,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에 대하여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그녀가 그려낸 작품에서 여성은 약자에서부터 강자로 아니 그러한 구분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 윤푸름 '존재의 전이' 중.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약자에 대한 사유로부터 이 작품은 출발한다. ⓒ 한팩


무대에는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세 명의 여자 무용수가 있다. 몸매 윤곽이 드러나는 그녀들은 섹시하다, 하지만 한 여자는 무언가 억압을 받고 부림을 당하고 있고, 한 여자는 계속 지시를 하며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약자는 의자가 되기도 하고 끌려다니기도 한다. 강자는 지시를 내리고 편하게 향유한다. 웅웅거리고 금속성의 음악이 계속되며 공간이 진동하는 가운데 어느새 한 여자가 섹시한 댄스를 춘다.

여성성이 극대로 표현된다. 성을 연상시키는 몸짓이 계속되지만 섹시한 것 보다는 무엇인가 탈피하려는 모습이다. 그녀의 푸닥거리가 끝나고 이제 성숙함을 의미하는 한 여성이 계속적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무대를 뛴다. 마지막으로 무대 뒷편의 문이 열리며 흰 불빛이 섬광처럼 무대를 비춘다.

이날 공연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몸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장르와의 결합으로 다양하게 풀어낸 19세 이상 관람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6, 17일의 황수현, 금배섭, 윤푸름의 작품은 19세 이상 관람가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몸에 대한 신선한 접근과 무용과 타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 <2012 한팩 라이징스타> 첫번째 팀인 황수현,금배섭,윤푸름 팀의 공연은 3월 16일-17일, 두번째 팀인 전성재, 지경민, 이영재 팀의 공연은 3월 23일-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