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대리기사,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
[인터뷰] 현직 대리기사 이철원씨... "대리기사 처우 개선위해 노력하고 싶다"
▲ 이철원씨 ⓒ 유혜준
5년차 대리기사이면서 아이가 넷인 가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관심을 끌고 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철원씨. 그는 비례대표 신청을 한 뒤 지난 15일 새벽, 대리기사의 허브라고 일컬어지는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비례대표 출마선언을 했다. 비례대표 등록을 하면 내야하는 후보등록비는 300만 원. 이철원씨는 이 돈을 지난 2년간 대리기사를 하면서 팁으로 받은 돈을 모아서 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 이철원씨를 만났다. 한때는 자영업자였으나, 사업이 어려워 정리하고 대리기사 일을 시작한 그는 "이렇게 오래 대리기사를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애 잠시 할 생각이었는데, 5년차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국에서 대리기사로 일하는 사람은 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철원씨의 설명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서 이들이 최후의 생계수단으로 대리기사 일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이철원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그처럼 5년 정도 했다면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수입이 다른 대리기사보다 높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는 고정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대리기사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누가 성실하게 했느냐에 따라서 수입이 정해집니다. 대리기사를 전업으로 하는 전업기사들은 대개 어두워지면 나와서 새벽 3~4시까지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12시~1시 사이에 마무리를 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고객 수가 많이 줄어 실질적으로 오후 9시에서 10시쯤 되어야 손님의 '콜'을 받고, 새벽 1시쯤이 되면 '콜'이 끊겨 실제로 3시간 정도 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리기사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는지 물었다.
"수원시내에서 빵집을 하는 분이었는데, 대리기사 일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빵집에도 대기업들이 진출해서 동네 빵집이 생존이 어렵다면서 빵집 일을 접고 대리기사 일을 해야겠다면서 물었던 것이지요."
지난 2006년에 수원에서 도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는 이철원씨는 3개월전부터 비례대표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가족의 반대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출산장려를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를 무려 넷이나 낳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셋째 아이까지는 계획 출산이었구요. 넷째는 큰 아이가 낳아달라고 해서 낳았습니다."
동생이 둘인 것도 모자라 또 낳아달라고 했다는 얘기는 당연히 놀라울 수밖에. 띠 동갑인 동생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이 이철원씨의 대답이었다. 이철원씨는 자신의 가족을 "용용, 멍멍, 찍찍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용띠 둘, 개띠 둘, 쥐띠가 둘이란다.
아이가 넷이나 되니 사교육비가 감당되지 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대리기사 수입으로 네 아이를 부양하는 것조차 힘들 것 같았지만 그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씨는 지금까지 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 바뀌어야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좋은 교육안을 내놔서 그것을 실행한다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가 경감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철원씨는 사교육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나 지역의 볼거리, 문화 지역 등을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다. 모범답안이 아니냐, 고 지적했더니 아니란다. 수입이 한정적이니 머리를 짜내서 돈을 들이지 않는 배울거리를 찾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면 누구나 '당선 안정권'에 드는 번호를 원할 텐데 그는 "당선권을 벗어난 순번이라도 좋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그게 말이 되나? 당선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물을 수밖에.
"그건 아닙니다. 대리기사들은 밤에 일하고 낮에 쉬는 직업이라 솔직히 투표장에 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같이 대리기사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비례대표 후보가 되어서 그런 사람들에게 투표를 독려해서 투표율을 높이게 되면 처음에는 당선 안정권이 아니었던 번호가 당선 안정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런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대리기사들의 희망이 되어 대리기사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대리운전기사를 위한 법제화가 전혀 없어 대리기사들이 사회안전망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만들려고 해도 업체로부터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리운전과 대리기사들을 위한 법규를 만들어 그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것은 곧 손님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상당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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