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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팠지만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촉구 집회에 갔습니다

등록|2012.03.18 17:49 수정|2012.03.19 16:03

▲ 대법원 판결났다!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하라! ⓒ 변창기


▲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변창기


몸 상태가 안좋아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지난 16일(금) 밤부터 속이 이상해 지더니 밤새 설사가 나고 속이 요동을 쳤습니다. 뭘 잘못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밤새 배앓이 하느라 잠을 못잤습니다. 17일(토) 아침 부터는 배앓이는 덜했으나, 피곤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몸이 무겁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곳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2월 23일 대법원 최종판결 이후 금속노조 차원에서 첫 집회가 열리니 조합원 동지들은 모두 참석 바랍니다.'

금요일 낮 문자가 왔습니다. 저 또한 금속노조 조합원 신분이고 현대차에 10여년 불법파견 상태로 다니다 2년전 정리해고 당한 상태입니다. 다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대법원 최종판결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그 출입증 말고요.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그 사원증을 가슴에 달고 출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 모든 사내하청 즉각 정규직화 하라! ⓒ 변창기


오후 2시께 가까스로 일어나 몸을 추스리고 밥을 억지로 조금 먹었습니다. 배앓이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지 가끔 속이 꼬이는 듯한 통증이 발생했습니다. 명촌 그린공원이라는 곳을 몰라 사전에 장소를 알아 두었습니다.

남목서 버스타고 명촌가에 내려 한참을 마을 속으로 걸어가니 집회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국에서 온 노동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집회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무전기를 들고 교신을 하며 여기저기 서서 집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촉구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오후 3시. 집회가 시작되자 사회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현대·기아차 작년 순이익이 13조 원입니다. 얼마전 현대차 정몽구 부자지간이 가져간 주식 배당금만 678억 원입니다. 그 엄청난 돈 일부만으로도 1만3000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구실로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라놓습니다. 노동은 신성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노동에 정규직-비정규직이 있을 수 없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와 이야기 했습니다.

"1차 판결 났을 때 현대차는 최종판결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내려졌고, 그 핵심 내용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다는 겁니다. 최종판결을 기다려 보자던 현대차는 최종판결 난 지 한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되어 불법파견 철폐시켜야 합니다"

▲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실시하라!! ⓒ 변창기


금속노조, 민주노총 간부가 무대에 올라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하고 사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후 3시께 시작된 집회는 4시가 다되어 끝났습니다. 그리고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까지 행진을 한다고 했습니다. 큰 트럭에다 방송 장비를 싣고 맨 앞에 서서 방송을 하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현수막과 깃발이 그 앞을 따르고 전국에서 온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3차선 길을 이어 가는데 그 길이가 200m는 되어 보였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큰집회 때마다 항상 줄지어 집회하는 노동자를 가로막던 전투경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년 부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집회 갔을 때랑 딴판이었습니다. 거기선 부산 입구부터 경찰이 가로막고 서 있었고, 한진중공업 앞엔 얼씬도 못하도록 삼엄한 경비를 서더니, 울산 집회에선 어찌하여 전투경찰이 하나도 없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현대자동차 출고사무소 앞을 지나며 ⓒ 변창기


▲ 현대자동차 출고문 앞 ⓒ 변창기



우리는 큰길을 따라 현대차 정문 앞으로 향했습니다. 정문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불법파견 철폐하라"는 구호를 8박자로 박수치며 외쳤고, <비정규직철폐연대가>라는 노동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 방송으로 녹음된 내용을 틀기도 했습니다.

"울산시민 여러분, 우리는 자동차에서 일하는 금속조합원 입니다"로 시작되는 어느 성우의 목소리로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은 철폐 되어야 하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 사내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시간 10분 가량 걸어 현대차 정문 앞에 도착 했습니다. 여느 때 집회 같으면 전투경찰이 검은 복장을 하고 방패를 앞세워 서 있어야 하는데 교통경찰만이 교통 정리를 할 뿐, 거기도 전투경찰은 없었습니다. 현대차 정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장이 나와 이야기 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우리는 불법파견 투쟁을 시작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투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류기혁 열사를 보내야 했고,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구속되고 수배되고 손배가압류를 맞아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내렸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이고 2년 이상 이면 정규직이라 판결했지만 현대차는 아직까지도 아무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당연히 국민에게 사과해야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 함께 불법파견 투쟁 선봉에 설 것을 다짐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이 무대에 오른 후 다른 분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할 때 저는 길 건너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길 건너엔 말 그대로 사복 경찰이 쫙 깔렸다고 표현해도 맞을 정도로 사복 경찰이 많이 서 있었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무전기로 교신도 했습니다. 어떤 사복 경찰은 고성능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경찰 아저씨 사진을 왜 찍으세요?"

▲ 명촌 그린공원서 현대자동차 정문 앞까지 1시간 10분을 행진. ⓒ 변창기


▲ 왼쪽 두 사복경찰이 열심히 집회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 변창기


저는 그 옆으로 슬며시 다가가 귀에다 대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경찰은 나를 보더니 관리 차원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감시가 아니고요?"라고 떠보자 그 경찰은 "합법 집회인데 무슨 감시는요. 그냥 관리 차원에서 찍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관리는 교통 경찰 만으로도 될 터인데, 사복 경찰이 우리 노동자 집회에 무슨 관리를 맡았길래 성능 좋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사복 경찰이 길 건너에서 노동자 집회를 지켜보고 있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길 건너서 사진을 찍고 다시 집회 장소로 가니 금속노조 위원장이 부름을 받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15만 금속노조의 염원을 담아 인사 올립니다. 투쟁! 사회 양극화의 상징 비정규직.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이 진짜 사장이 정몽구라고 밝혀 내는데 8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을 전부 '생까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있어도 인정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 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투쟁 합시다. 구속될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쟁취 못합니다. 저는 구속될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함께 하실수 있겠습니까?"

울산,전주,아산 비정규직 노조 대표울산 비정규직 노조 대표가 이야기 하고 있다. ⓒ 변창기


마무리 발언으로 현대·기아차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 노조 대표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3지회가 함께 공동투쟁으로 기필코 불법파견 철폐시키고 정규직화 쟁취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염원이 담긴 오색 풍선을 날렸습니다. 수백개의 풍선은 하늘 높이 날아 올랐습니다.

'노동자는 뭉치지 못 할 때 저임금과 해고의 위협을 받는다. 노동자가 뭉칠 때 재벌기업이 위협을 느낀다. 노동자의 권리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단결하고 투쟁할 때만이 노동자 권리는 되찾아 진다.'

3월 17일 오후 3시 명촌 그린공원. 집회를 지켜보고 또 1시간 넘게 행진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까지 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6시 집회 마치고 집에 오려는데 다시 배앓이가 시작 되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간단히 저녁 먹고 그냥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고달프고 피곤한 삶은 언제 끝날까요.

불법파견 정규직화가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희망!불법파견 대형 현수막 찢기와 희망의 풍선 날리기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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