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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많은 마을'에 후원물품 하루 1톤...수상하네

해군, 19일 구럼비 '물터진개' 발파... 강정마을 후원 손길 이어져

등록|2012.03.20 11:16 수정|2012.03.20 20:21

▲ 7일 구럼비 발파 이후 하루에만 강정마을엔 1톤 이상의 후원물품이 들어오고 있다. ⓒ 이주빈


약 10일 동안 세 개의 통장에 약 2500개 후원구좌가 쌓이고, 후원물품만 하루에 1톤 이상 들어오는 마을이 있다. 하루에만 약 25명의 방문자가 찾아와 사흘을 머물다 가고, 7일 이후 연인원 약 1100명이 거쳐 간 '수상한' 마을이 있다.

정부가 해군기지를 짓겠다며 벼르는 5년 동안 주민과 평화활동가 약 600명이 잡혀가 9명이 구속된 마을. 벌금만 2억7000만 원을 낸 마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과 대림으로부터 2억900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마을. 이 '수상한 마을'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이다.

주민 2000명이 채 안 사는 이 작은 섬마을에, 구속자 많고 벌금 많이 낸 '범죄 많은' 마을에 많은 이들이 돈을 부치고, 쌀을 부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희 모임에서 올 여름에 제주에 캠핑을 계획하고 곗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그 중 7만 원을 부쳤습니다.액수는 적지만 꼭 해군기지 건설이 중단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행운을 불러오는 럭키 세븐으로 7만 원 부쳤습니다. 힘내시고 용기를 잃지 마세요!" - 서울의 한 모임

"강정마을을 지켜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몸은 함께 하지 못하여도 마음과 정성만 보냅니다. 부디 몸조심 하시고, 구럼비와 강정을 꼭 지켜냈으면 좋겠네요." - 한양대학교 박○○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직접 가서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구럼비를 지켜주세요." - 부산에서 ○○○

▲ 윤호경 강정마을회 사무국장이 7일 이후 들어온 후원물품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 이주빈


▲ 전국 각지에서 오는 후원물품엔 따뜻한 편지도 함께 들어있다. ⓒ 이주빈


윤호경 강정마을회 사무국장은 "보내주신 후원물품을 소화하기가 벅찰 정도"라며 "종류도 쌀, 라면은 물론 화장지, 치약, 비누, 이불, 옷 신발, 약 등 이루 셀 수가 없다"고 소개했다.

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7일 구럼비 발파 소식이 전해진 이후 7일, 10일, 17일엔 각각 약 200명, 150명, 300명이 전국 각지에서 강정마을을 방문했다"며 "이 분들 외에도 하루에 약 25명이 찾아와 평균 사흘씩 머물고 가고 있는데 그 수를 합치면 약 1100명 이상이 그동안 다녀갔다"고 집계했다.

윤호경 사무국장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후원물품과 후원구좌에 "우리 강정마을에 이토록 큰 관심을 가져주시는 국민들이 이렇게 많다니 감사할 뿐"이라며 "버릴 수 없는 희망이 다시 생겼다"고 인사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함께 제주해군기지공사를 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19일 오후 6시 10분께 구럼비 바위를 발파했다. 대림산업이 폭파한 구럼비 바위는 주민들이 '물터진개'라고 부르는 용천수가 흐르는 곳이다. 20일엔 삼성이 구럼비 바위 '할망물' 부근을 발파할 예정이다.

구럼비 본격 발파가 시작되면서 강정마을을 찾는 이들의 수도 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20일 제주도가 '해군기지공사중지 청문'이 열리는 제주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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