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 쑥 돋아나는 쑥 봄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돋아나는 것이 쑥입니다. 심지 않아도 저절로 쑥쑥 잘 자라는 쑥. 저는 우리 집에 나는 풀 중에서 쑥을 가장 편애합니다. 쑥된장국, 쑥개떡, 쑥버무리, 쑥효소, 쑥차를 늘 해 먹고 여름엔 모깃불을 피우고, 쑥대를 말려서 집안 곳곳에 두기도 하고, 목욕물에 담가서 쑥목욕을 하고.... 우리 집이 가장 좋은 점은 주변에 쑥이 엄청 많다는 것입니다. ⓒ 이부영
도심 속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시골에 살고 있는 제게 시골에 살아서 가장 좋은 때가 언제냐고 자주 물어오곤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봄꽃이 화사한 5월과 단풍이 한창인 10월이라고 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난방비가 적게 들고, 색깔이 화려한 5월과 10월이 시골에서 지내기에 가장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시골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시골에서 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좋은 때는, 뭐니뭐니해도 새싹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때. 바로 요즘입니다.
▲ 봄나물에서 빠질 수 없는 냉이이것처럼 잎을 먹는 냉이가 있고, 뿌리를 먹는 냉이(황새냉이)는 따로 있습니다. ⓒ 이부영
요즘 우리 집 주변에는 온갖 싹이 돋아나고 있는데, 어제까지 못 보던 싹이 돋아나 있는가하면 어제 나온 싹은 오늘 쑤욱 자라있습니다. 여기저기 새순과 꽃망울이 점점 부풀어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새로 돋아난 싹들과 눈을 맞추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살아있어 꿈틀거리는 생명의 모습이 꼭 마술 같습니다. 목숨에 대해서,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명, 그 힘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 이 세상이 참 경이롭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싹이 나를 반길 지 설레입니다.
▲ 달래 달래가 마른 나뭇잎을 뚫고 여기저기 솟아나고 있습니다. ⓒ 이부영
시골 생활이 좋아서 도시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로 이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원에 잔디와 예쁜 꽃을 많이 심습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예쁜 꽃보다도 일년내내 뜯어먹을 수 있는 나물을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집 안에 저절로 싹이 나서 일년 내내 뜯어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많습니다. 뜯어먹다 남은 나물은 자라 나중에 예쁜 꽃을 피웁니다. 주로 들과 산에 스스로 자라는 나물들은 꽃도 소박하니 예쁩니다.
▲ 씀바귀와 고들빼기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데, 왼쪽 가는 잎이 씀바귀, 오른쪽 넓은 잎이 고들빼기.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꽃도 참 예쁩니다. ⓒ 이부영
도시 사람들과 제가 새싹을 보면서 느끼는 또 다른 점은 도시 사람들은 새싹을 보면서 꽃을 먼저 상상하지만 시골에 살고 있는 저는 꽃 이전에 먹을 수 있는 나물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집 주변에는 온갖 나물들이 쑥쑥 돋아나고 있습니다. 물론 봄에 돋아나는 새싹들은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기도 하구요.
▲ 민들레 사람들은 '민들레'하면 노란 민들레꽃을 먼저 떠올릴테지만, 저는 민들레잎 쌈이 먼저 생각납니다. 지금부터 1년내내 민들레잎 쌈을 먹습니다. 꽃도 먹습니다. 민들레는 노란꽃말고 흰꽃이 피는 것도 있습니다. ⓒ 이부영
사진들은 오늘 아침에 찍은 우리 집에서 본 새싹 모습입니다. 새로 돋아나는 싹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처럼 정성껏 눈여겨 찾아보셔야 합니다.
▲ 참나물 새싹 참나물 싹이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가 씨를 뿌린 것이 아닌데, 저절로 나서 온 집 주변에 퍼져서 지금부터 눈오기 전까지 뜯어먹을 수 있는 쑥 다음으로 우리 집 대표(?) 나물입니다. ⓒ 이부영
▲ 원추리 새싹 꽃도 참 예쁘지만, 잎과 순을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쳐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 이부영
▲ 돋나물돌나물이라고도 하는데, 땅 기운만 맡으면 아무 데나 잘 자라고 잘 번집니다. 생으로 초고추장에 무쳐도 먹고 김치에도 넣지만, 바로 뜯어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이부영
▲ 산마늘 작년 봄에 농원에서 한 상자를 사다가 그늘이 많이 지는 나무 아래 심었더니 올해 여기저기 새싹을 틔웁니다. 이것이 땅에 심는 재미입니다. ⓒ 이부영
▲ 개망초주변에 너무 흔하고 심지 않아도 스스로 나고 잘 자라서, 사람들이 '잡초'라고 하면서 귀찮아하고 엄청 구박하는 풀인데, 몰라서 그렇지 새로 돋아난 이 개망초를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쳐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 이부영
▲ 토끼풀 토끼풀도 여린 잎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시골에서는 토끼풀이 원수(?)입니다. 잔디밭 사이에 나서 잔디를 죽이고, 밭에 한번 나면 뽑아도 뽑아도 또 나는 것이 이 토끼풀입니다. 그러나 이 토끼풀도 잎과 꽃을 쌈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잔디를 안심고 있는 토끼풀을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제가 안심었는데도 저절로 찾아와서 마당을 덮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꽃이 피면 꽃반지 꽃목걸이도 하고,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밤에 산토끼가 몰래 내려와서 뜯어먹고 가기도 하고.... ⓒ 이부영
▲ 산국 여기에 올린 사진에서 유일하게 새싹을 먹지 못하는 것인데, 가을에 꽃이 만발하면 꽃을 말려서 국화차를 끓여먹고 베개 속에도 넣습니다. 겨우내 집안에 꽂아두면 국화냄새가 가득하고 안좋은 냄새가 없어집니다. 야생으로 번식력이 뛰어나서 가을이 되면 온 집 둘레가 산국꽃으로 노랗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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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쌈거리도 있습니다. 마켓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우리 집이 엄청 큰 '대저택'인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집이 주로 눈요기거리로 외국산 화려한 꽃들을 심는 대신에 저는 일년내내 먹을 수 있는 것을 많이 심었기 때문입니다. 심은 것보다 저절로 난 것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