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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행정관 도피-은닉? '황당' 주미대사관

대사관, 불법사찰 증거인멸 핵심 최종석 전 행정관 행방 "“모른다"

등록|2012.03.19 21:26 수정|2012.03.19 22:43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18일 오후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을 폭로하면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로 최종석 전 행정관을 지목했다. ⓒ 이한기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은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주미 한국대사관에 파견 돼 있는 최 전 행정관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최 전 행정관은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의 '윗선'을 밝혀줄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최 전 행정관은 이달 초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 이후 행방을 감췄다. 이와 관련 주미 한국대사관 측이 최 전 행정관의 잠적을 방조 내지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최 전 행정관이 총선이 끝나기 전까지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직 공무원 신분 최종석, 사실상 해외 도피 중?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이달 초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서 처음으로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 사건을 폭로하면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인물로 최종석 전 행정관을 지목했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은 지난 5일 <이털남>에 출연 "최 전 행정관이 '평생 책임져주겠다'고 했다"며 "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지시의 '윗선'을 폭로하겠다는 장 전 주무관을 현금과 취업 등 '보상책'으로 회유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털남>이 단독으로 입수해 지난 12일 방송한 '최종석-장진수 대화내용 녹음파일'에서 최 전 행정관의 육성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두 사람의 대화가 녹음된 것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2010년 10월 18일이었다.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네를 평생 먹여 살려줄 테니까 극단적인 얘기를 하지 말아 달라"며 "캐시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말하는 등 '증거인멸 지시 의혹' 폭로를 적극적으로 말렸다.

앞서 <이털남>은 지난 2일 방송에서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구체적인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 전 행정관은 지난 2010년 7월 7일 장 전 주무관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를 강물에 다 갖다버리든지 부숴버리든지 하라"고 지시했으며 최 행정관은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행정관은 이 지시 후 장 전 주무관에게 문제의 '대포폰'을 지급했다.

최 전 행정관이 받고 있는 의혹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장 전 주무관은 19일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고용노동부의 간부로부터 4000만원을 받아서 1500만원을 변호사 성공보수로 썼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나머지 2500만원은 최 전 행정관에게 다시 전달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노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종석 전 행정관과 접촉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간신히 전화통화가 이뤄졌지만, 최 전 행정관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에도 <오마이뉴스>는 최 전 행정관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 취재를 요청했다. 대사관 측은 당초 최 전 행정관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영사관이 아닌 (각 부처 파견) 주재관의 개인 스케줄까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이 출근조차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기자가 다시 대사관 측에 그의 소재를 묻자, 이번에는 "최 노무관이 출장을 갔으니, 일주일 뒤에 연락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 전 행정관이 지난 5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미국 중동부 지역으로 1주일가량 출장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사관 측은 최 전 행정관이 정확하게 무슨 업무로 누굴 만나거나 어느 지역을 방문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장 전 주무관의 폭로와 양심선언으로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 전 행정관과 그 '윗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던 때였다.

<오마이뉴스>는 최 전 행정관의 정확한 복귀 일과 소재를 알기 위해 여러 차례 대사관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대사관 측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주일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최 전 행정관은 대사관에 복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행방은 더욱 묘연한 상태다. 그러나 현직 공무원 신분인 최 전 행정관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대사관 측은 언론의 취재 요청조차 거부했다.

특히 "최 전 행정관의 소재는 파악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사관 측은 "최 노무관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이상한 태도를 취했다. 다만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최 노무관이 '총선을 앞두고 과거 사건 때문에 복잡한 일이 생겼다'며 걱정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사실상 검찰 재수사를 피하기 위해 잠적한 것으로 보이는 최 전 행정관이 총선 전까지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최 전 행정관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대사관 측이 그의 도피를 방조하거나 은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년 만에 부활한 '노무관', 최종석 배후는 영포회? 

최종석 전 행정관이 지난해 8월 주미 한국대사관으로 파견된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장 전 주무관을 만나 "평생 먹여 살려주겠다"며 회유하는 등 사건이 '윗선'으로 확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심지어 그는 장 전 주무관에게 "일이 다 끝나면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구체적인 회사 이름까지 거론하며 안심을 시키려고 했다.

최 전 행정관은 또 2010년 9월 당시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총괄지원과장의 가족에게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최 전 행정관은 청와대를 나와 본래 소속인 고용노동부로 돌아갔고, 지난해 8월까지 노동부 산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4월 돌연 외교부에 해외 파견 근무를 신청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8월 주미 한국대사관 노무관으로 발령이 났다.

문제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노무관이라는 직무가 지난 3년 동안 없다가 최 전 행정관 파견과 함께 부활했다는 점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3년 전 주미 한국대사관에 있던 노무관이 복귀한 이후 다시 노무관을 파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주미 한국대사관에 노무관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제 현지에서 노무관 업무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주미 한국대사관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노무관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 전 행정관을 누군가 해외로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 전 행정관은 김종익씨 사찰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직속 부하였다. 같은 포항 출신인 이영호 전 비서관이 직접 노동부에서 뽑아 온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 회원이다. 지난 2010년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수사 당시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고작 6시간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된 뒤 노동부 소속 포항 출신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도 이 전 비서관이 총리실에 배치한 인사들이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청와대 소속인 이 전 비서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로부터 '이비'라고 불리며 사실상 지원관실 업무까지 관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 과정의 가장 윗선이자 이번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비서관 역시 행방이 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로서는 최우선 수사 대상인 최종석 전 행정관과 이영호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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